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지난해 ‘일베 회원’ 해외여행 보내줬다
국정원 주최 이벤트 개최 당첨… 소속 단체 “대선개입 사건은 종북세력 음모” 국정원 옹호활동
입력 : 2013-08-08  19:00:16   노출 : 2013.08.09  13:40:31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국정원 기관보고 기조연설에서 국정원의 일베 배후설을 제기한 가운데 국정원이 지난해 인터넷 안보 홍보 '해외여행' 이벤트를 개최해 선발했던 우승팀이 일베 회원이면서 보수 우파 단체의 회원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주최로 열린 대규모 이벤트 행사가 일베 등 젊은 보수층을 겨냥해 국정원의 '2중대'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혹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매해 6월 중점적으로 안보 이벤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 내용은 태극기 달기 캠페인, 안보 관련 퀴즈 맞추기, 안보 주제 플래시 공모, 안보 홍보 UCC 올리기, 안보 사진 및 포스터 전시회 등이다. 지난 2009년부터는 게임을 특성화해 국정원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정원은 당시 포털 네이트에 '국정원이 전수하는 대한민국 수호권법 안보신권'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고 이벤트 홈페이지를 개설해 국가 안보 위해요소 찾기 게임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이뤄진 팀을 대상으로 페이스북을 개설해 '좋아요'를 많이 받은 팀을 선발해 최종 우승팀에게 해외 여행을 보내주는 행사까지 진행했다.

3명이 한팀을 이뤄 ‘안보홍보 국가대표’로서의 자격을 판단하는 1~4단계(안보 관련 체험 사진올리기 등) 미션 및 최종(안보홍보 활동 계획서 제출)미션을 진행하는데 미션 첫단계로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를 개설하고 팀원 1명당 팬에게 '좋아요' 버튼을 50명 이상 사람에게 받아야 하는 식이다.

이벤트에는 수 백명의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팀을 구성해 응모했고 본선에 16개 팀이 선발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한민국 발전사, 생활 속 애국심 발견, 안보 성지순례 등을 주제로 콘텐츠를 올리라는 미션을 수행했다. 이에 최종 2개 팀은 '안보 홍보 국가 대표'로 6.25 참전 16개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해 국위선양 및 교류 활동을 진행했다. 국정원은 디시인사이드·블루아이즈(애국단체)·독립신문, 아프리카TV 홈페이지와 네이트온(메신저) 등에 배너를 다는 등 행사 이벤트 내용과 관련해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다.

당시 이벤트는 일베 회원들에게도 큰 화제가 됐다. 한 일베 회원은 자신을 고등학생 부문 참가팀 일원이라며 일베 사이트를 본따 '대한민국저장소'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좋아요' 버튼을 눌러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일베 회원 한명은 자신을 '어벤져스' 팀으로 소개하고 '좋아요' 버튼 눌러주라고 호소하면서 "일베에 앞으로 좋은 자료를 많이 올리고 또 많이 배워가겠다. 평양에서 일베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그날까지, 종북절멸의 그날까지"라고 쓰기도 했다.

결국 어벤져스 팀은 최종 두팀에 선발돼 미국 워싱턴과 보스턴으로 떠나 안보 홍보 활동을 펼쳤고 워싱턴 중앙일보에 기사가 실렸다. 나머지 한팀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헤이그, 로테르담, 아르헴 등으로 떠났다.

지난해 국정원이 진행한 안보 홍보 행사 공지문
 
어벤져스 팀 일원 중 2명은 각각 한국대학생포럼 조직국장과 북한인권학생연대 대표를 맡는 등 보수 우파 청년 단체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단체는 현재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종북세력의 음모라며 국정운 옹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벤져스 팀원 중이자 전 한국대학생포럼 조직국장 임 아무개 씨는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대학생포럼 조직국장 활동은 재작년에 임기를 마쳐 작년에는 개인 자격이었고, 북한인권학생연대 대표도 올해 대표가 된 것이고 지난해에는 개인 자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일베 사이트에서 회원 자격으로 국정원 안보 행사를 홍보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들이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는 아직까지도 삭제되고 않았다. 이들이 올린 게시물에는  경향교회 석기현 목사가 '빨갱이 청년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설교 내용, '박정희 대통령의 선견지명-산업의 쌀을 만들어라, 포항제철'이란 제목의 정보글, 종북 세력을 국정원 홈페이지에 신고해달라는 내용 등의 콘텐츠가 담겨 있다. 국정원 측은 지난해 7월 8일 안보 홍보 국가대표 선발전을 마감하다면서 총 13,000여명의 페이스북 친구(페친)들을 만들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대선이 있는 해 국정원이 대규모 예산을 들여 안보 행사를 명분으로 인터넷에서 젊은 층을 타깃으로 여론화 작업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일베 회원을 초청해 강의했다고 해서 일베 배후설을 제기했는데 그 사람이 일베 회원인지 단체 회원인지 어떻게 아느냐. 이번 의혹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안보 강연 행사에 초청된 사람은 간첩신고 111 우수 신고자로 간첩을 잡는데 기여를 한 사람이고 초청한건데 이런 식으로 국가 기관을 매도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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