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2번 불허에도 또 신청… 농어촌공사 ‘오기의 4대강 사업’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입력 : 2013-09-08 22:22:27ㅣ수정 : 2013-09-08 22:22:27

‘광주호 둑 높이기 공사’ 식영정 등 문화재 침수 우려

한국농어촌공사가 문화재청이 두 차례나 공사 허가를 반려한 ‘광주호 둑 높이기 사업’에 대해 세번째 심의를 요청키로 했다. 이 사업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계획됐다. 문화재청은 “주변 문화재의 심각한 가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담양지사는 “다음달 중 문화재청에 ‘담양 식영정 일원 광주호 둑 높이기 사업 국가지정문화재 현상 변경 허가 신청’을 다시 낼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국가지정문화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공사는 사전에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광주호 상류인 전남 담양군에 있는 식영정(息影亭)은 국가지정 ‘명승 제57호’다.

이 공사는 1976년 만들어진 광주호 둑을 81.25m에서 82.85m로 1.6m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농어촌공사는 현재보다 588만㎥의 물을 더 가둘 수 있어 재해 예방과 수자원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사가 끝나면 광주호의 만수위는 78.75m에서 79.85m로 1.1m 상승하게 된다. 수위 상승으로 광주호 상류에 있는 식영정 인근 도로가 침수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농어촌공사는 교량을 1.2m 높이는 등 물에 잠기지 않도록 도로 260m을 보강하는 공사를 하겠다며 ‘문화재 현상 변경 허가 신청’을 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도로를 높이게 되면 식영정 인근 풍경에 상당한 수준의 영향이 예상된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이 사업을 심의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광주호 둑 높이기 공사가 수위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식영정의 경관적 가치를 심각하게 저해하게 된다”면서 “이 공사는 농업용수 확보 목적이 아니므로 현상 변경 신청은 허용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변 도로가 달라지게 되면 진입공간과 주변 지형이 변해 식영정에서 바라보는 빼어난 경관에 상당한 수준의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무등산 국립공원 자락에 있는 식영정은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송강 정철이 이곳에서 가사 ‘성산별곡’을 지었으며 주변에 가사문학관과 한국의 전통 정원으로 유명한 소쇄원, 환벽당 등이 있다.

인근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539호인 광주 북구 충효동 왕버들군락에 대해서도 문화재청은 “습지의 수변 함유량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현상 변경 신청 시 식물생태 전문가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10월에도 문화재청에 허가를 요청했지만 같은 이유로 반려됐다. 

농어촌공사는 이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성수 농어촌공사 담양지사 광주호 둑 높이기 사업 사무소장은 “식영정 주변 도로 공사를 못하게 되면 둑을 높이더라도 담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상류 쪽 사업을 해야 한다”며 “문화재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줘서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다시 허가 신청서를 낼 예정이고 인근 지역주민 상당수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광주호 수위가 올라가면 문화재 훼손이 불가피하다. 지역민과 시민단체들은 광주호 둑 높이기 사업을 취소할 것을 사업 초기부터 요구해 왔다”면서 “4대강 사업으로 졸속 추진되고 있는 이 사업은 타당성이 없고 문화재청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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