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기획 창 '4대강 보도'에 "왜 이제야…"
금기 '4대강 사업' 비판했지만, 뒤늦은 보도에 민심 냉랭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입력 2013.07.17  11:38:30

이명박 정부 당시 대표적인 ‘금기 아이템’이었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2010년 <추적60분> 이후 3년 만에 KBS <시사기획 창>에서 전파를 탔다. 최근 감사원 결과 발표 및 자체 취재를 통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냈으나, 시청자들은 ‘이런 방송이 왜 이제야 나온 것인가’라며 실망과 아쉬움을 표했다.

감사원은 지난 10일 “낙동강 최소 수심을 2.5m로 잡았다가 이후 대운하 설계 당시 수심인 6.1m로 변경하는 등 대운하를 고려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17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은 감사원 결과를 비롯해 △수심 6~7m 유지 불가 △예비타당성 조사 제외 △수문 부실 설계 △팔당호 농민 퇴거 요구의 부당성 등의 다양한 문제점을 보도했다.

<시사기획 창>은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운하를 고려해 진행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국민의 세금으로 강을 깊게 준설하고 대형 보를 만들어 수심 6.1m를 확보한 뒤 갑문과 터미널을 만든다는 ‘대운하 사업’과 핵심 내용이 같았다는 점을 짚었다.

▲ 지난 16일 방송된 시사기획 창. (사진=KBS)

<시사기획 창>은 감사원 발표에서 빠진 ‘예비 타당성 조사 생략’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가재정법 38조에 따르면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 타당성 조사가 필수인데, 재해 복구 지원 사업은 예외로 돼 있다. 하지만 2009년 3월 국무회의에서 이 예외조항에 ‘예방’이라는 점이 추가돼, 4대강 사업은 ‘수해를 막기 위한 재해예방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제외됐던 것이다.

이에 홍종호 서울대 환경경제학 교수는 “전형적인 국책 사업에 대해 국가재정법이 요구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위법 행위이며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잘못된 부분이었다”고 꼬집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경제성 관련 의혹은 계속 제기됐다. <시사기획 창> 취재 결과 당초 6m로 준설한 낙동강 하류 구간은 현재 수심이 1m 남짓으로 어른 키를 넘지 않으며, 강바닥에는 온통 모래가 쌓여 있었다. 국토부는 매년 쌓인 모래를 준설해 수심을 유지하는 비용을 지난해 기준 269억원으로 편성했으나, 감사원은 매년 2,980억여 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예상보다 10배 넘는 비용이 매년 소요되는 것이다.

▲ 지난 16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홍수가 났을 때 수문을 제 때 열어줘야만 물이 제대로 빠져나갈 수 있고, 열어줘야 될 때 열어줄 수 있어야만 수문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된다"며 "감사원 발표 내용을 보면 수문을 설계할 때 설계 조건이 틀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화면캡처)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하천은 수천 년 동안 계속 흘러왔던 이력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뒤집어놨으니 적응을 못하는 것”이라며 “하천은 평행 상태를 찾기 위해 계속 움직이게 마련인데 이렇게되면 우리가 원했던 깊이 6~7m를 유지하기 힘들다. 불가능한 일을 시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사기획 창>은 “강 중간에 대형 보가 세워져 물을 가로막고 있는데, 강바닥엔 급속히 모래가 쌓여 홍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면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수문을 빨리 여는 것뿐인데, 수문은 안전한 것일까”라며 수문의 안전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시사기획 창>은 부산국토관리청이 맡았던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등 낙동강 상류 3곳의 수문이 입찰안내서의 기준에 미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설계업체 측은 경제성을 위해 수압을 낮춰 설계했다고 해명하면서 실시 설계 적격 심의, 현장 자문, 합동 점검 등 여러 과정을 거치는 동안 발주처는 이의제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사기획 창>은 부실 설계된 수문의 보강 공사 역시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이미 만들어진 문에 철판을 덧대는 작업이 과연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 그만큼 수문의 무게가 늘어나는데 올리고 내리는 데 문제는 없을지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 지난 16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관련 화면캡처)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큰 논란이 됐던 ‘팔당호 유기농업 단지’ 부분도 다루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후보 당시 이곳을 방문해 농민들을 격려하고 농산물 유통과정 개선도 약속했으나, 4대강 살리기 사업 시작 후에는 ‘수질오염의 주범’이라며 농민들에게 퇴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도 거짓임이 드러났다. 우선 팔당호 부근에서 점용 허가를 받은 농경지는 불법경작지가 아니었으며, 유기농업으로 인해 생기는 오염물질의 양 또한 극미량 수준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를 두고 “이 정도를 오염이라고 하면 대한민국에 오염이 아닌 것이 없겠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시사기획 창>은 “기술자로서는 하고 싶은 일이다. 대규모 댐은 참 구미가 당기는 공사”라는 일본 원로 학자의 말을 빌려 4대강 사업이 건설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진행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밝혔다.

▲ 16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관련 화면캡처)

이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극명히 엇갈리는 평가를 차례로 제시한 후 엄밀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방송을 마쳤다.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지 2년, 시간이라는 체로 걸러져 이제 4대강 사업의 실체가 국민들의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동안에 무수한 의혹과 논란 대신 이제 엄밀한 평가와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동안 나 몰라라 하더니 웬일로 문제제기를?”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 대표적인 금기 아이템으로 꼽힌다. 환경단체,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국민 다수가 반대할 정도로 여론도 나빴지만, 뉴스에서도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2010년 12월 <추적60분>에서 4대강 사업 예산을 지적하는 내용이 나갔으나, 방송 하루 전 보류 결정이 나고 2주 간 불방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시청자들은 KBS <시사기획 창> ‘4대강 살리기 사업’ 내용을 다룬 점에 반색하면서도 “왜 지금까지는 하지 않았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트위터리안은 “어제 시사기획 창 ‘4대강 고발’, 3년 전 쯤에 했으면 감동하며 봤을텐데 지금 하는 걸 보니… 지금이라도 이야기하니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그 땐 열심히 빨던 사람들이 이제야 척한다고 욕해야 하는 건지 어렵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트위터리안 역시 “이명박 정부 때부터 그렇게 문제제기를 했건만 확실하게 박근혜 정부에서 선 긋기를 하네요. KBS는 그동안 나 몰라라 하더니 웬일로 4대강 문제제기를 한다요”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MB 정권 때는 끽 소리도 못하더니!”, “기회주의의 표본이다. 제작자 말고 방송을 허락한 방송사 고위층과 사주들”, “KBS가 얄밉다. 이명박 시절의 감사원은 뭘 했고 KBS는 또 뭘 했는가”, “KBS 시사기획 창, 왜 그러세요? 이제 와서 어쩌자는 거요? 그때는 찬양 일색, 침묵으로 화답하더니… 백성을 눈 멀고 귀 멀게 하더니. KBS 부끄럽지 않으세요?”라는 트윗이 이어졌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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