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과 철판으로 땜질... 누더기 된 상주보
[현장-경북 상주·영주]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 현장답사 3일째
13.08.09 14:28 l 최종 업데이트 13.08.09 14:28 l 조정훈(tghome) 박소희(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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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보 하류의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병성천의 병성교 아래에서 상수도 송수관로를 정비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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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보 하류의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병성천에 상수도 송수관로를 정비하는 공사안내 간판. 4대강사업 때문에 송수관로를 정비한다는 목적을 밝히고 있다. ⓒ 조정훈

8일 오전 경북 상주시 병성동 병성교 주변, 섭씨 35도를 웃도는 날씨로 폭염경보까지 내렸지만 이곳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본 사업은 병성교 일원의 병성천 하천에 매설되어 있는 기존 송수관로가 4대강 사업에 따른 하천의 유속 증가로 인한 관보호공 일부가 노출되어 송수관로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송수관로 일부를 교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설명처럼 송수관로가 노출된 것은 4대강 사업 준설로 강바닥이 깊어지면서 낙동강 본류와 지천인 병성천의 낙차가 커져 병성천의 물 흐름이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상주시는 송수관로 교체를 위해 예산 5억 원을 책정, 지름 400mm, 500mm짜리 송수관을 철거하고 700mm짜리 새 송수관로를 설치하는 4개월짜리 공사를 진행 중이다.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아래 4대강 검증단)'에 따르면 병성천은 4대강 사업 이후 역행침식이 일어나 양쪽 제방이 무너지고, 농경지가 유실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병성교 일대에선 제방을 자갈로 보강한 흔적도 볼 수 있었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 후유증으로 전체 권역 약 30여 곳에서 이런 보수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공사할 곳이) 더 생긴다는 게 문제다, 4대강 사업의 구조적 한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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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상주보는 가동보의 수문을 다른 보와 다르게 왼쪽에 설치했다. 이 때문에 하류 좌측의 제방이 크게 무너진 적이 있고 현재 콘크리트 제방을 설치했으나 일부가 침하하면서 갈라지고 깨지는 등 문제점이 발생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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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상주보 하류 좌측 콘크리트 제방의 일부가 침하하면서 분리됐다. 수자원공사는 실리콘으로 틈새를 메웠지만 침하된 부분과 벌어진 부분의 높낮이가 달라지면서 물이 고여 있다. ⓒ 조정훈

이날로 3일째 현장답사 중이던 4대강 검증단은 병성천을 둘러본 뒤 3km 가량 떨어진 상주보 좌안으로 이동했다. 좌안에 들어선 콘크리트 제방 여기저기에 물웅덩이가 있었다. 자로 직접 재어보니 낙동강과 맞닿아 있는 콘크리트 제방벽과 바닥의 높이차가 약 4.5m였다. 실리콘으로 바닥 틈새를 메운 자국도 많았다. 

검증단은 4대강 사업으로 제방 공사를 급하게 한 데다가 다른 보와 달리 상주보 수문은 왼쪽으로 치우치도록 설계한 탓에 제방이 가라앉고 있다고 봤다. 보 벽 이음새에도 누수를 막기 위한 철판이 덧대어져 있는 등 상주보 곳곳에는 보와 시설물의 안전성을 우려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았다.

사업은 끝났지만... 낙동강은 '4대강 후유증 앓이'

4대강 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더 있다. '모래가 흐르는 강'이었던 경북 봉화군 내성천은 점점 '모래를 잃은 강'으로 변하고 있다. 상류에 들어서는 영주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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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영주시 무섬마을로 들어가는 내성천이 흐르는 무섬교. 박용훈 사진가가 2011년 찍은 사진에는 무섬교 다리 밑에 모래가 가득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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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영주시 무섬마을로 들어가는 무섬교 밑에 영주댐을 건설하면서 모래가 하류로 쓸려내려가자 교각에 위험하다는 표시를 해놓았다. 내성천이 흐르는 이곳은 맑은 물과 많은 모래로 유명했으나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하는 영주댐 공사 때문에 모래가 하류로 쓰려내려가 교각의 철근이 드러나는 등 다리의 안전성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조정훈

