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010802.00000015.000490&newsType=old

[우리 그림여행] 고려무
2001-08-02  박향순

깃털모양 금장식 절풍모(조우관)를 쓰고
하얀신 신고 망설이며 머뭇거리다가
삽시에 넓은 소매 저으며 훨훨 춤을 추어
마치요동에서 날아온 매처럼 나래를 펼치누나
(이백집교주 권 6, 악부 고구려) 

시인 이백(李白)이 고구려의 춤을 보고 쓴 '고구려'라는 시이다. 앞으로 비스듬하게 쓴 금빛 깃털의 조우관. 한걸음 한걸음 박자에 맞추어 수줍은 듯 내딛는 하얀 가죽신의 댄서.... 이 아름다운 춤은 고구려무용(고려무)의 날렵한 동작을 묘사한 것이다. 이 시에서 보듯 고구려인의 춤동작은 화려하고 경쾌하여 매우 강렬한 인상의 예술성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인지 당나라 궁중에서는 고려무라는 고구려춤이 궁중무의 하나로 행해졌다.

당나라 측천무후시대때 양재사(楊再思)라는 인물이 있었다. 높은 벼슬에 있던 그는 아부성이 강한 사람으로 즉석에서 고구려춤을 잘 추었다고 한다. 어느날 동휴라는 사람이 양재사의 허가를 받아 잔치를 열어 공경대부(公卿大夫)들을 초청하였다. 손님들이 술이 거나해질 때쯤 동휴가 "공(양재사)의 얼굴이 마치 고구려사람 같습니다"하고 말하니, 양재사는 기뻐하며 주름잡힌 고운 명주를 잘라 건(巾, 수건과 같은 형태의 천으로 머리를 싸고 뒤에서 묶는 방식의 초보적인 모자)위에 매어달고 자주색 두루마기를 뒤집어 걸치고는 고구려춤을 너풀너풀 추었다.

이렇듯 고구려춤의 전형적인 동작은 박자에 맞추어 넓고 긴소매를 펄럭펄럭 날리며 자유자재로 움직이되, 손바닥은 펴고 손목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또 천이나 종이를 길게 잘라 건에 매달아 머리를 돌리며 공중에서 둥근원을 그리게 되는데 농악에서 볼 수 있는 상모를 돌리는 독창적인 동작이 여기서 시작된 듯하다.

동이전에 의하면 고구려인은 가무(歌舞)를 좋아하여 촌락마다 매일밤 남녀가 무리지어 노래하고 춤추며 즐겼다고 한다. 위의 벽화는 무덤을 '무용총'이라고 이름짓게 한 그림의 일부이다. 무용수들은 남자 한명과 여자 네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스듬이 선 왼편의 세사람이 한줄, 나란히 선 오른편 두사람이 다른 한줄을 이루어 춤을 추는 장면이다. 이들 다섯명의 춤꾼은 깃털장식의 절풍모를 쓴 맨앞사람의 춤동작 시범에 따라 동작을 맞추어 긴팔소매를 뒤로한 포즈를 하고 있다. 합창대로 추정되는 아래의 일곱사람이 있는데 이들 중에 세번째 사람은 고개를 돌려 딴전을 피고 있어 엄숙히 거행되는 춤판의 긴장된 분위기를 다소 해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향순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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