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주목한 촛불집회, 조중동 불끄기 ‘안간힘’
[보도비평] 조중동 ‘촛불집회’ 흠집내기 일관…MBC는 ‘촛불집회’ 화면 없어
입력 : 2013-08-12  17:05:54   노출 : 2013.08.12  17:05:54
민동기 기자 | mediagom@mediatoday.co.kr    

‘국정원 대선개입 촛불집회’가 정국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조선 중앙 동아일보(조중동) 등 보수신문들도 외면하기 힘들 만큼 시위는 확산 추세다. 12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지난 10일 촛불집회를 주요기사로 다룰 정도다. 
 
하지만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민주당 장외투쟁’ 일환으로 처리하거나 세제개편에 대한 반대여론 때문에 시위가 퍼지고 있다는 식의 ‘촛불끄기’에 전력하는 모양새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10만여 명이 촛불집회에 참가할 정도로 시위가 확산되는 배경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지상파 방송3사 중 특히 MBC는 촛불집회 화면을 한 컷도 내보내지 않았다. MBC는 지난 10일 <뉴스데스크> ‘대규모 장외집회…여야 대치’ 리포트에서 민주당 장외집회와 관련한 여야의 공방을 전하다가 마지막 부분에 “민주당 지도부 등 소속 의원들은 국민보고대회 직후 시민단체 주관 촛불집회에 대거 합류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다. 
 
촛불집회 화면이 단 한 컷도 나오지 않은 MBC 
 
2013년 8월10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갈무리
 
MBC는 리포트 내내 민주당이 장외집회 하고 있는 모습만 내보냈고, 수 만 명의 시민들이 대거 참여한 촛불집회는 아예 화면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민주당 장외집회와 시민들의 촛불집회는 성격이 다른 집회고 주최 측도 달랐지만, MBC는 철저히 ‘서울광장 집회=민주당 장외집회’라는 프레임을 적용했다. 리포트 또한 민주당 장외집회에 대한 여야 공방이 주된 기조였다. 
 
같은 시간대 SBS <8뉴스>와 비교해보면 MBC 촛불집회 보도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 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을 규탄하고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오늘 저녁 7시에 시작돼, 이 시각 현재 서울광장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최 측은 5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힌 반면에, 경찰은 참석 인원을 1만 2천명으로 추산했습니다 … 민주당 자체 집회를 마치고 합류한 김한길 대표 등 지도부는 맨 앞줄에 앉아 적극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민주당은 또 오늘 촛불집회에서 중산층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하며, 이 문제를 대여투쟁의 또 다른 쟁점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8월10일 SBS <8뉴스> ‘촛불 든 야당 장외 총동원령’) 
 
2013년 8월10일 SBS <8뉴스> 화면갈무리
 
촛불집회 보도와 관련 소극적으로 일관했던 KBS마저 이날 <뉴스9>에서 촛불집회 내용과 화면을 보도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정의당은 진보성향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했습니다. 경찰추산 (만 6천여 )명, 주최측 추산 (6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했습니다. 촛불집회는 서울과 부산, 대전, 대구 등 전국에서 동시에 열렸습니다.” (8월10일 KBS <뉴스9> ‘장외집회 … 구태정치’) 
 
2013년 8월10일 KBS <뉴스9> 화면갈무리
 
조중동 ‘촛불집회=민주당 장외투쟁’ … ‘촛불열기’ 확산 차단 안간힘 
 
촛불집회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조중동도 12일자 지면에서 주말 동안 전국적으로 벌어진 촛불집회를 다뤘다. 하지만 흠집내기 보도(중앙)로 일관하는가 하면 민주당이 세제개편 반대여론에 촛불집회를 활용하고 있다는 식으로(조선)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중앙일보 2013년 8월12일자 6면
 
특히 중앙일보는 12일자 6면 <민주당 집회 사회 본 개그맨 노정렬 "쥐새끼들 득세…”>에서 “개그맨 노정렬(42)씨가 행사 도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며 ‘(여러분들이) 쥐 죽은 듯 박수를 조그맣게 치니 쥐새끼들이 득세한다’며 ‘이명박근혜에게 국민과 공생하라 했더니 국민을 고생시키고, 상생하라고 했더니 국민을 살생하고 자빠졌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촛불집회=민주당 집회’로 등치시킨 것도 논란이 많지만, 처음 대학생 500명 안팎으로 시작한 촛불시위가 수만 명으로 확산되고 있는 원인과 배경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국민일보 2013년 8월12일자 10면
 
국민일보가 같은 날 10면 <점점 커지는 ‘촛불’… 4050 참가 늘어, 민심 심상찮다>에서 “촛불시위 참여자가 늘어나는 건 박근혜 정부의 ‘불통’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면서 “촛불시위가 국정원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구하며 시작됐지만 정부는 오히려 NLL 대화록 공개로 역공에 나서는 등 계속되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시민들의 염증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 것과 대조적이다. 
 
조선일보는 ‘촛불집회=민주당 장외집회’라는 프레임을 철저히 적용했다. 조선은 12일자 4면 <전병헌, 마이크 잡고… 의원들은 “노예처럼 살 수 없다” 노래>에서 기사의 상당 부분을 민주당 의원들의 연설 내용에 할애했다. 조선은 “민주당 토요일인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당력을 총동원해 참여했다”면서 “소속 의원 127명 중 115명이 참석했고, 전병헌 원내대표가 당을 대표해 연단에 올라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2013년 8월12일자 4면
 
조선이 촛불집회에 기사에서 참여한 시민들(?)을 언급한 건 “진보연대·한국대학생연합 등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원세훈 국정원장 등을 거칠게 비난하는 다수의 홍보물을 배포하기도 했다”고 한 게 전부였다. 이번 촛불시위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일부 진보단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식의 프레임을 철저히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동아일보는 조중동 가운데 유일하게 ‘촛불시위’ 사진을 5면에 게재했지만 조선일보 보도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민들 인터뷰나 입장 하나 없는 촛불집회 보도… 여전히 미흡하다” 
 
이와 관련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쉽게 말해 방송사와 조중동은 ‘보도하는 시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특히 방송사의 경우 시민단체들과 현업 언론인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방송사를 항의방문 하는 등 압박을 가하자 그나마 보도하는 척이라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서울광장에만 6만 여명이 모였고, 전국적으로 10만여 명이 촛불시위에 동참했을 정도면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시민들의 인터뷰 정도는 기본적으로 나가는 게 온당하다”면서 “하지만 방송사들은 시민들의 촛불집회 뉴스를 민주당 장외집회 뉴스 안에 배치하면서 여야 정치공방 프레임에 가뒀고, MBC의 경우 촛불집회 장면이 등장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2013년 8월10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갈무리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도 “조중동의 촛불집회 보도는 철저히 ‘정치공방 프레임’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기 전까지 조중동은 촛불집회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면서 “장외투쟁에 나서고 촛불집회에 합류한 뒤에야 ‘생색내기식’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문제는 이 같은 ‘정치공방 프레임’ 속에선 촛불집회가 가진 자발적 시민운동이나 시민들의 정부비판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민주당 정치투쟁에 마치 촛불이 이용당하는 듯한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조중동과 방송사들이 ‘정치공방 프레임’을 고수하는 이유는 촛불시위의 순수성을 훼손하고 정치싸움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면서 “정치공방으로 가게 되면 반대세력 즉 보수진영은 이에 대항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촛불이 ‘시민들의 정부비판’이 아니라 ‘여야간 정쟁’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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