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쌓인 모래... 그나마 운하도 못한다"
[현장답사] 4대강사업국민검증단, 함안보-합천보 일대 조사
13.08.07 08:23 l 최종 업데이트 13.08.07 09:26 l 윤성효(cj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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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현장조사에 나선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은 6일 오후 함안 칠서취수장을 찾아 녹조 발생 상황을 살펴보고,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 심무경 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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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현장조사에 나선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은 6일 오후 함안 칠서취수장을 찾아 녹조 발생 상황을 살펴보고, 창원시와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 윤성효

"낙동강이 아프다. 국토해양부,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자치단체 등 (지방)정부 관계자들은 녹조와 수질 악화, 재퇴적 등 여러 문제가 4대강사업 이후 벌어지거나 더 심해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단지 '4대강사업 때문'이라는 말만 하지 않을 뿐이다."

6일 낙동강 현장조사에 나선 4대강사업국민검증단, 민주당 4대강사업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미경 의원)는 창녕함안보(함안보)와 합천창녕보(합천보) 등 경남구간 낙동강을 둘러본 뒤 이같이 지적했다.

낙동강은 곳곳에서 녹조가 창궐했고, 운하를 위한 목적으로 수심 6m를 맞추기 위해 준설작업을 벌였지만 곳곳에서 재퇴적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 함안보와 합천보의 바닥보호공 아래 강바닥은 세굴현상이 심하게 발생해 있었고, 어종도 다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사업 뒤 낙동강에 녹조 관련 시설 들어서

이날 낙동강 하류이면서 함안보 하류에 있는 본포취수장에도 녹조가 발생했고, 낙동강 중하류에 해당하는 합천보 일대에도 녹조가 발생해 있었다. 함안보 하류에는 녹조 사체가 둥둥 떠다녔다.

이미경·박수현 의원과 박창근(관동대)·김좌관(부산가톨릭대) 교수, 환경단체 등 조사단은 창원시민들의 식수원을 제공하는 칠서(함안)취수장을 찾았다.

칠서취수장 쪽 낙동강에는 '조류제거선'이 가동되고 있었다. 조류제거선은 지금까지 호수에만 설치했는데, 올해부터 낙동강에 2대가 배치된 것이다. 4대강사업을 하기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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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이 낙동강 현장조사에 나선 6일 오후 함안 칠서취수장 부근에 녹조가 발생해 있고, 그 옆에 지난해 말에 설치된 '표면폭기장치'가 가동되고 있다. ⓒ 윤성효

이날 칠서취수장의 취수구 앞에도 녹조가 발생해 있었다. 칠서취수장에는 '표면폭기장치'와 펌프로 물을 퍼 올려 떨어뜨려 물 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폭포수 장치가 가동하고 있었다. 이 모든 시설은 지난해 녹조가 창궐하자 창원시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에 설치한 시설물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조영파 창원시 부시장과 심수용 칠서취수장 사업소장, 심무경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장 등이 나와 현황을 설명했다. 환경청은 지난 7월 30일 함안보 일대에 처음으로 '조류 경보'를 발령했다.

심무경 청장은 "최근 녹조 발생은 장기간 폭염에 따른 수온 상승과 일조시간 증가, 적은 강수량과 체류시간 증가 등에 기인한 것"이라며 "보 설치로 인하여 체류시간은 구간별로 약 5~19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심 청장은 녹조가 '보 때문'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조영파 부시장과 심수용 사업소장은 "남조류를 측정할 수 있는 시설이 경남지역 수질분석기관에는 없어 부산수질환경연구원에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좌관 교수(환경공학)는 "기상과 관계된 원인은 해마다 비슷하게 있어 왔고, 지난해부터 새로운 변화가 보로 인한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라며 "지난해까지는 없던 시설이 올해부터 설치되었다는 것 또한 녹조가 4대강사업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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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 가운데, 6일 합천보 우안 소수력발전소 위 작은 지천에 펌프 시설을 이용한 물을 끌어와 흐르게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최근까지 녹조가 심하게 발생했던 것이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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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 가운데, 6일 합천보 우안 소수력발전소 위 작은 지천에 펌프 시설을 이용한 물을 끌어와 흐르게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최근까지 녹조가 심하게 발생했던 것이다. ⓒ 윤성효

합천보 우안 소수력발전소 위에 있는 작은 지천에도 녹조 방제를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녹색 페인트를 뿌려놓은 것처럼 녹조가 심했는데, 이날 낙동강 본류에서 펌프시설을 연결해 물이 흐르도록 해놓았다.

현장을 본 김좌관 교수는 "물을 가둬놓지 않고 흐르게 한다면 녹조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국수자원공사도 알고 있기에, 펌프시설을 해서 연결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은 칠서취수장 상류 부근에서 물을 채취해 분석하기로 했다. 합천보 하류에서 물의 흐름을 살펴본 박창근 교수는 "오늘 이곳에서 측정을 해보니 유속은 초당 2cm인데, 이는 거의 물이 흐르지 않는 것과 같다"며 "보로 인해 정체현상이 심하다"고 밝혔다.

