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사건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  [316호] 승인 2013.10.07  17:48:12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거짓말은 삶의 한 조건이다”라고 주장했다. ‘밥 한번 먹어요’ 혹은 ‘잘 지내요?’ 같은 별것 아닌 인사에도 ‘예’ ‘그래요’라고 답하니, 거짓말도 일상의 부분이라는 거다. 이렇게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는 ‘일상적인 거짓말’은 공동체에 큰 피해를 끼치지 않아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사회화 과정에 문제가 생긴 사람은 갈등이나 위기 상황을 나쁜 거짓말로 모면하려는 습관을 키우게 된다고 본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 페이스북 화면 캡처>
< 페이스북 화면 캡처> ⓒ연합뉴스

‘탁 트인 한강을 끼고 달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10월2일 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수심을 5~6m로 굴착하도록 직접 지시한 문건을 발표했다. 수자원 확보와 수질 개선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같은 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가운데 하나인 북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공개했다.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헬멧과 고글, 팔다리 보호대도 완벽하게 착용한 모습이었다. 당장 “부디 안전하시라” “북한강 녹차라테 한잔 대접하자” “힘든 일을 앞두고 심신 단련하기는 자전거 타기가 최고”라는 격려가 쇄도했다.


사람의 뇌는 거짓말 같은 나쁜 행동을 했을 때 불안·초조·부끄러움 같은 감정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역시 대단하신 분이다. 이 전 대통령이 탄 자전거는 바퀴 축에 모터를 달아 개조한 440만원짜리 전기 자전거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는 외부에서 동력을 지원받기 때문에 자전거 전용도로에 진입할 수 없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전거는 사람의 힘으로 페달(손페달)을 사용해 움직이는 차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법을 어긴 데 대한 부끄러움이 전혀 없으신 듯하다. 오히려 조만간 전기 자전거를 일반 자전거로 분류하는 법안을 마련하실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진을 자세히 보라, 당당히 역주행까지 하고 계시지 않은가!

‘나쁜 거짓말’이 습관이 된,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에게 심리 치유를 권하고 싶다. 니체는 “거짓말은 삶의 조건이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즐기는 괴물이 되어도 좋은 것은 아니다. 괴물을 쫓는 자, 그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원회 이미경(오른쪽), 박수현 의원이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과 관련한 국토교통부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원회 이미경(오른쪽), 박수현 의원이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과 관련한 국토교통부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4대강에서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을 5∼6m가 되도록 굴착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3.10.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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