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28063

수공, '보릿짚'으로 조류 제거? "황당"
[현장] 수공 "외국 논문에 나와"... 전문가 "용존산소 고갈 "
15.07.17 21:55 l 최종 업데이트 15.07.17 21:55 l 김종술(e-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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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보 우안 어도 입구에 수자원공사가 조류를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설치한 보릿짚 부표 ⓒ 김종술

강의 수질이 날로 악화하면서 조류가 발생하자 수자원공사(아래 수공)가 백제보 인근의 조류 제거를 위한 실험에 들어갔다. 파란색 포장에 보릿짚을 넣고 강에 부표를 띄운 것으로 위에서 보면 흡사 불가사리 모양을 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수문만 열면 해결될 문제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4일 충남 부여군 백제보 상류 200m 지점 나루터 C자형 입구에 일직선으로 오탁방지막이 설치됐다. 그리고 불가사리 모양의 보릿짚 부표 16개를 띄웠다. 수공이 설치한 것으로 미국, 영국에서 조류 제거시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수공 환경담당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영국이나 미국 같은 경우 농가에 연못이 많은데... 여기서 조류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한 농민이 실수로 밀짚을 물 속에 빠뜨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류가 다 없어졌다, (이처럼) 조류 저감을 하는 데 보릿짚이 효과가 있다고 외국 문헌이나 논문에 나와 있어 저희가 시범적으로 해본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래서 영국이나 미국은 이런 쪽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 국내에서는 몇 해 전 국립환경과학원이 영산강에서 실험하려고 했는데 우리(수공)가 실험 삼아 금강, 대청댐, 섬진강에서 시작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이 미국 논문들을 살펴본 결과, 연못이나 호수처럼 물의 유출입이 없는 곳에서 보릿짚이 조류성장을 억제한다는 것을 두고 논문마다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미국 환경청(EPA) 등에서 공식적으로 '보릿짚 효과'를 인정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릿짚이 썩으면서 산소를 없애버릴 수도 있는데, 민간요법처럼 개인이 사용하는 방법을 적용한다면 '빈대 잡다가 초가집 태우는 격'이라는 비판이다.

수공 "조류 저감에 보릿짚이 효과"... 전문가 "용존산소 고갈 가져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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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보 우안 어도 입구에 수자원공사가 조류를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오탁방지막을 설치하고 보릿짚 부표를 띄워 놓았다. ⓒ 김종술

하지만,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는 "금강은 상류에서 하류로 일정량이 흐르고 있어 느리지만, 꾸준히 희석되어 설령 보릿짚이 연못에서 효과가 있더라도 금강에서는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어 "보릿짚으로 인해 표층의 용존산소가 완전히 고갈되지는 않겠지만, 농도가 낮아지는 데는 기여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았고,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는 보릿짚을 대량으로 강에 퍼붓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 세금 22조 원을 4대강에 퍼부어 죽음의 늪으로 만든 사업을 강원도 수해를 막는 데 필요한 일로 포장한 것처럼 국민을 기만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끝으로 "그렇지 않아도 유기물이 바닥에 축적돼 금강 바닥이 용존산소가 없는 혐기 상태가 돼 문제인데 산소가 표면에서 쉽게 녹아들어 가는 곳에 보릿짚을 넣어 썩게 함으로써 표층까지 용존산소가 부족해 질 수 있다, 이는 많은 수서 동물들이 표층에서조차 제대로 살기 어렵게 만들어 강을 죽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완결판이 될 것이다"고 비난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금강이 연못인가, 황당한 일이다"며 "효과 부분은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굳이 금강에 이런 시설물들을 지속해서 실험하는 것은 금강의 녹조 문제의 심각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스스로 수질 악화를 인정한 만큼 이런 고육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시 수문개방 등의 근본적 해결책이 있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방식을 채택해 해결하려는 것은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조류 발생원인이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인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주장했다.

수문만 열면 사라질 녹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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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 인근에서 발견된 녹조는 악취를 풍기며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 처참했다. ⓒ 김종술

수공은 지난 3월 공주보 수상공연장에도 '마이크로버블기'를 설치했다. 물 속에 초미세기포를 쏘아 용존산소를 증가시키고 독성물질, 유기물질 및 무기물질 등을 분해해 녹조 성장을 억제·제거한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이끼벌레가 덕지덕지 붙고 부유물이 둥둥 떠다녔고, 죽은 물고기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물속 모래와 자갈은 물론 물고기 노니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로 깨끗하던 금강은 4대강 사업 준공으로 물이 보에 갇히면서 수질 악화가 심해지고 있다. 조류가 발생하고 녹조가 창궐하면서 악취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4대강에 조류가 번성하자 2013년도 5곳에서 조류제거시설을 운영했다. 당시 6개월간 한 지점당 2억5000만 원, 총 사업비 34억 원을 책정해 운영했다. 하지만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조류제거 효과는 금강 0.075%, 낙동강 달성 0.06%, 낙동강 창녕·함안 0.038%, 영산강 0.16%에 불과해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굽이굽이 여울져 흐르던 강물이 물길이 막히면 썩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수문만 열면 사라질 녹조 문제를 두고 신기술, 신개발이라는 이유를 들어 국민의 호주머니만 털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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