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1578.html?_fr=mt2

대화록 토씨 하나 안 틀린 김무성, 원본 안봤다?
등록 : 2014.06.09 20:10수정 : 2014.06.09 23:13

‘대화록’ 대선 이용 무혐의 결론
‘국가기밀 누설’ 여당의원 검찰이 나서 해명해준 꼴
정문헌, 형법적용 않고 약식기소 ‘의원직 지켜주려했나’ 분석도
2007년 민주당 의원 비서관 ‘FTA’ 문서 유출땐 징역 9월
 
검찰이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면서도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약식기소에 그치고, 유력한 여당 당권 주자인 김무성 의원과 ‘친박’ 핵심인 권영세 주중대사(당시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012년 대선의 큰 쟁점이었고, 관련자가 대화록 내용 입수 경위에 대해 거짓말을 한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사실상 ‘국가기밀을 선거에 활용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을 낸 셈이 됐다.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유출 사건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정문헌-의원직 지켜주려고 형법 적용 안 했나 

검찰은 정 의원을 형법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아닌 공공기록물관리법의 비밀누설 금지 조항 위반 혐의로 기소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통일비서관(2009~2010년) 때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대선을 앞두고 누설했다면 형법 위반이 될 수 있는데, 형법의 공무상 비밀누설죄에는 벌금형이 없어 약식기소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의원직 상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벌금형 구형이 가능한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역 의원은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이외의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에 대해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고발장에 형법 위반 혐의가 적시돼 있지 않았고, 고발인도 조사받을 때 형법 적용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죄목의 적용은 검찰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설명은 설득력이 낮다.

유사 사례에 견줘봐도 형평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2007년 11월 ‘한-미 에프티에이(FTA) 협상 분야별 대응방향’ 등 대외비 문서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최재천 당시 민주당 의원의 비서관 정아무개(45)씨를 불구속 기소했고, 대법원에서 징역 9월형이 확정됐다. 당시 검찰은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2급비밀보다 급이 낮은 대외비 문서를 유출한 정씨는 정식재판에 넘긴 검찰이 국가기밀을 누설하며 ‘관권선거’ 행태를 보인 정 의원은 ‘경미한 사안’이라며 약식기소하고 만 것이다.

참여정부 청와대의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을 지난해 11월 정식재판에 회부한 점과도 비교된다. 수사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완성본은 물론 녹취 음원까지 국정원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참여정부 인사들이 삭제한 것은 초본에 불과했다. 윤웅걸 2차장은 “국가기록물을 삭제한 행위가 좀 더 엄중한 행위다”라고 했다.

■ 김무성-대화록 원본 보지 않았다? 

검찰은 대화록 원본과 토씨까지 같은 내용이 적힌 쪽지를 읽은 김무성 의원은 대화록 원본을 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정 의원에게서 들은 내용과 당 내부 보고서를 종합해 말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찌라시에서 봤다”고 거짓말한 것을 두고도, 검찰은 “증권가 ‘찌라시’가 아니라 당 내외부 선거 관련 동향 문건을 지칭하다가 그런 용어를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며 김 의원의 해명을 대신해줬다.

하지만 김 의원의 발언은 원문을 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는 대통령 선거일 닷새 전인 2012년 12월14일 부산 유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가서 한 굴욕적 발언에 대해서 제가 오늘 대한민국 대표로 이 자리에서 공개하겠다”며 쪽지를 읽었다.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과 정확히 일치한다. 정 의원이 김 의원에게 대화록을 통째로 유출했거나, 국가정보원 등 다른 입수 경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윤웅걸 2차장은 “당시 언론에 대화록 내용이 어느 정도 보도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 정도 발언은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20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국정원이 가져온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알린 서상기 의원에게도 면죄부를 줬다. 윤웅걸 2차장은 “언론에 서 의원이 열람해서 본 내용이 보도됐는데, 언론에 이 내용을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서 의원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은 대화록에 대한 평가나 소회이기 때문에 대화록 내용 누설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해 정치에 관여한 혐의로 고발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성명서 내용은 의견 표명이지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김원철 이경미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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