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설·보가 물고기 떼죽음 몰아"
[굿모닝충청人] 금강 물고기 떼죽음 민관합동조사단장 대전대 허재영 교수
배다솜 기자  |  loose2002@goodmorningcc.com  승인 2013.11.01  09:32:59

   
  “금강은 단지 물이 흐르는 ‘수로’가 아닌 우리의 생명, 역사, 문화, 생활이 녹아 흐르는 곳입니다.”
금강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일어난 지 무려 1년여 만인 지난 21일 폐사의 원인이 나왔다.

원인규명은 환경부가 아니라 민관합동조사단이 해냈다. 국가하천인 금강을 정부가 빠진 민관합동조사단이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조사단에는 “금강은 웬만한 산업단지 보다 충남도에서 더 큰 영향력과 의미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열정을 쏟아부은 이가 있어 성공적으로 과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가 바로 조사단장인 허재영 교수(대전대 토목공학과)다. 

지난해 10월 금강 백제보 상류에서 폐사한 물고기가 집단 발생하기 시작했다. 폐사한 물고기는 갈수록 늘어났고, 상류뿐 아니라 하류에도 폐사한 물고기가 떠오르자 환경부와 시민단체는 사건의 심각함을 느끼고 민관합동조사단체 결성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의견절충의 실패로 그 해 연말 조사단 출범은 결렬되고 만다. 

금강은 국가하천이므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관리한다. 충남을 주요구간으로 흐르지만 충남도에는 책임이나 권한체계가 없다는 뜻이다. 이에 당시 허 교수는 “충남도는 ‘나는 모른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물을 이용하는 것은 충남사람이니 책임이 없어도 조사에 참여하라”고 도 측에 촉구했다. 충남도는 허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난 1월 자체조사 협체인 민관합동조사단을 출범했다. 전문가 4명, 시민단체 3명, 도청공무원 2명으로 구성됐으며 허 교수가 단장을 맡았다.

조사단 출범 시기는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3개월이나 지난 때였다. 허 교수는 “수질, 퇴적물 등 환경이 변화된 상태에서 사건 당시의 원인을 찾아내려니 한계가 많았다”며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에 조사 자료를 요구했지만 비협조적이어서 충분한 자료 확보가 어려웠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자금도 넉넉지 않았다. 허 교수는 “참여한 조사단원은 조사도 하고 원고도 써야했으니 거의 자원봉사 형식이었다. 모두들 처음부터 돈을 보고 온 것이 아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려움에도 허 교수와 조사단원들은 꿋꿋하게 조사를 이어나갔다. 그들은 독극물 투입, 물고기 전염병, 용존산소 부족의 세 가지의 가능성을 두고 조사했다. 국립과학수사단의 물고기 사체 조사 결과 독극물은 아니며 충남수산관리소의 조사 결과 물고기의 전염병도 아니라고 밝혀졌고, 남은 것은 용존산소의 부족 뿐 이었다.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의 양을 말하는 용존산소는 일반 하천기준 수치가 5ppm 이하로 내려가면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 조사단은 용존산소 측정 장비와 배를 빌려 용존산소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중 상류에서 3~4km 지점 바닥에서 용존산소가 상당히 낮은 지역을 발견했다. 낮과 밤을 비교하자 밤에는 수치가 더 내려갔다. 허 교수는 여기서 물고기가 죽어 나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조사단이 진행한 탐문조사에서 이 부근에서 물고기가 죽어나오기 시작했다는 주민들의 증언과도 일치했다.

허 교수는 “환경부가 수면에서만 용존산소를 조사한 뒤 (용존산소가) 충분하다고 발표했다”며 “환경부의 조사결과 10월 14일부터 19일까지 수면 용존산소는 8ppm 이었으니 바닥은 4ppm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용존산소가 충분하던 금강이 갑자기 물고기가 살 수 없을 만큼 그 양이 줄어든 이유는 뭘까. 허 교수는 그 원인으로 ‘4대강 사업’을 들었다. 

허 교수는 “상류에서 3~4km 지점은 수심이 얕고 물살이 센 여울이 잘 발달하는 곳이다. 여울에서 물이 흐르면서 공기 중의 산소와 접촉해 산소가 물에 녹아들어 간다”며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준설 작업으로 수심이 깊어져 수면에서 녹은 산소가 바닥까지 가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준설 작업은 금강의 물을 느리게 흐르게 했다”며 “물이 출렁거려야 공기 중의 산소와 접촉면이 많아 많은 산소가 녹아 들어갈 수 있는데 느리게 흐르는 물에는 산소가 많이 녹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4대강은 또 다른 문제점을 가져왔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토사에는 유기물이 많이 함유돼 있고, 유기물은 분해되기 위해 산소를 소모한다. 허 교수는 “이러한 토사가 하류로 흘러야 하는데 4대강 사업으로 보(洑)가 건설되면서 지속적으로 쌓이게 됐다. 그러니 산소가 더욱 부족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개탄했다.  

허 교수의 ‘4대강 사업 반대’는 어제오늘일은 아니다.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10년 7월, 허 교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취임한 후 결성한 ‘4대강(금강)사업 재검토 특별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회는 그 해 11월 4대강 사업의 이면과 재검토의 필요성을 담은 ‘아름다운 강 비단 강을 위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허 교수는 “당시 청와대, 국토부, 환경부에 재검토를 건의했지만 일체의 회신도 받을 수 없었다. 정부에 충남도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그는 충청의 젖줄인 금강에 대해, 금강과 불가분의 관계로 함께 미래를 바라볼 충남도에 관심을 더하게 된다. 위원회의 제안이 실패하자, 허 교수는 ‘금강비전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허 교수는 “금강비전기획위원회는 충남도는 금강과 직접적인 이해관계이므로 금강에 대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2012년 11월에는 금강의 비전을 담은 ‘금강비전’이 허 교수의 손을 거쳐 발간됐다. 올해 초에는 금강이 흐르는 6개시군의 시장, 군수와 도지사가 만나 비전 협약식을 갖기도 했다.

허 교수는 “금강 발전 사업을 하려면 ‘금강비전’에 나와 있는 매뉴얼을 따라야 한다”며 “이렇게 만든 협의사항은 금강을 위해 상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강 물고기떼죽음사건의 원인은 현재 조사단이 발표한 내용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부의 정확한 조사결과가 발표돼야 확실히 규명될 수 있다. 하지만 허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준설과 보의 건설이 폐사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실제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둬 놓지만 이용가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굳이 가두어둘 필요가 없다. 농업용수로 사용해야 한다면 필요 시기에만 수문을 닫고 나머지에는 수문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허 교수의 ‘금강사랑’은 끝이 없다. 그의 말대로 금강에는 선조들의 문화와 역사, 우리의 삶, 생명이 흐르고 있다. 또 허 교수의 애정도 듬뿍 흐르고 있다. 물고기떼죽음사건은 우리에게 충격을 남기고 마무리가 돼 가지만, 앞으로 금강, 금강을 넘어 바다까지 시야를 넓혀 우리의 물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힘쓸 그의 발걸음은 이제 시작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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