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 쌓이고 녹조 확산… 8개 보에 갇힌 낙동강 '死대강' 되나
2013-07-24 [10:59:33] | 수정시간: 2013-07-24 [11:13:44] | 3면

▲ 구미보가 물길을 막은 구미보 하류 감천합류지에서는 지난해 6월(왼쪽)에 비해 올해는 지류에 모래 퇴적지가 확대되고 녹조도 심화됐다.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강을 살리겠다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도리어 낙동강을 망쳐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보 8개가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뒤 맞이하는 첫 해다. 확인 결과, 경북 예천 삼강나루터부터 창녕 본포교까지 녹조가 심각했다. 물이 흐르지 못한 영향이 크다. 환경단체들은 최악의 환경 재앙을 막으려면 8개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이하 시민본부)는 24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13일과 15일 이틀간 경북 예천 삼강나루터부터 경남 창녕 본포교까지 낙동강을 촬영한 항공사진을 공개했다. 시민본부는 또 성명서를 통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낙동강 복원을 위해 보를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본부 최근 촬영 항공사진 공개 
"하류 녹조 상류까지 번져" 보 수문 상시개방 촉구

시민본부는 지난해에도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항공촬영을 해 4대강 사업의 영향을 비교 검증했다.

지난해 상주보 인근 낙동강 상류는 물이 맑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경북 예천 삼강나루터와 상주 경천대의 물빛마저도 녹색으로 변했다. 구미보 하류부터 시작되던 녹조 현상이 1년 만에 낙동강 상류까지 번진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미보 아래 감천 합류지점은 본류와 지류의 물 색깔이 확연하게 달랐다. 지류인 감천의 물색은 푸른빛인데, 본류는 짙은 녹색이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지류의 오염도 심각했다. 경남 창녕 남지읍 근처의 계성천은 아예 물이 검게 썩었다.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김좌관 교수는 "원래 강의 본류가 낮아야 지류의 물이 흘러서 순환이 된다"며 "본류의 물을 보에 가두니 수위가 높아져 지류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 썩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류의 수량은 본류보다 적은 만큼 오염의 속도가 더 빠르다. 

다른 사진에도 푸른 강물과 강가 녹조 덩어리가 찍혀 있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녹조 악화 가능성을 줄곧 제기했다. 녹조(綠潮)는 부영양화한 호수, 늪,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크게 늘어나 물빛이 녹색으로 되는 현상을 말한다. 물 표면이 녹조로 뒤덮이면 햇빛이 차단되고 용존산소가 부족해 수중 생물이 죽게 되는 것이다.

환경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녹조가 더 심각해 강바닥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낙동강 준설도 무용지물이었다. 지난달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낙동강은 4~6m 깊이로 준설됐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구미보 아래 감천 합류지점 사진 등에서 토사가 다시 퇴적된 모습이 잡혔다. 김좌관 교수는 "강의 유속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바닥이 준설되어 낮아진 곳에 흙이 다시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고 말했다.

녹조 피해를 줄이고 준설한 강바닥을 유지하려면 강을 흐르게 해 일정한 유속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경철 국장은 "4대강 사업에 따른 환경 영향을 줄이려면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것이 현재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하순부터 이어진 장마로 녹조가 완화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김종태 수질팀장은 "매리·물금 취수장 녹조가 31~43ppb(100억 분의 1)로 나와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녹조가 100ppb 이상이면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본다. 

시민본부는 물의 흐름을 막고 있는 한 녹조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이번에 촬영한 항공사진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에 보내 수문 개방을 촉구할 계획이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는 24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낙동강 사업 현장 항공사진을 공개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강원태 기자 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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