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kids.hankooki.com/lpage/study/200506/kd2005063015195945730.htm
[민족의 혼, 고구려 여행] 장천 1호분 벽화 ②
<18> 고구려 고분 중 유일하게 부처 모습 그려져
김용만 (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 입력시간 : 2005-06-30 15:22
이번에도 지난 주에 이어 장천 1호분 벽화를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무덤 안으로 들어가 앞방의 입구 좌우 벽부터 둘러보지요.
벽화가 많이 지워지긴 했지만 실제 크기의 무사 2 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과 마주 보는 널방 입구 좌우에는 문지기 2 명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들 문지기의 키는 왼쪽이 153 cm, 오른쪽은 156 cm입니다.
5세기 중엽부터 인물을 신분과 관계 없이 실물 크기로 묘사
고구려 시대의 여러 무덤에서 나온 사람의 뼈를 분석해 보면, 고구려인의 평균 키는 165 cm 안팎입니다. 이로 미루어 보면, 벽화를 그린 화가가 실제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려고 노력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널방으로 이어지는 널길 좌우에도 실물 크기로 시녀 2 명을 그려 놓았는데,이들의 얼굴ㆍ자세가 저마다 특징이 있게 잘 묘사되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안악 3호분ㆍ쌍영총ㆍ수산리고분 등의 벽화에서는 신분이 높은 사람은 크게, 낮은 사람은 작게 그렸지만, 장천 1호분에서는 신분에 따른 그림 크기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5세기 중엽 이후 고구려 사회에서는 신분 차별이 줄어들고 모두 동등한 인간으로 보려는 흐름이 있었으며, 그런 생각이 그림에 나타난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죽은 뒤에도 인연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연꽃에 담아
장천 1호분에는 널방 천장에 북두칠성과 해와 달, 앞방 천장에 사신도와 장사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건 불교와 관련된 그림입니다.
널방으로 들어가는 쪽의 앞방 천장, 즉 무덤 안으로 들어가서 눈을 들어 가장 먼저 보이는 벽면에 부처의 모습이 보입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부처의 모습이 그려진 것은 장천 1호분 뿐입니다.
연화대에 올라 서 있는 앞방 천장의 네 보살.
널방의 왼쪽 벽과 오른쪽 벽면 천장 쪽에도 각각 4 명의 보살이 보입니다. 또 다양한 무늬의 연꽃과 하늘을 나는 선녀들이 모습이 눈에 띕니다.
이렇듯 연꽃은 장천 1호분에서 가장 많은 그림의 소재였습니다.
또 연꽃을 다양한 각도에서 그렸는데, 그 형태만 해도 10여 가지에 이릅니다.
장천 1호분 연화화생도. 사랑하는 부부가 함께 같은 연꽃에서 태어나 영원히 인연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특히 시신을 모시어 둔 널방에는 네 벽과 천장에 16~17 cm 크기의 8 개 잎을 가진 연꽃 200여 송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연꽃으로 널방을 꾸민 것은 무덤 주인공 부부가 죽은 뒤 극락 정토인 연화 세계로 가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시신을 넣은 관 조각에도 연꽃 무늬가 그려져 있기도 했답니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삶이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를 윤회라 하지요. 윤회하는 삶은 인연과 업보에 의해 끝없는 고리로 연결되어 간다고 보았어요. 그런데 이런 윤회를 벗어나 극락 세계로 태어나는 것이 화생이며, 화생의 방법은 연꽃에서 태어나는 것입니다.
앞방에 그려진 문지기. 땡땡이 무늬 바지 저고리를 입고 있다.
장천 1호분에는 이처럼 연꽃에서 사람이 태어나는 연화화생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습니다. 삼실총ㆍ성총ㆍ오회분 4호묘 등 여러 고분에서 발견되는 이 그림들은 고구려인이 사후 세계를 바라는 불교의 관점을 받아들였음을 알려 줍니다. 재미있는 것은 인연의 고리를 뛰어넘고자 하는 불교의 근본 교리와 어긋나게 장천 1호분의 연화화생 그림에는 부부의 인연이 극락 세계에도 끝없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하나의 연꽃에서 부부가 함께 태어나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불교를 믿긴 하지만 불교 교리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은 셈이지요. 이렇게 볼 때 장천 1호분의 주인공 부부는 죽은 후에도 영원히 함께 하기를 바라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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