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오른팔'까지.. 청와대 人事트라우마
국민일보 | 입력 2013.09.30 04:59

'친박핵심' 진영 업무복귀 거부에 당혹

청와대에 또다시 '제2의 인사 참사(慘事)'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잇따라 터졌던 장·차관급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낙마사태가 진정된 지 5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받지 않은 사퇴'와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 수리로 청와대와 정부가 동요하고 있다.

특히 진 장관의 항명 파동은 친박근혜계 핵심인물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이 청와대와 갈등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파장의 골과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3∼4월 인사 참사가 검증과정에서의 실수 차원이었다면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보다 믿었던 '오른팔'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9일 "정권 초반부를 인사 '사고'와 함께 시작한 박근혜정부가 이제는 총체적인 인사 '위기'를 맞고 있다"며 "새 정부 국가정책 골간을 설계한 사람이 저리 자빠지는데 대통령이 믿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인사는 "일개 기업의 과장·대리도 그만둘 때 자기 할 일은 다 하고 사장 허락은 받고 나간다.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극도로 자제하면서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 27일 사표를 반려할 때 "대통령의 뜻"이라고 분명하게 밝혔음에도, 진 장관이 직원 결혼식에서 공개적으로 사퇴 고수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당혹스러움이 크다. 게다가 복지부 조직 전체가 진 장관 입장만 대변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에도 경악하는 분위기다. 야당의 '복지 후퇴' 공세가 갈수록 커지는데 최일선에 있는 부처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채 총장 사표 수리건도 청와대를 힘겹기 만드는 '태풍의 눈'이다. 단지 채 총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개혁과 국가정보원 개혁문제까지 맞물려 민심이반을 재촉할 수 있다.

당장 청와대는 공석이 된 검찰총장을 비롯해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장·차관급 후임자를 10월 중 결정해야 한다. 이와 맞물려 각 정부 부처 수장 교체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설과 국정 실적을 낳지 못한 일부 장관들에 대한 교체 요구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당 안팎에서 경기지사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고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복지공약 후퇴의 원인이 된 세수부족에 대한 책임론에,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실적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3년간 재임한 데다 군 수뇌부 인사도 마무리돼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전언이다.

결국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집권 1년차에 중폭 이상의 개각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계속 몰리는 형국이다.

신창호 유성열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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