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여의도에 5만 운집...“12월 10일 100만 모이면 한미FTA 막는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한미FTA 무효 나는꼼수다 진행
30일 오후 여의도광장에서 한미FTA 관련해 '나는 꼼수다' 특별 공연이 진행 멤버4인방이 출연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여의도 광장의 나꼼수
3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 서울 콘서트에 수만의 관중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한미FTA를 반대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정봉주 의원이 손을 흔들며 무대 위로 등장했다. 이어 김어준 총수, 김용민 교수, 주진우 기자도 환호성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8시, 여의도 공원 광장에서 ‘나는 꼼수다’(나꼼수) 공개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시각 '나꼼수' 여의도 공연장에는 5만여 명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주변에 있는 벤치 등에 올라가 까치발을 들고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시민들은 손에 ‘한나라당 해체하라’, ‘한미FTA 비준 무효‘라고 쓰여 있는 빨간색 피켓을 들고 머리에는 ’FTA 무효‘라고 쓰인 고양이 가면을 쓴 채 환하게 웃으면서 여의도를 찾은 ’나꼼수‘ 주인공들을 맞이했다. 

정봉주 의원이 “’BBK 스나이퍼’에서 ‘FTA 스나이퍼’로 보직 변경한 정봉주입니다”고 자신을 소개하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김용민 교수는 '나꼼수' 여의도 공연이 진행되는 도중 종종 조현오 경찰청장 성대모사를 하기도 했다. 최근 한미FTA 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경찰이 강경진압을 하면서 비난을 사고 있고 있는 가운데 “물을 쏠 수 있습니다. 남는 게 물 밖에 없어”라고 하는 김용민 교수의 성대모사는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김어준 총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소송 많이 당하는 기자. 최근 하루에 두개씩 소장을 받고 있다”며 주진우 기자를 소개했다. 

‘오늘도 한 장 받았다’는 주진우 기자는 “절대 쫄지 않았다”며 “촛불 때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소송을 남발하면서 국민들을 협박했었는데 옆에 서서 같이 책임져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답변서나 진술서를 써내겠다. 절대 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관객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나꼼수’ 주인공들은 관객으로 가득 찬 여의도 광장을 내려다보며 “(오늘 모인 인원이) 경찰 추산 3천명이라고 보도가 나왔다. 여기 아스팔트만 차도 5만 명, 오늘 도합 100만 명 모였다”면서 “국민들 화나게 하면 100만 명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이날 공연에 의미를 더했다.

‘나꼼수’와 관객들은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던 ‘내곡동 가까이’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개사한 노래인 ‘기쁘다 가카 오셨네’를 따라 부르며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기도 했다.

“총·대선까지 못 기다린다...12월 10일 100만 모이면 발효되기 전 폐기 가능”

'나꼼수' 여의도 공연은 게스트로 출연한 야당 의원들의 무대와 흥을 일으키는 가수들의 무대로 꾸며졌다.

관객들이 외치는 연호 속에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 최재천 전 의원, 심상정 전 의원이 등장했다. 이들은 한미FTA 강행 처리를 강하게 비난하며 반드시 폐기시키겠다는 강한 투쟁 의지를 보였다.

나꼼수 한미fta 날치기 무효
30일 오후 여의도광장에 모여 '나는 꼼수다' 특별 공연에 참석한 시민이 한미fta 날치기 무효 손 피켓을 들고 있다. ⓒ김철수 기자

정동영 최고위원은 “조중동이 아침·저녁으로 저한테 화살 쏜다. 전 비판 환영한다. 왜냐하면 한미FTA를 저지하는 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가장 큰 소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FTA의 목적은 한미 간 자유무역 확대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서 한국의 법과 제도, 관행을 미국식으로 뜯어고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있다”며 “이것을 막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나꼼수’가 죽지 않으면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테러리스트’라고 소개받은 김선동 의원이 마이크를 이어 받았다. 관객들이 ‘김선동’을 큰 소리로 연호하자 정봉주 전 의원은 “테러리스트를 보고 환호한다”며 짓궂게 굴었다.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 될 당시 의장석에 최루탄을 던져 화제가 된 김선동 의원에게 정봉주 의원은 “왜 불발탄을 만들었냐”면서 “제대로만 던졌어도 비준안은 통과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야단을 쳤다. 

최루탄을 던진 후 눈을 감고 서 있던 모습에 대해 정봉주 전 의원이 “매우니깐 혼자서 눈 감고 그러고 있었었던 것”이라고 말하자 김선동 의원은 “그게 아니다”면서 “터지자마자 뒤로 돌아서 (부의장에게) ‘산회를 선포하시오’라고 말하고 기다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정봉주 전 의원이 “.왜 불발했냐니깐 ‘선동’만 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어준 총수가 “목소리만으로 검색어 1위에 오른 사람”이라고 다음 게스트를 소개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이정희”라고 외쳤다.

