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4대강 사업’ 성과” 보도...환경단체 “왜곡 홍보, 수익성조차 의문”
최종 계약 9월 체결, 수익성 해결 ‘의문’...태국 현지 공청회서도 ‘우려’
전지혜 기자 jh@vop.co.kr 입력 2013-09-06 10:41:33 l 수정 2013-09-08 18:51:55 기자 SNS http://www.facebook.com/newsvop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6월 24일~26일까지 태국 물 관리 사업이 펼쳐질 현장을 방문해 수자원공사의 현황 등을 소개했다.ⓒ환경운동연합 제공
‘4대강 사업’이 장마철 홍수를 방지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등의 효과를 달성했다는 내용이 태국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태국의 영어신문 ‘더 네이션(The Nation)’은 지난 4일 한국수자원공사(수공) 윤병훈 해외사업본부장과 이한구 동남아사업단 사업기획팀장의 발언을 인용해 4대강 사업과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방콕을 관통하는 차오프라야 강 유역의 홍수와 가뭄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수공 측이 태국 언론인들을 대거 초청해 4대강 사업을 홍보한 직후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태국 언론인 40여 명은 수공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4대강 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신문, TV,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온 언론인들은 강정고령보와 경인아라뱃길, 시화조력발전소, 소양강댐, 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 등을 둘러봤다. 수공은 이 과정에서 태국기자들에게 수자원공사의 사업 수행 능력과 4대강 사업의 효과 등을 전했다.
수공은 현재 ‘태국판 4대강 사업’으로 알려진 태국 물관리 사업 중 6조 1천억 원에 이르는 방수로와 저류지 공사의 최종계약을 앞두고 있다. 태국 물관리 사업은 2011년 방콕과 중부지역의 홍수 피해 이후 정치권에서 긴급 제안된 사업으로, 사업은 28개의 대형 댐과 대규모 저류지, 7개의 도시를 지나는 289km의 방수로 공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공, 태국 언론인에 4대강 사업 홍보...환경단체 “수공, 거짓말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 내용은 국내 여론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최근 4대강 사업은 이른바 ‘녹조라떼’와 농경지 침수 등 환경 피해, 부실 시공과과 리베이트 의혹 등으로 국민적 비판여론에 직면해 있다. 사업 시행 이전부터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던 대다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사업 내내 지적했던 문제들이 이제야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여론의 반영 없이 4대강 사업의 효과만을 강조하는 기사가 태국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상황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수공이 이들에게 참 많은 거짓말을 했다”며 수공 측의 태국 언론인 초청과 4대강 사업 홍보 소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염 총장은 “(수공은 태국기자들에게)4대강 사업은 성공했고, 수질은 더 좋아졌고, 홍수로부터 더 안전해 졌다고 했다”면서 “경인운하에 왜 배가 다니지 않느냐는 물음에 6년 내로 한강을 운하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이 크게 높아질 거라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염 총장의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최근 진행된 감사원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감사원은 올해 1월 17일 4대강 사업과 관련 문제점을 무더기로 쏟아내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당시 감사원은 설계 부실로 인한 보(洑)의 내구성 약화 등 안전성 문제와 수질, 홍수·가뭄 관리에서 복합적 문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즉, 4대강 사업이 ‘부실투성이’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감사원은 또 지난 7월 10일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고, 이 때문에 사실상 건설사 담합을 방조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대운하 추진을 위한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형사 고발 조치를 취하겠다는 국민고발단 모집까지 진행되고 있다.
“수익성 우려 삼성․SK 등 입찰 포기”...최종계약 앞두고 개선 여부 불투명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6월 24일~26일까지 태국 물 관리 사업이 펼쳐질 현장을 방문해 수자원공사의 현황 등을 소개했다.ⓒ환경운동연합 제공
태국 물관리 사업을 둘러싼 수공의 무리한 사업 진행은 왜곡된 홍보만이 아니다. 사업의 수익성조차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달 최종계약을 앞둔 수공은 이를 무시한 채 일방통행하고 있다. 국내 환경단체 등은 “태국 물관리 사업의 추진 상황이 2008년 말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됐을 때와 너무도 유사하다”며 걱정하고 있다.
태국 물 사업의 수익성은 이미 지난 6월에도 한 차례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태국 물관리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태국 정부가 토지 수용과 보상을 건설사가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최종 TOR(과업지시서)를 발표했고, 위험을 건설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있었다는 것.
이미경 의원은 “태국 물관리 사업의 계약 조건이 태국 정부의 보상 지연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이 예측되고, 통상 국내 건설사업과 달리 물가상승비 및 설계변경을 용납지 않는 예산집행 방식이어서 수익성을 우려한 일본·태국기업과 삼성·SK 등 우리 기업도 입찰을 포기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수공이)사업을 수주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계약 조건의 불합리함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물 타기용으로 태국정부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해 사업을 진행할 경우, 수공은 더 많은 부채만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다소 불합리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사업성을 자세히 검토하여 가격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수공은 태국정부와 가격협상을 마무리 짓고 태국 정부가 선정한 사업관리·시공감리 회사인 프로젝트 관리 컨설턴트(PMC) 업체와 각종 보상 문제, 공사 대금 지급, 공사 지연 시 귀책 문제 등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수공도 국내 업체들이 수익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 중 서 장관의 발언처럼 ‘불합리한 구조’가 개선됐을지는 불분명하다. 수익성 보장 없이 4대강 사업 노하우를 수출한다는 의미를 두고 국익을 앞장세워 계약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다. 태국 물관리 사업이 수익성보다는 4대강 사업의 오명을 씻기 위한 국면전환용 수주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태국 현지에서도 일방적인 사업 진행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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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은 6월 24일~26일까지 태국 물 관리 사업이 펼쳐질 현장을 방문해 수자원공사의 현황 등을 소개했다.ⓒ환경운동연합 제공
물관리 사업과 관련 태국 현지 환경단체와 주민들도 일방적인 추진을 걱정하고 있다. 태국 정부가 7일부터 진행키로 한 공청회가 실질적으로 주민 여론을 수렴할지 확실치 않고 형식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공청회 자체가 애초 사업 진행 절차에 포함됐던 것이 아니라 환경단체 등의 요구하에 진행됐기 때문에 나온다. 지난 6월 27일 태국 중앙 행정재판소는 정부에 물관리 프로젝트 및 홍수 기반시설 계획사업을 시작하기 전 공청회를 열도록 명령했다. 세계온난화협회 스리수완 자냐 회장과 방콕, 빠툼타니 및 아유타야 지역 주민 등 45인은 물관리 프로젝트 취소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사업을 시행하기 전 환경 영향평가 및 여론 수렴을 위한 주민 공청회를 실시하라고 판결한 것.
법원은 양측에서 제출한 증거 자료 및 보고서를 자세히 검토한 후 법에 따라 총 9개 모듈과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공청회가 끝난 후에 종합계획에 따라 모든 프로젝트 공사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청회는 약 2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이며, 이 사업과 직접 연관되거나 사업 시행으로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37개 주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과연 국내에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거론되는 4대강 사업이 태국으로 수출돼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또 수공이 이 사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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