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건설사 담합, 국고 1조 넘게 챙겼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입력 : 2013-09-24 22:35:24ㅣ수정 : 2013-09-24 23:07:37

검찰, 대형건설업체 11곳 전·현직 임원 22명 기소

수십조원 규모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건설사들이 광범위하고 상습적인 입찰담합을 벌여 막대한 국고가 낭비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건설사들의 담합이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와 한강 아라뱃길 공사 등 다른 대형 국책사업에서도 이뤄졌다고 보고 추가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24일 4대강 공사의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조작하고 경쟁입찰을 방해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및 형법상 입찰방해)로 대형 건설사 11곳의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해당 회사는 현대·대우·GS·SK·포스코·쌍용건설과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삼성중공업, 금호산업 등이다. 회사 대표급 중에서는 현대건설 김중겸 전 사장과 대우건설 서종욱 전 사장이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현대건설 설모 전 본부장 등 4개 건설사 전·현직 고위 임원 6명은 구속기소됐다.

▲ 사업수립 직후 ‘입맞춤’ 14공구 통째 경쟁입찰 무력화
6곳은 ‘지하철 담합’ 재판중에도 ‘4대강 담합’ 저질러
져 준 업체는 설계보상 수백억 챙겨… 아라뱃길도 수사

검찰 조사 결과 현대·대우·GS·SK건설과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 6곳은 2008년 12월 정부가 4대강 사업 계획 수립에 착수한 직후부터 공사 물량을 나눠 갖기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6개사는 일정한 공사 지분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다른 건설사들을 끌어들여 19개 건설사 모임을 결성, 2009년 2~6월 발주된 14개 공구의 공사를 배분했다.

건설사들은 ‘들러리 업체’와 ‘가격 조작’을 이용해 사실상 경쟁 없이 낙찰을 받았다. 턴키입찰은 설계와 가격 점수를 합산해 낙찰자를 결정한다. 들러리 업체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속칭 ‘B설계’를 제출했다. 낙찰이 예정된 건설사의 요구대로 입찰가를 써냈다. 응찰 가격의 차이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수준을 넘지 않아, 가격 점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정상적인 설계를 제출한 업체가 ‘B설계’를 낸 들러리 업체를 누르고 낙찰을 받는 식으로 담합이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완전히 져주기 담합’은 입찰제도를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담합 중에서도 정도가 가장 심하고 가벌성이 가장 높은 유형”이라고 밝혔다.

낙찰에 실패한 들러리 건설사들은 제도를 악용해 설계 비용을 보전받았다. 보다 많은 건설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설계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입찰에서 탈락한 건설사들에는 ‘설계 보상비’가 지급된다. 어차피 떨어질 것을 알고 있는 들러리 건설사들은 설계 보상비를 미리 계산, 이를 넘지 않는 선에서 설계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합 혐의가 확인된 14개 공구에서 지급된 설계 보상비는 총 293억원이다. 공정한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에 지급돼야 할 국고가 담합에 참여한 들러리 건설사들의 입찰 비용으로 낭비된 셈이다.

현대·대우·GS·SK건설과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6개 건설사는 2004년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6개 공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4대강 사업에서 담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사들의 담합이 이뤄진 4대강 공사 구간의 사업비는 3조8000억원으로 1조원 이상의 국고가 낭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공사의 평균 낙찰률은 예정가의 60~70%인데, 이번에 담합이 적발된 공구의 낙찰률은 대부분 90% 이상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부 건설사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공사와 무관하게 지출된 돈도 공사비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담합을 벌인 대형 건설사들이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와 아라뱃길 공사에서도 담합을 벌인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과 아라뱃길 사업은 각각 2조2000억원, 2458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이다. 검찰은 4대강 건설 및 설계 업체들의 비자금이나 로비 의혹도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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