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전남' 4천여명, 한나라당·민주당에 '야유' 김선동에 '박수'
한미FTA 폐기 전남 민중대회...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도 참석
이승빈 기자 cadenza123@naver.com  입력 2011-11-27 01:20:17 l 수정 2011-11-27 01:35:57

여기에 모인 우리
26일 전라남도청 잔디광장에서 노동자 농민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광주전남농민대회와 전남민중대회가 열렸다. ⓒ이승빈 기자

이명박 정부의 한미FTA 날치기에 남도 민중의 분노가 폭발했다. 한미FTA 폐기를 촉구하는 광주전남 농민대회와 전남 민중대회가 4천여명의 농민, 노동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남도청 앞에서 열렸다.

26일 11시부터 시작된 '한미FTA 폐기,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을 위한 광주전남 농민대회'에는 2천여명의 농민을 비롯해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박행덕 전농광주전남연맹 의장,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 민주당의 김영록· 유선호 의원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본격적인 대회에 앞서 광주전남지역 각 시군 여성 농민회 대표자로 조직된 노래패의 공연이 열렸다. 이들은 "농민들의 힘을 모아 이명박 정부를 깨부수고 농촌도시서민들이 잘 사는 날을 기약하며 이 노래를 부르겠다"며 '잘 살거야'라는 노래를 힘차게 불러 대회의 분위기를 한껏 돋궜다. 

여성농민들의 분노
26일 전라남도청 잔디광장에서 노동자 농민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광주전남농민대회와 전남민중대회가 열렸다. ⓒ이승빈 기자

본 대회가 시작되자 구리빛 피부의 청년부터 깊게 주름이 패인 노인까지 참가자들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한미FTA폐기",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퇴진"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박행덕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나라를 통째로 팔아먹는 협상, 우리나라 민중을 식민지 백성으로 만들어버린 협상을 통과시킨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날치기의 달인으로 선언한다"며 "좌절하긴 이르다. 우리 농민들이 단결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 한미FTA를 박살내자"고 호소했다. 

이어 "농민들이 단결하면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농민총회를 통해 우리 스스로 쟁취한 공공비축미 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나아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쟁취까지 이뤄내자"고 말해 농민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뒤이어 이광석 전농 의장은 격려사에서 "농민을 살처분하기 위해 판 한미FTA라는 거대한 구덩이가 결국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350만 농민이 반대하는 한미FTA는 무효다. 비준에 찬성한 151명의 쭉정이는 불사르고 알곡을 제대로 세우는 정치 타작을 시작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발언이 이어지는 내내 농민들은 '옳소'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한 농민은 "총만 주소, 시방 한나라당 의원들 내가 다 쏘아불랑께"라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농민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사회를 맡은 박형대 전농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이 민주당 광주전남지역 소속 의원과 시의원들의 명단을 열거할 때마다 농민들은 '죽이자'를 연호하며 무기력한 민주당을 규탄했다.

최루탄 좀 먹어봐라
26일 전라남도청 잔디광장에서 노동자 농민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광주전남농민대회와 전남민중대회가 열린 가운데 농민들이 손학규 대표와 홍준표 대표 사진에 밀가루 풍선을 던지고 있다. ⓒ이승빈 기자

농민들의 분노는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두 대표님을 모시려 했지만 온전히 돌아가시기 힘들 거 같아 대신 사진으로만 모신다"는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사진이 무대에 등장했다. 농민 대표자들이 "너희도 최루탄 좀 먹어봐야 한다"며 두 대표의 사진에 밀가루가 든 풍선을 터뜨리자 농민들은 일제히 폭소를 터트리며 환호했다. 

민주당에 야유보낸 농민들, 김선동 의원에게는 박수와 환호

김선동 의원
26일 전라남도청 잔디광장에서 노동자 농민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광주전남농민대회와 전남민중대회가 열린 가운데 김선동 의원이 유시민 대표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승빈 기자

농민들의 분노는 유시민 대표와 김선동 의원이 무대에 오르자 박수와 환호로 바뀌었다.

김선동 의원은 "매국적이고 망국적인 비준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며 "이제 믿을 건 이땅의 서민밖에 없다. 여러분과 함께 한미FTA를 반드시 폐기하고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쟁취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나를 구속 수사할거라고 연일 떠들어대는데 서민 생존권에 테러를 가한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진짜 테러범이 아니겠냐"며 "나는 대한민국 서민을 무시하고 부자만 생각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서민의 피눈물을 잠깐 맛뵈기로 보여줬을 뿐"이라고 말하자 농민들은 일제히 "김선동 장하다", "우리가 지킨다"라며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김 의원은 발언을 마치며 "정권을 교체해서 노동자 농민들이 주인 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자"며 "여러분과 함께 그 길에서 목숨도 아끼지 않고 충실히 투쟁하겠다고"고 결의를 다졌다. 

이어 유시민 대표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은 이미 통합과정에서 한미FTA 폐기와 주요 농산물 국가수매제를 당의 강령으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통합진보정당이 세력을 키워 교섭단체 이상 의석을 확보해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반드시 서민을 위한 목표를 이뤄내겠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결의식에서 농민들은 각 시군 농민회 지도부 혈서, '이명박 퇴진'이라고 적힌 나락 가마니 화형식, 가격이 폭락한 쪽파 야적 등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살농정책을 규탄했다.

