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젠 시민단체까지 강제 해산하겠다?
등록 : 2013.11.06 19:34수정 : 2013.11.07 09:07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3.11.6 /뉴스1

한나라당 시절 추진했던 법안 ‘종북 몰이’ 발판 삼아 재추진
심재철 “정기국회서 처리”…민주당 “뭔 얘기인지 모르겠다”
참여연대 “귀을 의심케 하는 발상…앞뒤를 가리지 않고 퇴행”

새누리당이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계기로 반국가·이적단체로 판명된 시민사회단체를 강제해산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에도 같은 법안을 추진하다가 ‘진보단체 탄압’이라는 여론의 반발에 밀려 입법에 실패했지만, 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종북 몰이’를 발판삼아 법안 재추진에 나선 것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석기 의원과 같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경우에 세비를 중단하고, 정부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안은 여야 공동으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반국가단체·이적단체 강제해산법과 해산정당 소속 의원 자격 상실법, 반국가사범 비례대표 승계 제한법 등도 우선적으로 상정해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헌법재판소의 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비해 관련 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가 언급한 반국가단체·이적단체 강제해산법은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5월 대표발의한 ‘범죄단체의 해산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법원에서 반국가단체 또는 범죄 목적 단체로 판명된 단체에 대해 안전행정부 장관이 해산을 명령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해산 등의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당 해산의 개념을 시민사회단체까지 확대해 정부에 강제해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어서, ‘종북’을 잣대로 진보정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활동까지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2010년에도 ‘국가보안법 개정안’ 형태로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폐기된 바 있다. 심 의원은 회의에서 “범민련처럼 사법부에 의해 범죄단체로 판정되더라도 현재는 강제해산할 수 없다.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세비 지급 중단 등은 아직 당론으로 정해진 게 아니며, 반국가단체·이적단체 강제해산법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세비 지급 중단 관련 법안은)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당이 제안한 것”이라며 긍정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단체 강제해산법이란 것은 뭔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쪽은 강력히 반발했다. 조성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발상이다. 유신의 후예인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새누리당의 보수 정치인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주민 변호사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시민단체까지 해산시키겠다는 것은 결국 국가보안법적 관점에서 용인되는 사상과 활동만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사상·결사의 자유 등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발맞춘 후속 입법 조처뿐 아니라, 현재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이석기 진보당 의원 제명안도 야당이 반대할 경우 단독 강행처리를 불사할 방침이다.

김수헌 송호균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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