이정희 대표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경제위기가 오고 SSM 규제법 등 법률을 만들었는데 한미FTA에는 반영이 안 돼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미래를 헌납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김어준 총수는 “그럼 일반 국민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이정희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요만큼 해서 발효를 사흘 늦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막는 길은 단 하나”라고 밝혔다.

'나꼼수' 여의도 공연을 찾은 관객들이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정희 대표는 “하나는 발효된 다음에 총·대선에서 정권을 바꾼 뒤 폐기시키느냐, 아니면 기다리지 말고 지금 못시키게 하냐는 것인데 두 번 째가 좋다”면서 방법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오늘 이곳에 10만 명 정도 모인 것 같은데, 오는 12월 10일 여기에 100만 명이 모이면 발효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게 우리가 해야 할 것”이라며 “마음만 내지 말고 나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선동 의원도 “100만 명 모이면 막을 수 있다”고 동조했다.

수많은 시민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한미FTA 무효를 함께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30일 오후 여의도광장에 모여 '나는 꼼수다' 특별 공연에 참석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나꼼수' 여의도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비가 와서 젖은 땅 위에서도 3시간 끊이지 않고 진행된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은 계속 더 늘어났다. 밤이 깊어가자 곳곳에서는 촛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나꼼수 “한미FTA 폐기하는데 최전방 공격수가 되겠다”

이날 '나꼼수' 여의도 공연의 진행을 맡았던 탁현민 교수는 마지막 인사를 하며 “여러분들이 싸우지 않으면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 편이 아니다. 여러분들 속한 곳에서 싸우면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당신들의 편이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온 뒤 지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고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여러분들은 더이상 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자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여의도 광장을 장식한 ‘나꼼수’ 주인공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 마무리 인사를 했다. 이날 무대 위에서 입담을 과시했던 이들은 마지막 무대에서 만큼은 진지한 모습으로 한미FTA 폐기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이들을 응원하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주진우 기자는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대통령 안에 국민은 안중에 없다”면서 “이제 국민이 분노하고 저항해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으라고 알려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용민 교수는 “한나라당 의석이 한 석도 없는 꿈을 꾼다. 정체불명인 민주당이 모두 없어지는 꿈을 꾼다”면서 “한 놈도 남기지 맙시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봉주 전 의원은 “가카가 한미FTA 비준을 조인하는 날, 하늘도 울고 대한민국도 울었다”면서 “정치인으로서 한미FTA를 막아야 하는 현장에 있지 못한 것에 책임지겠다. 여러분들의 분노를 가슴으로 온전히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BBK스나이퍼’를 벗고 ”FTA스나이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이기는 싸움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여러분들 앞에 최전방 공격수가 되어 현 정권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 분명히 보여주겠다”고 투쟁 의지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어준 총수는 “한미FTA는 생각보다 장기전이 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것”이라며 “지치지 않게 나꼼수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정권은 우리를 쫄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니들이 쫄 차례이다”고 외치자 관객들이 통쾌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나는꼼수다 여의도 특별공연 한미fta 무효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한미FTA 무효를 함께하는 시민들이 30일 오후 여의도광장에 모여 '나는 꼼수다' 특별 공연에 참가 버라이어티 가카 헌정콘서트가 진행되기 한시간 전부터 자리가 없다. ⓒ김철수 기자

‘나꼼수’ 여의도 찾은 관객들 “영향력 대단...한미FTA 폐기 집회 나올 것”

이날 '나꼼수' 여의도 공연에 모인 5만여 명은 "더 이상 지고 싶지 않다. 이길 때 이기겠다"고 외치며 오는 12월 10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7년간 외국에서 살다가 왔다는 송모(40.여)씨는 “이명박 정권은 임기 초기부터 지금까지 부자만을 위한 한미FTA를 추진해왔다. 치가 떨린다”며 “이명박 정권이 지금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어떤 방법으로도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꼼수’ 여의도 공연을 보기 위해 나왔다는 윤혜민(39)씨는 “한미FTA를 미리 막지 못해 아쉽지만 앞으로 정권 바뀔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계속 한미FTA 촛불집회에 참석해왔다는 회사원 배요한(30)씨는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 봤다. 지하철에서 나와 걸어오는데 '나꼼수' 여의도 공연을 오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며 “한미FTA 문제에 관해 ‘나꼼수’의 영향력이 대단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미FTA폐기 집회가 있을 때마다 나올 것”이라며 “친구들도 같이 나가자고 설득하겠다”고 한미FTA 비준 발효 저지를 위한 의지를 밝혔다.

‘나꼼수’ 여의도 공개 공연은 오후 10시30분께 마무리됐다. 

한미fta 규탄한다.
30일 오후 여의도광장에서 한미FTA 관련해 '나는 꼼수다' 특별 공연이 진행 시민들이 한미 fta 규탄하는 아이패드를 들고 있다. ⓒ김철수 기자

인산인해
30일 오후 여의도광장에서 한미FTA 관련해 '나는 꼼수다' 특별 공연이 진행 수많은 시민들이 앉아서 서서 참석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