혈서 쓰는 농민들
26일 전라남도청 잔디광장에서 노동자 농민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광주전남농민대회와 전남민중대회가 열린 가운데 농민회 지도부가 혈서를 쓰고 있다. ⓒ이승빈 기자

타오르는 나락
26일 전라남도청 잔디광장에서 노동자 농민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광주전남농민대회와 전남민중대회가 열린 가운데 나락 화형식을 하고 있다. ⓒ이승빈 기자


현장에서 만난 전남 민중의 목소리 "김선동 같은 의원 10명만 있어도..."

농민의 미래는?
26일 전라남도청 잔디광장에서 노동자 농민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광주전남농민대회와 전남민중대회가 열렸다. ⓒ이승빈 기자

26일 전남민중대회에 모인 노동자, 농민은 한결같이 생존권이 걸린 한미FTA를 날치기로 처리한 이명박, 한나라당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고흥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기선(54) 농부는 "도시에서 쌀 사먹는 대통령과 의원들은 농민 생각을 못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농촌이 살려면 경쟁력을 키우라고 하던데 그건 간난아이더러 스스로 크라는 말이나 다름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오죽하면 내일 모래 칠순인데 나왔겠냐"고 운을 땐 박은구(68) 농민은 "못 배운 내 눈에도 정부가 미국놈들 손에 놀아나는게 보인다"며 "정부는 말로만 농촌 살리기를 외친다. 그들이 하는 말은 한 마디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전남 하평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정병만(56)씨는 소감을 묻자 대번에 "한나라당, 미친놈들"이라며 이내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이어 정씨는 "민주당 놈들도 참 갑갑하다. 김선동 같은 의원 10명만 있어도 이 지경까지 왔겠냐? 한나라당 놈들은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놈들이다"며 연신 소주를 들이켰다. 

노동자들 역시 분노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플랜트 노조 김창식(39)씨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작태가 을사조약을 맻은 이완용과 다를게 없다"며 "앞으로 거대자본이 잠식된 노동계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등의 문제가 더욱 심화될거다. 노동자가 함께 뭉쳐 투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축을 키우며 건설 일을 하는 정용일(40)씨는 "한미FTA 때문에 아무래도 서민들이 죽어나지 않겠냐"며 "어차피 떨어질 가격, 미련없이 포기하는게 나을 거 같아 소 50마리를 처분해버렸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미FTA 날치기 비준에 대한 광주전남지역 민중들의 분노는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전남민중대회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민중대회에는 보워터, 3M을 비롯한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조합원 1500여명과 시민들이 합류하며 투쟁의 열기를 더했다. 

대회사에 나선 전남 진보연대 준비위원회 민점기 대표는 "긴말 하지 않고 구호로 정리하겠다"고 운을 땐 뒤 "친미정권 사기꾼 뻥튀기 정권 이명박 퇴진하라", "쥐새끼, 도둑고양이 몰래 날치기당 한나라당 해체하라", "엉거주춤 오락가락 똥싼 바지 민주당 반성하라"는 구호를 연달아 외쳤다. 민중대회에 모인 4천명의 노동자 농민들도 이에 맞춰 통쾌한 웃음을 지으며 구호를 외쳤다.

집회를 마친 노동자 농민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사진이 걸린 상여를 들고 전남도청 정문으로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전남도청 정문을 막고 있던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며 2명이 연행되기도 했지만 참가자들은 예정대로 상여 화형식을 진행했다.

상여 나가신다
26일 전라남도청 잔디광장에서 노동자 농민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광주전남농민대회와 전남민중대회가 열린 가운데 상여가 입장하고 있다. ⓒ이승빈 기자

타오르는 상여
26일 전라남도청 잔디광장에서 노동자 농민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광주전남농민대회와 전남민중대회가 열린 가운데 상여가 불타오르고 있다. ⓒ이승빈 기자

현장에서 만난 김선동 의원 "항상 대열의 맨 앞자리에 서겠다"

김선동 의원
26일 전라남도청 잔디광장에서 노동자 농민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광주전남농민대회와 전남민중대회가 열린 가운데 김선동 의원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승빈 기자

26일 광주전남지역 민중과 함께 한 김선동 의원을 만났다. 미처 면도를 하지 못해 거뭇거뭇 난 수염이 지난 한미FTA 날치기 이후 쉼없이 현장을 누비는 그의 바쁜 일정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일명 '최루탄 의거'이후 김선동 의원에겐 수많은 별명이 생겼다. '의사 김선동'을 비롯해 민중의소리는 생방송 '애국전선'을 통해 그를 사령관으로 추대하며 '불멸의 김선동'이란 별명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겸연쩍어 하며 "원래 별명인 착할 선에 아이 동 '착한 아이 김선동'이란 별명이 더 좋다"며 웃었다. 

부쩍 높아진 인기에 대해 김 의원은 "공중파의 힘이겠죠?"라며 너스래를 떨더니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 농민들은 '잘했다', '시원했다', '우리 마음이다'라며 큰 격려를 주신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전개될 한미FTA 투쟁에 대해 "이제는 민중의 힘으로 한미FTA를 폐기시킬 수밖에 없게 됐다"며 "나는 항상 대열의 맨 앞자리에 함께 서겠다. 절대 도망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드린다"는 결의를 밝혔다. 

한편 최루탄 사용에 대한 보수단체의 고발 및 검찰의 수사 착수에 대해 김 의원은 "그만큼 내가 대한민국의 극우보수세력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는 말이 아니겠느냐"며 "제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30여개중대 2천여명을 투입해 전남도청 주변을 봉쇄했다. 또고 영암, 무안, 목포 등에서 전남도청으로 통하는 주요 길목 8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살수차 4대를 현장에 배치해 참가자들에게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을 샀다.

이승빈 기자cadenza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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