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박근혜 대통령 비방 댓글도 나올라 ‘좌불안석’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입력 : 2013-11-23 06:00:01ㅣ수정 : 2013-11-23 06:00:03
심리전단, 세종시 갈등 때 여론전 펼쳐
검찰 수사망 좁혀오자 분위기 ‘뒤숭숭’
인사철 겹쳐 ‘원 측근’ 돌출행동 우려도
국가정보원이 ‘멘붕(멘털 붕괴) 상태’다. 선거개입 트위터 글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그간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했던 해명이 설 땅을 잃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망이 국정원을 옥죄면서 분위기는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걱정이 추가됐다. 선거개입 작업 시기와 범위가 광범위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방하는 댓글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국정원이 심리전단을 확대해 인터넷에서 여론전을 펼친 시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의원 신분인 박 대통령이 갈등하던 때와 겹친다. 2007년 대선 경선과 2008년 ‘공천 학살’ 파동으로 대립 관계가 형성됐고, 2011년 말 단독회동 전까지 냉랭한 사이를 유지했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과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는 정면충돌했다.
국정원은 당시 세종시 수정안 여론전에 직접 뛰어들었다. 원세훈 당시 원장은 2010년 4월16일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서 “세종시, 4대강 등 주요 현안에도 원(院)이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대처해주기 바람”이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심리전단은 2009년 4건, 2010년과 2011년 각 2건 등 총 8건의 박 대통령 비방 댓글을 달았다. 2009년 10월 포털의 카페에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박근혜 의원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인가’ 등 박 의원을 비판하는 인터넷 언론사 칼럼을 올렸다. 2010년 3월에는 신공항과 관련해 “박근혜는 대통령 도와주지도 않고 표만 얻으려고 경북 주민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있는데 큰 정치인으로 크려면 이렇게 하면 절대 안되죠”라는 글을 남겼다. 8건의 글은 모두 국정원이 검찰 수사 전 댓글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한 것들이다. 검찰은 삭제된 글들을 일부 복원해 이를 발견해냈다. 검찰 수사가 더 확대되면 박 대통령 비방 글이 더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최근 인사까지 겹쳐 어수선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주부터 현장 팀장급인 3~4급 인사를 단행했다. 원세훈 전 원장 라인을 배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재준 원장은 지난 4월 실·국장급인 1~2급 인사에서도 ‘원세훈 세력’을 솎아내고 그 자리에 군 출신 인사들을 대거 배치했다. 내부에선 물갈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만 세력의 내부 폭로 등 돌출 행동이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정원은 현재의 대치 정국을 고려해 자체 개혁안을 만지작거리며 눈치만 보고 있다. 남 원장은 지난달 8일 국회 정보위에서 “10월 중에 확정해 정보위에 보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지키지 못했다. 남 원장은 11월4일 국정원 국정감사에서는 “국감이 끝난 후 전문가 조언을 받아 제출하겠다”고 또다시 미뤘다. 국정원 관계자는 “아직 제출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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