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십년 만에 ‘내란음모’ 카드 꺼내든 이유는?
국정원, 진보당을 ‘국가전복세력’으로 규정해 국내정치 개입 ‘댓글’ 정당성 확보
최명규 기자 acrow@vop.co.kr 입력 2013-08-28 15:27:25 l 수정 2013-08-28 16:57:40 기자 SNShttp://www.facebook.com/newsvop

국정원 28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실 압수수색
국정원 28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실 압수수색
28일 오전 국정원 직원들이 국회 이석기 의원실을 압수수색 하기 위해 들어가는 모습. 이들이 들고 있는 파일에 '국가정보원'이라는 명칭이 선명하다.ⓒ민중의소리

국가정보원이 28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해 국회 의원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촛불'로 수세에 몰린 박근혜 정부과 국정원의 정국 반전용 카드라는 분석이 주요한 가운데, 국정원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이후 수십년 만에 '내란음모' 카드를 꺼내든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 측이 이 의원 등에 적용한 혐의는 형법상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상 '이적 동조'로 알려진다. 특이한 점은 그간 대부분의 공안사건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중심이 됐던 것과 달리 '내란음모'가 주요혐의라는 점이다. 

그간 국정원 등 공안당국이 '간첩단 사건' 등 주요 공안사건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면서 무엇보다 중요시했던 것은 '북한과의 연계성'이다. 그래서 보통의 공안사건에서는 '누구누구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북한에 동조하는 조직을 만들고 국가를 변란하고자 했다'는 게 핵심 골자를 이룬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국정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과의 연계 등은 내세우고 있지 않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경우 북한과의 연계 또는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한 목적 등을 제시해야 하지만, 형법상 '내란음모'로 가면 북한과의 연계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전복세력'으로 규정할 수가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행위가 있어야 하지만 '내란음모' 혐의의 경우 '내란' 관련 물리적인 행위 사실 없이 사람들이 모여 '음모'했다는 판단만으로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의원의 경우 검찰은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종북'과 관련해 수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26일 열린 첫 공판도 '종북'나 '부정선거'가 아닌 과거 운영하던 회사의 이른바 '국고사기' 혐의에 대한 것이었다. 이조차도 수사에서 기소까지 6개월이나 걸리는 등 '표적·과잉 수사' 지적을 받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꺼내든 건 지난 대선시기 '댓글 작업'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을 무마시키고 정국 전환을 시도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서의 '댓글작업'과 국내정치 개입의 당위성을 '대북심리전 차원에서 국가 전복을 꾀하는 종북세력들의 공세를 차단'하는 것에서 찾아 왔다. 하지만 최근 국정원 국정조사 등에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할 근거를 찾지 못해 수세에 몰리자 '내란음모'를 꾸민 사람들을 만들어내서라도 대선에서 개입한 명분을 확보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한 국정원 개혁의 핵심인 국내정치파트 폐지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민주당 측에서도 국내정치파트 폐지를 내세우고 있는데, 국정원이 그간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가 국내정치파트의 존재에 있었다. 이 곳에서 수집한 광범위한 정보들이 반대 정당과 정파를 탄압하는 데 쓰이는 등 정권 유지에 악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 통합진보당을 국내에 존재하는 '내란세력'으로 부각시켜 국내정치파트의 필요성을 강조해 국정원 개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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