정부는 2009년 7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낙동강 중하류 수질개선을 위해 저수용량 2억 5000㎥을 충당할 중소 규모 댐을 짓는다는 계획을 포함시켰다. 이후 2억㎥ 규모로 건설 중인 영주댐 때문에 내성천 모래가 사라져간다는 비판이 나오자 "내성천은 다른 곳에 비해 퇴사량이 많아 댐 건설에 따른 영향은 미미하다"며 "영주댐 건설로 줄어드는 모래양은 약 17%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2013년 8월 8일 찾은 내성천은 정부 해명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검증단은 내성천 하류 선몽대부터 상류 미림교 부근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중간에 들린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마을에서 생태사진가 박용훈씨는 2011년 찍은 내성천 사진과 현재 모습을 비교하며 "(영주댐 공사로) 모래가 다 쓸려나가고 대부분 자갈만 있다"고 말했다. 고운 모래가 가득했던 자리에는 입자가 굵고 거친 모래와 자갈들뿐이었다. 물길이 좁아져 잡초가 수북한 곳도 많았다. 박씨는 "내성천 스스로 생태를 복원하는 기능이 사라지면 아예 풀밭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며 "'모래강'이라는 내성천의 정체성은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은 당장 먹을 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성천 주변에서 태어나고 자란 권태학(66)씨는 "예전에는 모래가 필터 역할을 해서 간이상수도시설만 설치해서 내성천 물을 썼다"며 "소를 데리고 가다가 사람도, 소도 먹을 정도로 깨끗했는데 지금도 계속 세굴현상(강 바닥이 패이는 것)이 일어나 모래가 그 역할을 못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내성천 물을 생활용수로는 쓰지만, 먹는 물은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권씨는 "수공이 밀양취수원에서 물을 실어다가 한 사람 당 페트병으로 두세 개씩 주는데, 날도 더우니까 부족하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낙동강 수질개선' 때문에 먹을 물도, 모래도, 마을도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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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댐 공사현장.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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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댐 공사로 인해 모래가 쓸려내려가고 육지식물이 사는 장갑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자갈과 육지식물로 뒤덮인 내성천. ⓒ 조정훈

계획대로라면 내년 5월부터 영주댐에는 물이 채워진다. 그러나 아직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곳도 있다. 영주시 이산면 석포1리에 사는 김진창(56)씨 집은 해발 152m 지점이다. 영주댐 만수위 164m보다 낮은 곳이지만 거리상 수몰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씨는 "만수위 밑이라 차라리 (수몰지로) 수용해 달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수공은 제방을 높이고 만수위 때는 펌프로 물을 퍼내주겠다고 한다"며 "주민들은 불안해서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보상 문제도 있지만, 그는 영주댐 자체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김씨는 "(영주댐 공사로 내성천) 밑이 파여서 물이 안 들어가는 곳에는 풀이 자라고, 모래는 사라졌다, 심해지면 해운대 모래도 실어날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낙동강을 복원하려면 영주댐부터 없애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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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영주시 이산면 석포1리에서 농사를 짓고 잇는 김진창(55)씨. 어릴적 이곳에서 뛰어놀며 물고기를 잡고 멱을 감기도 했지만 영주댐이 들어서면 농지마저도 물에 잠겨 이곳을 떠나야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 조정훈

모래가, 마을이 사라져가는데도 영주댐은 정말 필요할까? 박창근 교수는 "쓸데없는 공사"라고 잘라 말했다. 영주댐 영향평가를 보면 (댐 건설로 얻는) 편익의 86%가 낙동강 중하류 수질 개선이고, 홍수조절은 0.2%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목적댐'이라는 이름에 전혀 걸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또 "영주댐 기본계획서에도 하류 지역에 물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없다, 하천범람으로 홍수 피해를 입는 곳도 영주시 도심지쪽"이라며 "댐 건설로 중앙선 일부를 이설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영주댐에서 얻을 편익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무섬마을까지 '장갑화(강변의 모래가 쓸려나가고 자갈 등만 남아 굳어가는 것)'가 진행된 걸 볼 때, 하류지역도 머지 않아 모래가 사라지고 자갈 하천으로 바뀔 테고, 내성천 수질은 점점 나빠져 관광객 발걸음도 끊어질 겁니다. 아무 쓸모 없는 댐이 삼성과 대우의 담합으로 만들어지면서 상류 500가구는 수몰 위기에 처했고, 하류쪽 관광자원은 훼손되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정부가 공사를 중단하고 원상복구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영주댐을 끝으로 3일간의 낙동강 일대 현장답사를 마친 4대강 검증단은 남한강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오는 9일 마지막으로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주변에서 4대강 사업 이후 역행침식이 일어난 곳과 쌓아둔 준설토 유출로 피해 입은 지역 등을 둘러본 뒤 8월 19일, 현장답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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