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되돌리는 것만이 길이다”
[인터뷰]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상임대표 조해붕 신부
문양효숙 기자  |  free_flying@catholicnews.co.kr  승인 2013.08.23  19:32:48

2009년 11월, 이명박 정부는 ‘홍수 예방과 수질 개선, 부족한 물을 공급할 목적’으로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네 개의 강에 대규모 토목 공사를 시작했다. 사업의 이름은 ‘4대강 살리기 사업’.

‘4대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이라는 이름의 기공식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축사에서 “4대강 살리기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근원적으로 보호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며 “이는 수질과 생태를 복원하는 환경사업이자, 우리 삶을 여유롭게 해 줄 행복사업”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4대강 살리기가 성공한다면, 세계는 대한민국을 녹색성장의 선도국가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 그리고 국회의 예산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위법성 논란 등을 뒤로하고 시작된 공사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4시간 강바닥을 파냈고 트럭들은 모래를 실어 날랐다.

▲ 지난 7월 중순, 낙동강 강정고령보 인근 죽곡취수장 앞에서 촬영한 녹조 (사진 제공 / 정수근)

이에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들은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환경파괴는 물론이거니와 목적과 이유조차 납득할 수 없는 국책사업이었다.

2009년 12월, 사제와 수도자들은 이 우려의 목소리를 담아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를 꾸렸다. 4대강 사업으로 농지를 잃을 위험에 놓인 팔당 유기농업 단지 농민들과 매일 미사를 봉헌하며, 2010년 3월 8일에는 1,100여 명의 사제가 참여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 · 수도자 1차 선언’을 발표했다. 두 달 뒤에 이어진 2차 선언에는 5배에 가까운 5,005명의 사제 · 수도자가 동참했다. 이 목소리를 이어 그해 4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생명과 4대강 사업에 대한 주교회의 입장’을 공식 발표하고 4대강 사업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반생명적 사업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12년 임기 말, 4대강 사업을 완공했다. 정권이 바뀐 뒤 맞이하는 첫 여름, 강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맑은 물소리 내며 모래톱 위를 흐르던 강은 초록 거품을 내뿜는 ‘녹조라떼’가 되어가고 있으며, 침식으로 인한 붕괴사고가 이곳저곳에서 속출한다.

지난 7월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은 운하를 염두에 둔 공사”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낙동강과 남한강을 현장 조사한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은 8월 19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 사업 책임자들에 대한 ‘국민 소송’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조해붕 신부 ⓒ문양효숙 기자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이하 4대강 천주교연대) 상임대표 조해붕 신부(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는 책임자들에 대한 국민 소송은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사업을 주도했던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책임자들을 처벌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권력과 돈으로 점철된 대국민 사기극이 아닌가.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선례를 남기면 권력은 더 치밀해질 것이고 더 안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조 신부는 4대강 사업이 결국 완공되고 생태계가 아우성치는 현실은 가슴 아프고 비참하지만, “고난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이 첫 번째 조건임은 물론이다.

4대강 천주교연대는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3년 가까이 4대강 부실공사 피해, 비리 사례를 신고 받았다. 신고된 사례들은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4대강조사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청문회와 법적대응을 위한 기초자료가 되기도 할 테지만, 무엇보다 언론에 4대강 문제가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던 때에도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하는 상징이 됐다. 조 신부는 “교회가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더라도 활동하는 이들을 지원하고 과정에 동참하면서 문제의 본질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일정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교회가 밖으로 4대강 문제에 대해 직 · 간접적인 역할을 해나가면서 안으로는 신자들에게 복음적 삶이 무엇인지 제대로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문제는 결국 신앙의 문제”라는 것이다.

“신앙인이라면 창조질서 보존을 위한 삶을 고민하는 건 당연하다. 때로는 불가피하다고 생각되는 것일지라도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정말 필요하다면 어떻게 신앙적인 모습으로, 혹은 인간뿐 아니라 자연까지 더불어 공동선을 이루어갈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조 신부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 사회교리라는 큰 틀 안에서 교육이 중요하며,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신자들에게 교회 전체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4대강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교회의에서 지침서까지 나왔지만, 본당과 신자 개인에게까지 잘 전달되지는 못했다. 주교회의에서 4대강에 반대하는 문헌이 나와도 각 교구와 본당에서 그것을 중요한 삶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면 대체 무슨 의미겠는가. 공동선을 추구하는 교회가 자기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지난해 9월 3일 봉헌한 두물머리에서의 930번째 생명평화 미사. (왼쪽부터) 서상진 신부, 최덕기 주교, 조해붕 신부 ⓒ문양효숙 기자

조 신부는 “교회가 자본의 힘과 경제 논리에 밀려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이 가능했던 이면에는 사회에 만연한 개발지상주의가 있고, 신자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잘 살고 싶다’는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국가에서 무언가 외형적으로 멋진 것을 만들어 땅값이 올라갔다면 누가 반대하겠나. 그런데 그게 과연 누구의 돈이고 파괴된 것들은 무엇인지 아무도 말하지 않고, 말하지 않으니 모른다. 그러니 이익을 챙긴다고 하지만 사실은 우매한 게 아닌가. 커다란 보와 자전거도로가 지금 당장은 보기 좋을지 몰라도 그 다음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가. 그것 하나밖에 없다. 안타깝다.”

조 신부는 신자들에게 “지금의 삶이 과거에 비해 정말 더 윤택해졌는지 잘 생각해보라”고 권했다.

“우리가 언제부터 정수시설을 이렇게 많이 설치하고 많은 물세를 냈는가. 지금은 3급수인 한강이지만 해수욕을 할 수 있던 때도 있었다. 지금 정말 더 잘 살게 되었는가?”

조 신부는 4대강 사업의 해법은 “보를 해체하고 재자연화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인 면에서 유지비용보다 해체비용이 더 적게 들기도 하거니와, 영성적 측면에서 봐도 맞는 해법이라는 이야기다.

“인간도 상처받고 그 상처를 치유하면서 성장해가지 않는가. 자연도 그렇다.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은 스스로 복원하는 능력이 있다. 어렵겠지만 강과 땅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는 게 맞다.”

그는 “다만 4대강 사업이 ‘대국민 사기극’이니만큼, 무엇이 잘못인지 단계별로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며 “점진적으로 보를 해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신부는 “오래 걸리겠지만 4대강 문제는 끝까지 가야 한다”며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여기 진실이 있다’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대강 천주교연대는 9월 2일 오후 4시 경기도 양평군 문호리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도원에서 두물머리 1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한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해 9월 3일로 마무리한 930번의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를 기념하고, 생태학습장으로 거듭날 두물머리의 고민과 미래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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