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잔혹사의 모습들
[흘러야 강이다 ⑤]죽고, 잠기고, 무너지고
By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 (사)대한하천학회 이사 / 2013년 9월 27일, 3:03 PM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주로 수질과 수생태계 등 기존의 하천 환경문제들의 주류-그러나 사업의 방향은 지금까지의 정책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에 해당하는 얘기였으며, 앞으로의 대재앙에 대한 예고에 가까웠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건설 과정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인간에게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
홍수피해를 줄이겠다던 4대강 사업은 오히려 전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재해를 유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해들은 애초에 수리수문적으로 잘못 설계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인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또한 짧은 기간 동안 전 국토에 걸쳐 무리한 일정으로 사업을 강행하며 발생한 건설노동자들의 수십 건의 사망사고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탕뛰기’,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
▲ 2010년 여름 낙동강 모습
건설사의 다단계식 하청 및 속도전의 문제는 하루 이틀 사이의 일도 아니고 4대강 사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4대강 공사는 지금까지의 토목 사업들과 규모 면에서나, 속도 면에서나 차원이 달랐다.
대통령의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겠다는 명확한 목표 하에 24시간 밤샘작업, 장마기간 및 혹한기 중 공사 등 상식에서 벗어난 일정을 강행하였다. 이를 위해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까지 제정하였다. 불법 계약으로 ‘탕뛰기’를 하는 덤프트럭 기사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과속, 과적 운행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굴삭기 기사들은 불법 개조 및 여러 가지 불법 행위들을 강요받았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무수히 많이 발생하였으며, 공사기간동안 총 2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사망사고의 주된 원인은 협착, 교통사고, 지반침하 및 장비 전복 등으로 인한 익사, 추락 등이었다.
이에 건설노조는 4대강 속도전을 간접 살인으로 규정했으며, 실제 공사장에서는 위험천만한 순간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어 언제 사고가 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망사고의 원인을 노동자들의 과실 탓으로 돌렸다.
▲ 중심을 잃은 굴삭기
▲ 덤프트럭을 굴삭기가 끌어올리고 있다.
▲ 폭우에도 공사는 계속 되었다.
공사중 무너진 호국의 다리, 그러나 지금도…
4대강 공사 중 다리가 무너진 사례도 많았다. 그 중 2011년 6월 25일에 무너진 낙동강 본류 왜관철교(호국의 다리) 붕괴 사고는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다리였으나, 다행히 새벽에 사고가 일어났고 빠른 신고로 출입을 통제해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역시 비가 많이 와서 발생한 천재지변이라며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부정하기에 급급했지만, 당시 강수량이 아주 많지 않았음에도 6m 깊이로 준설을 한 지점이어서 물살이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사업 후 준설에 따라 물살이 빨라질 것에 대비해 각 교량들에는 교각보호공을 설치를 했으며, 다리 규모에 따라 수십 내지 수백억씩의 예산이 소요되었다. 왜관철교 역시 교각 보호공을 설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여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었다.
▲ 2011년 6월 25일 새벽 무너진 왜관철교(호국의 다리)
더욱 많은 교량 붕괴가 일어난 곳은 공사장이 아니라 공사 구간으로 유입되는 지천의 합수부 인근에서 발생했다. 본류의 바닥을 6m로 깊게 파내면 본류와 지천 하상(river bed) 높이가 더욱 차이가 나게 되며, 이로 인해 유속이 빨라져 침식이 발생한다. 이러한 침식이 흐름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역행침식’이라고 불린다. 역행침식의 영향을 받는 지천 부분은 4대강 공사구간 밖이며, 따라서 교각보호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사기간동안 여주 신진교, 용머리교 등 붕괴 되었거나 붕괴 위험이 발견된 교량이 다수 있었다.
▲ 준설공사 후 역행침식과 지천 교량의 붕괴
▲ 2011년 7월 28일(좌)과 8월 17일(우)의 용머리교. 4대강 공사중 단기간에 붕괴가 급격히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신고 후 관련 없는 구제역 표지판으로 통행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공사가 끝난 올해 장마철, 남한강 지천 용담천의 전북교가 붕괴되며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는 변화된 본류와 지천의 위상관계가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으며, 본류의 큰 공사의 문제점 때문에 훨씬 많은 지천에도 공사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잠기는 농경지
▲ 공사기간 중 침수되었던 성주 참외(좌) 및 완공후 발생한 합천 수박(우)
공사기간동안 발생한 사고 중 성주에서는 특산물인 참외 하우스가 대량 침수되는 일이 있었다. 그 사례는 준설토 적재 및 공기 단축을 위해 제방을 잘못 트며 휩쓸려간 준설토가 배수펌프에 문제를 일으키며 발생한 사고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공사 기간 중 발생한 사고들은 천재지변이며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홍수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완공 후 보에 담수를 시작하고 침수가 되어 농사를 망치는 지역이 여러 지역 나타나고 있다. 보 상류에 담수가 되어 수위가 올라가는 지역 중 겨울 하우스 밭농사를 지어 특산물로 판매하고 있는 지역이 상당수 있으며, 이 중 관리수위 이하의 고도에서는 제방이 있다 하더라도 지하수위가 상승해 침수가 발생하여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지역 주민들은 사업 이전부터 침수를 예상하고 보상을 요구했으나 수자원공사와의 예상침수면적 예측이 크게 차이가 나 갈등을 빚어 왔다.
▲ 2011년 장마기간 잠긴 농경지를 바라보는 합천 주민
구조적 문제, 늘어나는 예산,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비리나 담합, 속도전을 위해 낭비된 예산을 차치하고라도 공사 중이나 이후의 피해를 메꾸기 위해 요구되는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발생하는 문제들이 단순히 일회성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땜빵식 방안으로는 반복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2011년 공사기간 중 병성천 제방의 반복되는 공사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부풀려 겨우 경제성을 확보한 사업에 어마어마한 수질개선 비용, 하상 세굴 등의 보강공사비용, 지천 보강사업비용 등을 합치면 이만저만 마이너스 사업이 아니다. 정말 문제는 이 계산에는 노동자들의 죽음, 인간 이외의 수많은 생명들의 죽음, 습지 파괴 등은 포함되지도 않았으며, 그렇게 돈을 쏟아 부어도 해결 될 수 없는 문제가 더 많다는 것이다. 4대강 본류에서 실패한 정책을 은폐하기 위해, 지천까지 파괴하게 되면 그 영향은 우리가 영영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우리는 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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