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4대강 수사 발표, 비리로 점철된 MB정부 맨얼굴
현대건설 등 22명 기소…정관계 비리 넘어 MB까지 겨냥할 수 있을까?
남빛나라 기자 기사입력 2013-09-24 오후 6:06:13 

 지난 넉 달 동안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건설사 11곳의 전·현직 임직원 2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검찰 특수 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24일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공사 입찰에서, 들러리 업체를 세워 경쟁 입찰을 가장하고 입찰가를 담합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담합이 일어난 입찰 과정에서 들어간 4대강 사업 관련 국가 예산만 무려 3조 8000억 원에 달한다.

"대형 건설사, 국가 예산을 들러리 입찰 비용으로 낭비"

해당 회사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중공업, 금호산업, 쌍용건설 등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중 수주 물량 상위 6개사(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는 지난 2008년 12월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착수한 직후부터 공사 물량을 나눠 갖기로 사전 합의를 거쳤다. 이후 2009년 2월에서 6월에 발주된 16개 보 공사에서 상위 6개사를 포함한 8개사가 14개 공구를 배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회사는 '대운하 민간 건설사 컨소시엄'의 핵심 멤버들이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이들은 지난 2009년 7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낙동강 하구둑 배수문 증설, 영주 및 보현산 다목적댐 등 3개 공사에서 입찰을 담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이번에 기소 대상이 된 건설사 중 8개 건설사는 턴키(일괄 공사) 입찰에서 일부러 낮은 설계 점수를 받을 '들러리' 회사까지 정했다. 들러리 역할을 맡은 회사는 일부러 낮은 설계 점수를 유도해 상대 회사에 이득을 줬다. 또 입찰 가격도 낙찰이 예정된 건설사의 요구대로 써줬다.

검찰은 "구조화된 담합 관행이 대형 국책 사업에 그대로 적용된 사안"이라며 "대형 건설사들이 다른 공사에서도 '자율조정', '정보교환' 등을 명분으로 담합을 시도해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은 "담합 혐의가 확인된 14개 보 공사에서 지급된 설계 보상비의 총액은 293억 원에 이른다"며 "결국 턴키 입찰에서 탈락한 건설사들의 설계비용을 보전해 줌으로써 보다 많은 건설사의 입찰 참여를 유도하고 설계수준을 높이기 위해 조성된 국가 예산이 들러리 입찰 비용으로 낭비된 것"이라고 이번 사건을 규정했다.

검찰, 정관계 비리 넘어 MB까지 겨냥할 수 있을까? 

이번 수사 결과 발표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검찰의 '향후 계획' 부분이다. 4대강 사업 담합 관련 핵심 인물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해나가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담지돼 있다. 4대강 사업이 전임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만큼, 관련자 대다수는 'MB맨'들이다. 검찰의 수사가 이들을 둘러싼 검은 고리를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청계천 신화'를 만들어냈던 'S라인(서울시청 출신 MB 측근)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이다. 그는 지난 3일, 설계업체 유신코퍼레이션 유모 회장으로부터 청탁 대가로 1억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에서 '한반도 대운하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자타공인 'MB맨'이다. 이 태스크포스는 이번에 담합이 적발된 '대운하 민간 건설사 컨소시엄'과 한 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건설사 담합과 이명박 전 대통령 핵심 측근의 연관 관계가 이번 수사로 드러난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 사장이 4대강 사업 비리 관련 '정관계 로비'의 핵심 고리로 지목한다. 장 사장의 '윗선'이 누구인지 여부도 검찰이 밝혀야 할 과제다.

최근 불구속 기소된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에게도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국내 주요 건설사 6곳이 1차 턴키 공사를 수주할 때 입찰 가격의 사전 조율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0월에는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되기도 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계류 중이다.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김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현대 인맥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의 비자금 수사도 남아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12월, 이 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대우건설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가 사장으로 부임한 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대우건설의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2일에는 민주당 임내현 의원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대우건설이 조성한 비자금에 대해 검찰이 알고도 덮으려고 한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임 의원은 대우건설이 낙동강 칠곡보에서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가 8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서민들의 일상에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숫자의 돈이 부패한 정권과 재벌의 농간에 움직인 것인데, 국가적 규모의 돈이 오가는 범죄가 단순히 재벌기업간의 유착으로만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와 같은 일의 막후에는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개입돼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이 모든 진실의 화살이 향하는 방향은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국민 앞에 나와 진실을 밝히고 죄값을 치러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이 전 대통령이 '배후'임을 주장했다.
 
/남빛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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