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대선 전 22만명에 ‘보수정권 재창출’ 교육
등록 : 2013.10.09 22:02수정 : 2013.10.10 09:04 

강의 교재 전국 지청에 배포. 직장인·학생 상대 1411회. “진보정부 들어서면 변방으로 몰락” 강기정 의원 “고발 검토”

국가보훈처(처장 박승춘)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난해 ‘진보정부가 들어서면 통일을 추진하지 않고, 중국의 변방으로 몰락할 수 있다’는 등 보수정권 재창출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내용의 교재를 만들어 안보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보훈처에서 제출받아 9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보훈처는 ‘한반도의 빛과 어둠’이란 표준 강의교재를 전국 지청에 배포한 뒤 공무원·직장인,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안보교육을 했다. 보훈처가 지난해 총선 직후인 4월25일 ‘나라사랑교육 전문강사단 워크숍’에서 공개한 표준 강의교재는 보수 편향적인 내용들이 많다. 보훈처는 자유연합 대표에게 이 교재의 제작을 맡겼다.

교재를 보면,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통일과 안보위협 제거의 ‘역사적 기회’가 되겠지만 청와대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추진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진보정부가 들어설 경우 통일을 추진하지 않는 반면, 보수정부라면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국방대학(NDU) 산하 국가전략연구소(INSS) 보고서의 일부를 인용한 뒤, “북한은 중국의 속국으로, 한국은 중국의 변방으로 몰락해 가는지 여부의 선택은 한국인에 달렸다는 것”이라고 해설하며 보수정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햇볕정책으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 온 그룹은 북한 정권 붕괴가 재앙이라며 대북 지원을 역설해왔다”, “햇볕정책에 기초한 통일비용 망국론은 전형적인 대북포퓰리즘”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의) 6·15선언과 (노무현 정부의) 10·4선언은 북한에 대한 대대적 지원과 연방제 통일을 하자는 주장이 담겨 있다. 연방제 통일은 이 모든 상황을 북한의 뜻대로 끝내는 마지막 수순”이라며 두 선언의 의미도 폄하·왜곡했다. 또 교재는 “87년 민주화 이후 사회 곳곳에 종북·친북 세력이 파고들었다”며 이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일으켰다고 적었다.

이 교재를 표준안으로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6·25참전군인 등의 강사들이 국비로 진행한 교육이 모두 1411회나 됐다. 이 강의를 들은 사람은 22만7528명으로 집계됐다. 강 의원은 “대선이 있는 민감한 시기에 국가기관이 나서서 보수편향 교육을 한 건 명백한 선거개입이다. 보훈처장을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보훈처장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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