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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평의 이순신 이야기] “적을 물리치는 게 아닌 적을 없게 만들어라”
<혼돈의 시대, 리더십을 말하다> 박종평 이순신 이야기 ㉕
박종평 이순신 연구가  |  ilyo@ilyoseoul.co.kr  [1039호] 승인 2014.03.31  14:01:58

이순신은 평생을 자신의 혼(魂)을 담아 진심진력(盡心進力)했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자세를 세 글자로 요약하면, ‘참 진(眞)’, ‘다할 진(盡)’, ‘나아갈 진(進)’의 3가지 ‘진’자이다. 참된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어떤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뚜벅뚜벅 미래로 나아간 삶이다.

▲ 명랑해전도
 
지성이면 감천, 몸과 마음을 다하라

특히 ‘다할 진(盡)’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다. ‘다할 진(盡)’을 강조하는 모습은 《난중일기》와 그의 보고서인《임진장초》에 생생히 나온다.

▲ 한마음으로 분발하여 죽을 힘을 다하니(一心憤發, 咸盡死力. 일심분발, 함진사력), 배안에 있는 관리와 군사들도 그 뜻을 본받아 서로 격려하고, 분발해 죽기를 다해 싸우기를 약속했습니다. <제1차 옥포 승첩을 아뢰는 계본(玉浦破倭兵狀)>

▲ 신은 더욱 더 분노하여 노를 빨리 저어 앞으로 나아가 적의 전선을 공격했습니다. 그러자 여러 장수들이 일시에 구름같이 모여 철환과 장편전·피령전·화전 및 천자·지자총통 등을 비바람같이 쏘면서 각자 온 힘을 다 했기에(各盡其力, 각진기력) 그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습니다. <제2차 당포·당항포 등 네 곳의 승첩을 아뢰는 계본(唐浦破倭兵狀)>

▲ 적선이 비록 많기는 하지만 우리 배를 곧바로 침범하지 못할 것이니 조금도 마음 흔들리지 말고. 더욱 더 마음과 힘을 다해(盡心力, 진심력) 적을 쏘아라. 《난중일기》, 1597년 9월 16일

위의 《임진장초》의 기록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직후 첫 번째와 두 번째 출전 결과를 보고한 내용에 나온다.

1597년 9월 16일의 일기는 13척으로 133척을 맞아 싸웠던 명량해전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것이다. 10배가 넘는 적선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단 한 치의 두려움도 없이, 태산처럼 무겁게 부하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당당하게 외친 말이다.

▲ 지난해 늦가을부터 지금까지 여러 장수들이 명령을 내리는데 마음을 다했는지(盡心)를 기회와 사정에 따라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이는 먼저 앞장서서 돌격했고 또 어떤 이는 사랑하는 처자를 생각하고 살기를 탐해 중간에서 빠지는 자가 있었다. 또 어떤 자는 공로와 이익을 탐해 승패를 계산해보지도 않고 돌격만 하다가 적의 손에 걸려들어 나라를 욕되게 하고 몸을 죽게 하는 재앙을 당하기도 했다.” 《난중일기》, 1593년 9월 15일 일기 뒤의 메모

▲ “국가를 편안히 하고 종사를 안정시키는 일에 충성과 능력을 다하여 죽으나 사나 그렇게 하리라(盡忠竭力, 死生以之. 진충갈력, 사생이지).” 《난중일기》, 1593년 9월 15일 일기 뒤의 메모

▲ 아침에 점검을 마친 뒤 북봉에 올라가 지형을 살펴보니, 외롭고 위태로운 외딴섬이 사방에서 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고, 성과 해자 또한 매우 엉성하니 참으로 걱정스러웠다. 첨사가 마음을 다 썼지만(盡心) 미처 시설하지 못했으니 참으로 어찌하겠는가. 《난중일기》, 1592년 2월 27일.

