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08518.html

끝나지 않은 BBK…‘140억 송금’ 진실 밝혀질까
[한겨레] 이태희 기자   등록 : 20111205 08:30 | 수정 : 20111205 10:52
   
옵셔널캐피털, 미 법원에 항소
1심 “옵셔널에 371억 줘라” 판결…김경준, 다스에 거액 
김씨 계좌 동결해제 의문…야당선 MB-김경준 ‘빅딜설’

≫ 김경준(왼쪽)·에리카 김(오른쪽)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의 진실 규명이 제2라운드를 맞았다. 미 연방법원은 지난 11월17일 김경준 전 비비케이투자자문 대표이사가 한국에서 빼돌려 스위스 계좌에 예치했던 최소 140억원의 주인은 ㈜다스라고 손을 들어 줬다. 그러나 이 돈의 소유권을 두고 ㈜다스와 다투고 있던 옵셔널캐피털(옛 옵셔널벤처스)은 이미 지난 2월 미국 법원으로부터 김경준씨 등을 상대로 승소해 스위스 계좌에 있는 돈에 대한 우선권을 확인받은 바 있다. 미 법원은 당시 김경준씨에게 371억원의 회삿돈을 옵셔널에 되돌려주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렇게 다스 쪽에 유리하게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김경준씨와 다스 사이의 ‘모종의 거래’와 연관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옵셔널캐피털의 항소가 받아들여지면 미 법원이 이런 모든 의혹에 대해 다시 짚어보겠다는 뜻이어서 상황은 반전될 수도 있다.

1심을 맡은 미 연방법원이 다스와 김경준씨 사이의 소 취하를 받아들인 것은 여러모로 의아스러운 대목이 많다.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이 실소유주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던 회사로, 2001년 김경준씨가 운영하던 비비케이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140억원을 날렸다. 다스는 이를 회수하기 위해 2003년부터 소송을 진행해 왔다. 그러다 올해 2월 김경준씨는 자신의 스위스 계좌에 있던 140억원을 다스에 보냈다. 이 계좌는 원래 미국 정부가 압류를 신청해 동결상태였는데, 알 수 없는 과정을 거쳐 동결이 풀린 상태였다. 이어 다스와 김경준씨는 양쪽의 민사소송을 취하하겠다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이 신청으로 뒤늦게 다스와 김경준씨 사이의 140억원 송금 사실을 알게 된 미 연방법원 재판부는 동결상태에 있던 돈이 법원의 승인 없이 송금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연방검찰에 동결이 풀린 이유를 수사하라고 명령했다. 이 시점이 올해 5월이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올해 7월 하순에 이뤄진 미 연방검찰 수사 결과 보고를 공개하지 않도록 했고, 지난 11월17일엔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다스와 김경준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김경준씨가 다스에게 넘겨준 140억원에 대해 옵셔널캐피털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이번에 항소에 나설 수 있었던 근거는 앞서 말한 대로 지난 2월 미 연방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의 결정이다. 또다른 민사소송을 담당했던 재판부는 371억원을 옵셔널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김경준씨와 에리카 김은 이 결정을 따르지 않고 엉뚱하게 다스에 140억원을 보냈다. 다스의 회장은 이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씨이며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팀장으로 근무하는 회사다. 그 직후에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은 한국에 들어와 ‘비비케이는 이명박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과 김경준·에리카 김 사이의 ‘빅딜’설이 흘러나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에 대한 질문 도중 “에리카 김과 검찰권력이 이미 거래를 해서,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김경준씨가 꼭 미국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7월14일 법무부는 서울 남부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씨를 외국인 수형자 전용 교정시설인 천안외국인교도소로 이감했다. 그리고 김경준씨는 지난 10월 인권위원회에 “미국 구치소에서 구금당했던 3년5개월의 기간이 형기에 포함되지 않아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냈다. 이 진정이 받아들여지면, 2007년 12월 기소돼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김경준씨는 내년 5월이면 만기로 인정받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안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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