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규모 커지는 부산 촛불 “MB 퇴진, 한미FTA 원천무효”
가족부터 중소상인까지 참가자 다양.. 내달 2일 부산시국대회로 총집중 될 듯
김보성 기자 press@vop.co.kr 입력 2011-11-26 23:04:09 l 수정 2011-11-27 00:09:43
"한미FTA 폐기하라" 주말인 26일에도 500여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부산지역의 촛불이 타올랐다. 이날 저녁 7시 30분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문화제. 부산지역의 촛불 규모는 날이 갈수록 점점 확산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11월의 마지막 주말인 26일에도 부산 서면 중심가에서 ‘한미FTA 원천무효’ 촛불이 타올랐다. 부산 지역의 촛불은 지난 4일부터 시작돼 이날로 23일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기습 통과된 이후부터는 촛불 참가자가 500여 명을 넘어서는 등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미FTA 무효" 주말 부산 도심서 타오른 수백 여 촛불
이날 오후 7시 30분 서면 쥬디스 태화 앞. 한 손에는 ‘한미FTA 폐기하라’라고 적힌 빨간 손피켓과 또 다른 한 손에는 촛불을 든 500명(주최 측 추산)의 부산 시민으로 인도가 가득 찼다.
네티즌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노동자들부터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나온 가족, 손을 꼭 맞잡은 연인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한미FTA 날치기 처리는 원천 무효”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분노를 표시했다.
이번 촛불은 안타까운 소식부터 전해졌다. 사회를 본 홍기호 부산청년문화센터 대표가 행사에 앞서 “서울서 한 한신대 학생이 촛불집회를 참가하려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며 소식을 전하자 참가자들로부터 탄식이 터져 나왔다. 홍기호 대표는 “그 학생을 추모하고, 그 뜻을 반드시 이어가자”며 즉석에서 묵상을 제안했고, 참가자들도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홍 대표의 제안에 동참했다.
20일 가까이 촛불문화제가 이어지면서 참가자들도 ‘집회의 방향이나 정당에 대한 의견’까지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는 등 마치 만민공동회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한 30대 남성은 “한미FTA 폐기를 위해서 야권통합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인원과 방법으로는 더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면서 “180일 이내로 한미FTA를 폐기시켜내려면 매일 촛불을 들되 야권통합을 반드시 이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반자본주의 정당 지지를 호소한 참가자도 있었다. 자신을 “노동자”라고 밝힌 50대 남성은 “선거가 끝나면 위선자들이 판을 치는 정치를 이제는 갈아엎어야 한다”면서 “한미FTA의 본질은 1%만을 위한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제 거리정치와 노동자 민중의 정당이 필요하다”라며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노동자당을 건설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대해 회초리를 든 당원도 촛불 앞에 섰다. 김도현(25)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대학생 모임 대변인은 “민주당의 실수로 FTA를 막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사죄의 말부터 꺼냈다. 그는 “FTA로 의료보험이 민영화 되면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미국의 투자자에게만 유리한 시장구조가 형성되게 될 것”이라며 “반드시 한미FTA를 폐기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촛불과 마찬가지로 중학생도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밝혔다. 중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아무개(14) 학생은 “차를 많이 수출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하냐, 우리의 농부들을 지켜 식량주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냐”라며 “한미FTA가 본격화 되면 우리 농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비록 어리지만 할 말을 하겠다”면서 “한미FTA를 절대 반대한다”라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참가자들로 큰 박수를 보내며 격려하기도.
자유발언 중간마다 참가자들은 ‘한미FTA 폐기하라’, ‘명박 퇴진 비준 무효’, ‘한나라당 박살내자’ 등의 8박자 구호를 잇달아 외치며 촛불문화제의 열기를 높였다.
"한미FTA 폐기하라" 주말인 26일에도 500여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부산지역의 촛불이 타올랐다. 이날 저녁 7시 30분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상인들 “MB 한 표 찍었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때는 완전 달라질 것”경고
한미FTA 비준으로 생존권 위협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인들도 나섰다. 이정식 (사)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은 “시장밥만 20년째 먹고산 사람인데 한미FTA의 본질은 한마디로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보이겠지만, 한나라당이 상인들의 생존권을 3분 만에 날치기로 팔아먹은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정식 회장은 “부끄럽지만 저 같은 상인들이 사실 MB가 대통령되는데 한 표를 행사했다”며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는 완전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서구에서 온 20대 여성은 한미FTA 비준안 처리에 동참한 부산지역 16명의 한나라당 의원의 명단을 직접 출력해 나와 갈채를 받았다. 그는 16명의 의원 이름을 직접 읽으며 “부산서 날치기에 동참한 의원들의 명단을 유인물로 만들었다”면서 “내일부터 서구를 시작으로 이 유인물을 부산 곳곳에 배포하겠다”고 말했다.
한 20대 대학생도 “우리의 미래를 담보로 한 한미FTA는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라며 “농업과 수산업은 물론 기본산업이 무너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결코 없다”며 촛불참여를 목소리 높였다.
이날 행사 막바지에 홍기호 대표는 “월요일 언론인들도 동참해 촛불문화제가 열린다”며 “더 많은 촛불을 모아내자“고 호소했다. 덧붙여 홍 대표는 ”다음 주 1천 명, 아니 5천 명, 아니 1만 명을 모아 한나라당을 해체하러 가자”며 “매일 저녁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라고 마무리 발언을 전했다. 1시간 30분 가까이 계속된 이날 촛불은 9시께 자진해산을 끝으로 정리됐다.
이날도 경력을 배치한 경찰은 참가자들의 거리 진출 등 불법 시위를 적극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그러나 참가자들이 거리로 나오거나 불법 시위를 벌인다면 경고방송 후 바로 경력을 투입해 법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23일부터 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는 서면에 살수차량을 배치해놓은 상황이다.
한편, 부산지역의 촛불은 다음 주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역 야권과 시민사회진영은 오는 2일 오후 '한미FTA 원천무효 MB·한나라당 심판 부산시국대회(가칭)‘를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열 예정이다. 29일부터는 부산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사무실 17곳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도 진행된다.
김성익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 사무국장은 “다음 주 월요일 12월 2일 있을 부산시국대회 준비위가 꾸려질 예정”이라며 “이날은 노동계와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진영까지 모든 조직역량을 총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FTA 날치기 통과로 한나라당에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면서 “월요일에는 언론노조가 동참하기로 한 만큼 점점 촛불의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한미FTA 폐기하라" 주말인 26일에도 500여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부산지역의 촛불이 타올랐다. 이날 저녁 7시 30분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8박자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한미FTA 폐기하라" 주말인 26일에도 500여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부산지역의 촛불이 타올랐다. 이날 저녁 7시 30분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서울서 촛불집회에 참가하려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 한신대 학생을 떠올리며 묵념을 올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규모 커지는 부산 촛불 "MB퇴진, 한미FTA 원천 무효". 주말인 26일에도 500여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부산지역의 촛불이 타올랐다. 이날 저녁 7시 30분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 문화제의 모습.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주말인 26일에도 500여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부산지역의 촛불이 타올랐다. 이날 저녁 7시 30분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한 참가자가 한미FTA 날치기 처리에 동참한 부산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명단을 보여주며 발언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김보성 기자pres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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