먼저 다하라. 다른 이도 따른다

이순신이 부하들을 평가하는 근거도 위와 같이 ‘다할 진(盡)’이다. 자기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하면서 ‘다할 진(盡)’의 태도를 보이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따라 주시길 진심으로 바랬다. 그는 전투를 할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항상 온 정성을 다 기울이는 진심진력(盡心進力)을 했다.

그것이 이순신의 승리의 비결이고, 부하와 백성들이 이순신을 존경하고 따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다할 진(盡)’의 태도로 인해 이순신 자신은 목숨을 잃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또 마지막 전투와 다름없던 노량해전에서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렀다.

▲ 나는 여러 장수들을 독려하면서 부하들과 함께 일제히 적선에 화살을 비 퍼붓듯이 쏘고, 각종 총통을 바람과 우레같이 어지러이 쏘아대었다. 적들은 무서워서 물러났다. 이 전투에서…나도 왼쪽 어깨 위에 탄환을 맞아 등을 관통하였으나 중상에 이르지 않았다. 《난중일기》, 1592년 5월 29일.

전쟁 발발 후 거북선이 처음 출동했던 사천해전 때의 일기이다. 이순신은 맨 앞에서 전투를 지휘하다가 총탄에 맞았다. 그런데 그 엄청난 상황에서도 그는 일기를 썼다. 매일매일, 매 순간 ‘다할 진(盡)’의 태도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위의 일기이다.

이순신을 발탁해 나라를 구하게 했던, 서애 류성룡은 훗날 임진왜란을 기록하면서 이순신을 ‘군신(軍神)’이라고 표현했다. 그 이유는 ‘다할 진(盡)’의 태도와 더불어 ‘참 진(眞)’과 ‘나아갈 진(進)’의 자세를 항상 갖췄기 때문이다. 그는 거짓 없는 참된 마음으로 하늘을 공경하고, 자만하지 않았기에 하늘까지 감동했다.

하늘도 반드시 움직인다

명량해전 전날 일기 끝에 기록되어 있는 “꿈속에서 신인(神人)이 나타나 이렇게 하면 크게 이기고, 이렇게 하면 진다”는 꿈 기록이 그 증거이다. 풍전등화와 같던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한 승리 열망이 마침내 하늘을 움직여 승리 비법을 주었다. 하늘의 계시가 이순신의 꿈속에 등장하기까지 그가 얼마나 지극한 정성을 기울였고, 혼을 받쳤는지, 또 얼마나 매 순간을 진심진력(盡心進力)하며 살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하늘에 겸손했다. 오만한 리더가 아니다.

▲ 장수의 직책을 지닌 몸이지만 공은 티끌만큼도 보탬이 되지 못했고, 입으로는 교서를 외우지만 얼굴에는 군사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을 뿐이다. 《난중일기》, 1593년 9월 15일 일기 뒤의 메모

자신의 수많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공로는 티끌만큼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진 군사들에 대해 오히려 부끄러워했다. 그 군사들이 진정한 영웅이고 승리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순신처럼 ‘참 진(眞)’, ‘다할 진(盡)’, ‘나아갈 진(進)’의 3가지 ‘진’은 모두 다 실천하지 못할지라도 그 어느 하나라도 다한다면, 삶의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참된 마음(眞)은 무적의 지혜다
거짓은 드러나지만, 감춰둔 참된 자세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적을 이기기 보다 적이 없게 만드는 지혜는 참된 마음에서 생겨난다.

▲ 다하라(盡). 마음과 몸을 다하라.
잭팟이 터졌다고 인생이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 우연은 없다. 행운의 여신을 만나는 방법은 최선을 다해 행동하는 것 밖에 없다.

▲ 지금 이순간이 더 낳은 미래다(進)
오래된 미래는 없다. 과거는 과거다. 이 순간을 잘 사는 것이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 긍정적인 미래를 응시해야 즐거운 미래가 만들어진다.

※ 이 칼럼은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스타북스, 2011)에 썼던 원고를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박종평 이순신 연구가>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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