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물고기 집단폐사 영산강 '녹조라떼' 심각
뉴시스 | 맹대환 | 입력 2013.08.12 11:04

폭염·가뭄으로 피해지역 늘어날 듯

【나주=뉴시스】이창우 기자 = "며칠 새 강물이 몰라보게 진한 초록빛으로 변한 것 같아요. 물고기가 폐사할 만큼 녹조가 심해 불쾌한 냄새도 나고요"

12일 오전 전남 나주시 삼영동 안창리 인근. 지나가던 행인 김모(61·여)씨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른장마가 끝나자마자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영산강 곳곳에 지난해 이맘때 기승을 부렸던 '불청객' 녹조가 올해도 잊지 않고 찾아왔기 때문이다.


영산강은 폭염과 함께 녹조가 확산된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물고기 집단폐사까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오전 11시께 이 마을 앞을 흐르는 영산강변에 어른 손바닥 크기의 씨알 굵은 붕어 4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해 떠올랐다. 이날 폐사한 붕어는 영산강환경지킴이 회원들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수거해간 것으로 목격됐다. 붕어가 폐사해 떠올랐던 황토색 강변은 진한 초록빛 물결이 반복해 부딪히며 실어 나른 녹조로 차츰 덮여가고 있다.

폭염으로 높아진 수온과 가뭄으로 부족한 수량 탓에 유속이 정체된 영산강에 모습을 드러낸 불청객 녹조는 이곳뿐 만이 아니다. 영산강 하구언이 축조되기 전까지 민물장어로 유명했던 다시면 구진포 인근 회진교 일대는 코를 찌르는 불쾌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회진교를 사이에 두고 영산강과 만나는 신광천 수면은 진한 녹색빛을 띠는 녹조와 곰팡이 핀 거품으로 뒤덮인 채 악취를 풍기며 흐르지 못하고 멈춰 있다. 죽산보 준공 이후 영산강 수위가 상승하면서 유속이 느려진 이유 때문이다.

다시면 가운리 주민 윤모(42)씨는 "제방이 신설돼 상습침수 피해에서 벗어나고 강폭도 넓어져 경관은 좋아졌는데 녹조를 보고 있자면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자연의 이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이 마을 건너편의 과거 앙암협곡으로 불렸던 대표적인 영산강 절경 중 한 곳인 앙암바위 절벽 인근은 사정이 더욱 심각했다. 절벽 밑을 맴도는 강물에는 일명 '녹조라떼'로 불리는 진하고 긴 녹색 띠가 수면 위를 뒤 덮은 채 흐르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치고 있다. 강물이 녹색으로 변해 어획량이 신통치 않다며 긴 한숨을 내쉰 영산강 어부 정모(43)씨는 "그나마 영산강은 식수가 아닌 농업용수로만 사용되고 있어 불행 중 다행이지만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녹조가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lc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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