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리' 캐다 보니 MB정부 실세 줄줄이 의혹
與당직자 출신 이씨 "박영준 前 차관에 6000만원 전달" 진술
'영포라인' 브로커 오씨 로비 때 거물급들 언급
檢, 지금까지 30명 구속… 수백명 수사 선상에
한국일보 | 부산 | 입력 2013.08.24 03:39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에서 시작된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가 전 정권 실세들을 겨누며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이 이명박 정부 당시 '왕 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53ㆍ수감중)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26일 소환 조사하기로 하면서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수사가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는 모양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 관계자는 23일 "상상력을 갖고 의심한 곳을 캐면 으레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엉켜 나온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품로비 대상으로 거론된 전 정권 실세들의 관련 혐의를 이미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발언이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측근이자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인 브로커 이윤영(51ㆍ구속)씨로부터 박 전 차관에게 6,000만원 가량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돈은 이른바 '영포라인 브로커' 오희택(55ㆍ구속)씨가 한국정수공업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처리 설비계약 유지 등을 위해 로비해주는 대가로 이 업체로부터 13억원을 받아 이씨에게 건넨 3억원 중 일부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른 사건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차관을 부산구치소로 이감해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 26일 박 전 차관을 소환 조사한다.

검찰의 수사는 박 전 차관에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웠던 UAE 원전 수출 사업에 당시 실세들이 깊숙이 관여했기 때문이다. 브로커 오씨가 한국정수공업에 금품을 요구하면서 로비 대상으로 이상득 전 의원과 이명박 정부 당시 장관 등 '거물'들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의 수사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5월 28일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에 연루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관계자 등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한전과 한수원, 대기업 간부, 전 정권 고위관료 등 30명이 구속됐으며, 수백명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수사의 출발점은 원전 부품 시험기관인 새한티이피였다. 이 회사는 고리 1ㆍ2호기, 한빛(영광) 1ㆍ2ㆍ5ㆍ6호기, UAE 브라카원전 1~4호기 등 국내외 원전 14기와 관련된 검증 용역을 맡아 진행하면서 필수검사를 아예 생략하거나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작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은 승인기관인 한전기술과 원전 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한수원 관계자들이 대거 연루된 '복마전 비리'로 확대됐다.

한수원 내 1,2인자로 불렸던 김종신(67) 전 사장과 박기철(61) 전 발전본부장(전무)이 원전업체들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잇따라 구속됐다. 이종찬(57) 한전 해외부문 부사장도 전 부하 직원인 송모(48) 한수원 부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역시 구속된 송 부장은 납품과 관련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총 10억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특히 자신이 근무하는 한전 건물 1층 로비에서도 돈가방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관련 업계의 금품로비가 뿌리깊게 관행화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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