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대통령 기록물’ 무단 공개 ‘사전 기획’ 드러나
등록 : 2013.09.30 08:16수정 : 2013.09.30 08:34
‘댓글 사건’ 송치 다음날 ‘정상회담 대화록’ 유권해석 요청
서기호 정의당 의원 자료 공개, “개혁 여론 물타기 목적”
국가정보원이 지난 4월 자신들의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곧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추정 발언’이 담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대화록)을 공개해도 괜찮은지 국가기록원 등에 문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애초 ‘엔엘엘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시나리오’라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6월17일 발언 때문에 조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그보다 두 달 앞선 시점부터 공개를 위한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국정원은 또 이 과정에서 국가기록원이 “대화록은 대통령기록물로 취급·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공개 불가’ 의견을 밝혔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입수해 29일 <한겨레>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정원은 4월19일 국가기록원에 공문을 보내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 기관이지만 보좌기관은 아니므로 국정원이 생산한 기록물이 대통령기록물인지 논란이 발생한다”며 “국정원이 작성·보관 중인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또 5월8일엔 법제처에도 같은 내용의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는 국정원이 대화록을 무단 공개할 경우 발생할 위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명분’ 찾기에 나선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국정원이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의 유권해석을 요청한 시점은 불법 대선개입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된 바로 다음날이다. 검찰이 강력한 수사 의지를 드러내고, 여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자 국정원이 대선개입 사건에 쏠린 관심을 희석시키려고 4월19일부터 대화록 공개를 위한 법적 근거를 찾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국가기록원과 법제처가 국정원 보관 대화록이 국정원장의 승인이 있으면 열람·공개가 가능한 공공기록물이라는 법적 해석을 내놓지 않았는데도, 6월20일 무단 공개를 강행했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은 4월에 의뢰한 국정원의 유권해석 요청에 대한 답변서에서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대화록과 동일한 기록물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도 존재한다면, 국정원이 보관하는 기록물도 대통령기록물에 준해서 관리돼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제처는 5월21일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서 국정원의 요청과 관련해 “정치적 현안이 되어 있는 사건이므로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치 않아 (판단을) 보류한다”고 의결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6월20일 여야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국정조사하기로 합의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그날 오후 곧바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만 대화록 발췌문을 단독 열람시킨 데 이어 24일엔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다. 서 의원은 “국정원은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을 물타기하고, 진보·보수 간 정치적 공방을 야기하여 국면을 전환할 목적으로 대화록 공개를 사전기획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국가기록원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사실을 모르며, 요청했다고 해도 왜 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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