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 정부, 보수단체 ‘대선 댓글 활동’에 돈 대줬다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10212.html?_fr=mt2 

보수단체 SNS교육에 육군 교육사 교관들도 참석
등록 : 2013.11.07 08:14 

재향군인회와 호국보훈안보단체연합회,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9월3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한미동맹 강화 종북세력 척결 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정부예산 지원 논란
한국통일진흥원 사업계획서에 ‘종북척결’ ‘댓글알바 모집’
안행부, 알고도 3400만원 지원. 교관 3명 참석 육군 ‘연계’ 의혹

정부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보수단체들의 사업계획서를 보면, 섬뜩하거나 혹은 황당한 내용이 가득했다. 이들 단체는 대부분 친북·친노 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바탕으로 대규모 궐기대회, 안보 의식 고취 활동을 계획했으며, 일부 단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댓글 등을 통해 이러한 인식을 젊은층에 확산시키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보수단체의 에스엔에스 교육에는 육군 교육사령부 교관들도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안전행정부(옛 행정안전부)에서 3400만원을 지원받은 한국통일진흥원의 사업실행계획서는 ‘국가정보원·사이버사 대선개입’과 닮은꼴이었다. 진흥원은 ‘사이버·에스엔에스를 통해 특정세력의 무차별적인 거짓 왜곡된 선동성 정보 흐름을 차단하고 확산을 방지해 올바를 정보를 제공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사업 목표를 밝히고, 주로 온라인 해당 사업에 주력했다.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전파한 글은 주로 전역 군 간부 등 10명의 논객이 쓴 칼럼이었다. 이 단체는 10명의 논객을 위촉한 뒤 월 3~4건의 칼럼을 쓰는 대가로 15만원의 원고료를 지급할 계획이었는데, 칼럼 주제는 ‘국론 통합’, ‘전교조’, ‘4대강 사업’, ‘제주 해군기지 건설 타당성’, ‘한-미 우호 동맹’ 등 보수세력이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내용들이었다. 실제 이 단체 누리집에 게재돼 있는 대부분의 칼럼들은 새누리당에 편향적인 내용들이었다. 예컨대 ‘사랑하는 나의 고향 호남의 친구·형제·자매님께’라는 칼럼은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성숙한 지혜로 판단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옵니다. 박근혜 후보와 함께 새 희망, 새 호남을 만들어 갑시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에스엔에스 장악 못하면 대선에서 패배한다’라는 칼럼은 이 단체의 지향점을 뚜렷이 보여줬다. 특히 위촉 논객인 오면수 전 대령이 지난해 9월 작성한 칼럼에는 “박정희는 단순한 박정희가 아니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이 한 목숨 바쳐 반대자들을 물리치고 국가를 이끌어간 위대한 인물이었고 미래를 내다보는 선각자였다”는 찬양성 문구까지 담고 있었다.

사업실행계획서는 이를 위한 ‘댓글 알바’ 모집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2012년 4~12월 전문 아르바이트 인력을 3명 채용해 해당 칼럼을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와 트위터·페이스북에 올리는 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아르바이트로 구성된 ‘에스엔에스 대응팀’ 운영에 인건비 870만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짝수와 홀숫날 활동하는 인력을 구분하고, 1인당 하루 2만4000원의 인건비를 책정했다. 이 단체는 또 청소년 통일안보 교육과 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에 관한 교육도 실시했는데, 30회차 교육 과정에는 육군 교육사 교관 3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과 군의 대선개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보수단체와의 연계성이 의심되는 정황이다. 해당 교육이 이뤄진 강의실 한쪽 벽면에는 큰 글씨로 ‘종북 척결’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박근혜와 함께 희망을” 글 등 전역 군 간부 칼럼 SNS에 퍼날라
젊은 유권자 겨냥 안보교육 열올려

보수단체의 타깃은 ‘젊은 유권자’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에스엔에스를 적극 활용한 한국통일진흥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보수단체들은 청소년·대학생을 위한 안보교육에 열을 올렸다. 안행부에서 6000만원을 지원받은 ‘푸른인터넷 네티즌연대’(블루넷)가 대표적이다. 블루넷은 사업실행계획서에서 “국가안보 의식에 취약한 젊은이들에게 재미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웹툰 및 유시시(UCC·영상콘텐츠) 등을 통해 안보의식을 높이고 애국심을 고취하고자 한다”는 사업 목적을 밝혔다. 또 국민생활안보협회는 ‘안보지킴이’ 양성 교육에 나섰는데, 인천 중구에 위치한 경정연수원에 200여명의 대학생을 초청해 친북·종북세력 척결 방안 등을 교육하는 것이 주된 활동 계획이다. 자유대한지키기국민운동본부도 청년리더십 아카데미를 계획했다. 이 단체는 “종북 좌파의 편향된 안보관으로 말미암아 야기되고 있는 계층간, 지역간 갈등을 해소하겠다”며 “각 대학 지도적 위치에 있는 학생을 초청해, 안보 지역을 견학하겠다”는 계획을 안행부에 제출했다.

군복·태극기·선글라스 등으로 상징되는 대규모 궐기대회에도 나랏돈이 쓰였다. 안행부에서 3000만원을 지원받은 대한민국 학도의용군회는 ‘안보 집회 참석’을 사업 목적으로 밝히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종북 좌파 세력을 척결하는 데 헌신투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민의식개혁운동은 6·25, 8·15 등에 1만~5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민대회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무대 설치와 애드벌룬 치장 등에 3925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예비역대령연합회도 “친북·종북세력 척결을 위한 강연 및 궐기대회를 통해 사회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사업 목적을 밝혔다.

특정 종교단체를 지원하는 듯한 다소 황당한 사업계획도 섞여 있었다. 순복음성시화환경운동본부가 대표적이었다. 녹색 환경을 표방한 이 단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관리팀 직원의 지속적인 순찰로 필요 없는 전구 제거와 사용하지 않는 코드 제거”를 사업계획으로 삼았다. 

노현웅 이완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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