“뒷공간을 노려라” 상대 약점 파고드는 여야
2013-07-17 오후 1:17:27 게재

새누리, '대선불복 발언' 앞세워 친노-비노 갈라치기 … 민주, 4대강 통해 여당-청와대, 친박-친이 떼어놓기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노려라." 전통적인 축구 전술이 여의도에서 힘을 얻고 있다. 여야 정당이 상대당의 계파갈등을 노리며 공세를 강화하면서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대신 '친노'만 선별 공략하고 있다. 민주당은 4대강을 두고 친이-친박 사이의 '구원(舊怨)'이 다시 부각되길 바라는 눈치다. 

◆최경환 "김한길이 아니라고 했는데…"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정통성과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친노세력 중심의 일부 세력이 대선에 불복하는 듯한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당권을 장악한 비노진영과 최근 NLL 논란을 거치며 정치적 복권을 시도하고 있는 친노세력을 갈라치기 함으로써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이는 발언이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 친노세력 중심의 강경세력은 대통령을 흔드는 걸로 야당의 선명성을 추구하기보다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주길 바란다"며 친노에게 '강경' 이미지 덧씌우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홍문종 사무총장도 이날 연합뉴스 보도전문채널 '뉴스Y'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내부가 친노, 비노로 나뉘어 내부가 복잡하다"며 "대선 패배의 책임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국가정보원 등 여러 핑계를 대고 있지만 대선 패배는 본인들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전략의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 민주당 내부는 친노-비노가 사사건건 갈등하고 있다. 비노 인사들의 당권이 친노 인사들에게 미치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현, 진선미 의원의 국정원 국정조사 위원 사퇴를 둘러싼 당내 힘겨루기였다. 결국 17일 사퇴로 논란이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일주일 넘게 친노와 비노가 대치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관영 "박 대통령과 황우여 누구 말이 맞나" 

반면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을 두고 벌어지는 당과 청와대 사이의 이견을 공략 포인트로 삼고 있다. '4대강 국정조사' 요구 등을 통해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을 일으켜 정국 주도권을 잡아가겠다는 의도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16일 "대통령께서 '감사원이 나서서 4대강 사업의 무리한 추진을 정리해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감사원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고 발언했다"며 "도대체 국민은 누구 얘기에 귀 기울여야 하나"고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윤석 의원도 "이전투구 권력싸움이 목불인견"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지적처럼 실제 새누리당 지도부는 연일 감사원 감사결과와 선을 긋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거듭 감사원에 힘을 실어주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친이계 감싸기(당)와 전정권 선긋기를 통한 선명성 확보(청와대)라는 이해관계의 차이가 당청관계의 갈등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친이-친박 사이의 미묘한 흐름과 여당 지도부의 친이계 감싸기도 민주당의 공략 포인트다. "(새누리당 진상조사 TF는) '4대강 감싸기 TF'인 것 같다"(김 대변인), "새누리당 내부의 감사원에 대한 불신과 내부이견, 엉터리 자체진상조사야말로 국정조사가 필요한 요인"(이 의원) 같은 발언이 대표적이다. 4대강에 부정적인 일부 친박계과 불안정한 리더십을 보완하기 위해 친이계의 주장을 수용하고 있는 지도부 사이를 갈라 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새누리당 재선의원은 "친이계의 반발을 우려한 지도부가 감사원 때리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은 4대강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며 "민주당이 노리는 지점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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