곳곳에 재퇴적... 보 하류 세굴현상 심해

낙동강 곳곳에서 재퇴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황강과 만나는 합천보 하류 부근이 심했다. 이곳에는 최근까지 다시 쌓인 모래톱이 서너 개였는데, 이날 물이 많이 방류되면서 2개 정도만 보였다.

박창근 교수는 "옛날에는 이곳에 백사장이 넓었고 준설작업으로 다 거둬냈는데, 모래는 6m 이상으로 다시 쌓인 것"이라며 "당초 정부는 구미에서 부산까지 낙동강을 수심 6m로 맞추기 위해 준설을 했는데, 재퇴적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검토 없이 이루어졌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4대강사업을 마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재퇴적이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황당하다"며 "운하라도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재퇴적으로 인해 운하가 될 조건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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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곳곳에 재퇴적이 진행되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와 허성무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6일 오후 재퇴적이 진행되고 있는 합천보 하류 '외삼학2' 배수문 앞 낙동강을 살펴보고 있다. ⓒ 윤성효

박 교수는 "4대강사업은 홍수, 수질, 물 확보 등 여러 대책을 위해 추진한다고 했던 것인데, 이번 현장조사에서도 모두 잘못됐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며 "그나마 운하조차 제 기능을 할 수 없도록 해놓았으니, 22조 원이 물 속에 들어가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안보·합천보 하류의 강바닥은 세굴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검증단은 이날 두 곳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강 안쪽으로 들어가 장비를 이용해 깊이를 측정했다. 국민검증단은 함안보에서는 바닥보호공의 하류에 21m 깊이(600m 구간), 합천보에서는 최대 12m 깊이의 세굴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4대강사업 뒤 낙동강 어종 다양하지 않아

낙동강에서는 4대강사업 뒤 어종도 다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검증단 소속 '생명그물'(부산)은 이날 낙동강 주요 지점에서 어류 조사를 벌였다.

합천보 하류에서 '자망'을 설치해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뒤 거둬들여 잡히는 고기를 파악했다. 현장에서는 강준치, 꺼리, 동자개(빠가사리), 블루길, 붕어 등이 주로 잡혔다. 합천보 우안 소수력발전소 부근에서는 가물치가 목격되기도 했다.

국민검증단은 4대강사업 뒤 낙동강에는 '정수성 어종'이 많다고 밝혔다. 호수와 같이 고이거나 깊은 물에 사는 어류가 많다는 것. 그리고 작거나 약한 고기를 크거나 강한 어류에 잡아 먹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날 '유수성 어종'인 피래미는 잡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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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은 6일 낙동강 일대에서 어류 다양성 조사를 벌였다. '생명그물'은 이날 합천보 하류에는 어류를 잡아 분석하는 작업을 벌였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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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은 6일 낙동강 일대에서 어류 다양성 조사를 벌였다. '생명그물'은 이날 합천보 하류에는 어류를 잡아 분석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붕어, 동자개, 블루길 등이 잡혔는데, 생명그물은 어종이 다양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윤성효

생명그물 김정오 생태조사실장은 "4대강사업으로 수변이 없어져, 약한 어종이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고, 다양한 서식 공간이 사라지게 되었다"며 "그러다 보니 강하고 큰 어종들이 남게 되고, 한마디로 말해 종다양성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류의 서식환경이 완전히 바뀌고, 단순한 환경에서는 다양한 어종이 살지 못한다"며 "낙동강 어류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생태 복원이 빨리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낙동강 어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3년째 모니터링과 조사를 하고 있고, 보고서도 낸 적이 있다"며 "오늘 낙동강 안동 부근부터 주요 지점마다 어류 조사를 해오고 있는데, 어종이 다양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를 비롯한 모든 수단 강구할 것"

국민검증단은 7일 낙동강 달성보, 칠곡보, 구미 재퇴적 지역 등을 조사하고, 8일 병성천 역행침식 현장과 영주댐 건설지 일대, 9일 한강 여주 홍수 피해 현장 등을 조사한다.

국민검증단은 6일 함안보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강이 스스로 말해주는 진실은 온갖 거짓말과 변명으로도 감출 수 없다"며 "국민사기극을 추진한 이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를 위해 국정조사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며, 나아가 4대강을 다시 살리기 위한 대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검증단은 "국민들은 녹조라떼가 아닌 맑은 물, 운하가 아닌 살아 있는 강줄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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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낙동강 함안 칠서취수장 앞에 녹조제거선이 작업을 하고 있다. 녹조제거선은 낙동강에 올해 처음으로 2대가 설치되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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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낙동강 함안 칠서취수장 앞에 녹조제거선이 작업을 하고 있다. 녹조제거선은 낙동강에 올해 처음으로 2대가 설치되어 있다. ⓒ 윤성효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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