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 민간위탁 확산…물 민영화 수순
사회공공연구소 `한국의 물정책…’ 보고서 발표
나주·함평 비롯 21개 지자체 상수도 위탁 대열
황해윤 nab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10-15 06:00:00
▲ 지난 2010년 영산강 승촌보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범국민결의대회 모습. <광주드림 자료사진>

“시민들은 요금 폭탄, 지자체는 빚 떠안아” 

정부가 다양한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 가운데 ‘물’도 있다. ‘물 기업’ 육성 프로젝트가 여전히 가동중인 가운데 수자원공사에 상수도를 민간위탁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국비보조금 등의 혜택을 주면서 지자체의 상수도 민간위탁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민간위탁으로 지자체의 부담증가, 공공성 훼손, 요금 증가 등 여러 문제점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공공연구소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함께 최근 ‘한국의 물정책, 시장화의 문제점과 공공수도 대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 위탁 초기 지역인 지자체들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상수도 민간위탁은 잘못된 정책으로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MB “물기업 육성… 세계적 기업으로”

2010년 이명박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의 물 민영화 계획을 종합한 ‘물산업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8개의 세계적인 물기업을 육성하고 세계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였다. 이를 위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3단계로 초국적 물기업을 육성하는 추진 전략을 세웠다. 1단계로 2010~2015년에 사업자간 경쟁을 유도하고, 2단계로 2016~2020년에 경쟁체제를 강화하고, 3단계인 2021년부터는 M&A로 대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지자체의 상수도 사업을 수자원공사, 환경공단으로 민간위탁하거나 공사로 전환시키고, 이들 간 경쟁을 유발해 대형 물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 

현재 상수도 민영화의 전 단계로 의심받는 상수도 민간위탁이 전국 지자체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혜택으로 이를 장려하고 있기 때문. 지난 2003년 논산시를 시작으로 나주, 함평, 장흥을 비롯해 21개 지자체의 상수도를 수자원공사가 위탁운영중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지자체 재정 절감을 목표로 추진된 상수도 민간위탁이 높은 수도요금과 낮은 유수율, 독소 계약 등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한국수자원공사와 상수도 민간위탁을 체결한 논산시는 지자체의 재정 손실, 증가하는 위탁비용, 높은 상수도 요금으로 허덕이고 있었다. 지난 9년간 논산시의 가정용 상수도 요금은 약 30% 증가했고 일반용 상수도 요금은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매년 3%의 물가인상이 이루어진다면 만 9년 동안의 실질 인상률은 30.5%가량 된다. 그렇다면 가정용 상수도 요금은 일반 물가인상 수준에서 이루어졌으나 일반용은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는 의미이다. 

또 논산시는 위탁 과정에서 자체 정수처리시설을 폐쇄하면서, 매년 50억 원에 이르는 물을 구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비용 규모는 위탁 전 논산시가 매년 지출하던 상수도 관련 총 비용과 맞먹는다. 또한 2012년까지 9년간 민간위탁비용은 약 31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상수도 위탁 이후, 논산시의 재정은 만성적 적자구조로 재편돼, 이후 더 높은 요금인상을 단행하거나 세수로 적자를 보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상수도를 보급받지 못하는 주민은 지난 9년간 여전히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위탁 계약 당시 불공정 계약과 독소 조항 등으로 지자체와 수탁기업 간의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수자원공사와 상수도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경기도 양주시는 위수탁 대가가 과도하게 계산되어 직영과 비교해서 20년간 약 2000억 원의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할 상황으로 불공정한 계약을 변경하자는 양주시와 이를 거부하는 수자원공사의 마찰이 소송으로 이어졌다. 양주시는 수자원공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상태지만, 수자원공사는 양주시를 상대로 ‘운영관리권 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정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4대강’ 부채 수공, 수익 창출 혈안

보고서는 수자원공사가 위수탁 사업을 통한 수익창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막대한 부채를 들었다. 사회공공성연구소는 “수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아라뱃길 사업으로 9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고, 이런 재정적 부담을 타개하기 위해 부동산 개발 사업에 힘을 쏟았으나 전망이 밝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상수도가 위탁 혹은 공사화 등 시장화의 길을 갈 것이 아니라 보다 공공적 운영체계로 재편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상하수도청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상하수도청은 현재의 지자체 직영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앙 정부 차원의 운영·관리 기능을 통합하는 형태다. 보고서는 상하수도청이 “중앙 정부 차원에서부터 통일적 사업 집행기구를 만들고 분산된 정부 부처를 일원화해 나갈 수 있으며 또한 청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물 관리 및 공공적 상하수도 공급을 주도할 수 있다”며 “향후 광역상수도를 담당하는 수자원공사와의 제대로 된 역할 분화도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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