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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현장 맥 ‘수 천억원 영산강 뱃길 무용지물’
제284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 / KBS광주 김기중 기자
2014년 06월 11일 (수) 13:18:25 KBS광주 김기중 기자  jak@journalist.or.kr
 
 
▲ KBS광주 김기중 기자  
  
용두사미, 영산강 뱃길 복원이 그랬다. 장밋빛 전망을 펼쳐 보이며 대통령이 와서 첫 삽을 떴다. 수천억 원을 쏟아 부으며 강바닥을 파내고 배가 통과할 통선문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완공 뒤엔 말이 없었다. 대형 유람선을 띄우겠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배가 다닐 수 없을 것이라는 제보를 들었다. 진짜일까? 배를 타고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대형 유람선을 빌리기는 쉽지 않았다. 영산강 뱃길은 수심도 모르고 폐그물도 많아 위험하다며 선장들이 운항을 꺼렸다. 

하지만 배를 띄워보지 않으면 뱃길 복원을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 어렵게 유람선과 흘수(물에 잠기는 깊이)가 같은 낚시어선을 빌렸다.

과연 뱃길을 무사히 달릴 수 있을까. 긴장 속에 취재팀이 탄 낚시어선이 목포항을 출발했다. 복원된 뱃길은 유람선의 안전 운항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낚시어선이 강바닥에 부딪친 것이다. 강의 가운데인데도 일부 구간의 수심은 1미터 남짓, 대형 유람선이었다면 좌초됐을 것이다. 탐사선의 상층부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상판에 닿았다. 통선문을 통과하는데 30분에서 한 시간까지 걸렸다. 수질은 녹조가 끼어 낙제점이었고, 경관도 유람선을 띄우기엔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영산강 뱃길 복원을 추진했던 전라남도는 취재에 묵묵부답이었다. 담당 부서는 해체됐고, 도지사는 인터뷰를 거부했다. 도지사를 대신한다던 담당 국장은 방송 뒤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혈세 수천억 원을 들인 뱃길 활용 계획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끌어다 대규모 토목 사업을 벌인 도지사는 이제 곧 3선 임기가 끝난다. 4대강 사업에 맞춰 일단 짓고 보자는 욕심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도지사 공약이던 뱃길 복원 사업이 MB정부의 4대강 사업과 맞물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전라남도가 영산강 뱃길 활용 계획을 언제쯤 내놓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전남의 새로운 관광 시대를 열 것처럼 홍보했던 영산강 뱃길은 이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시사현장 맥’은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친 KBS 새노조 파업 때 잉태됐다. 기자와 PD가 하나가 돼 파업을 같이하면서 기자·PD 협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유전자가 다른 기자와 PD가 한 방에서 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고, 그 첫 프로그램에서 성과를 냈다. 
KBS광주 ‘시사현장 맥’ 제작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올해 또 세 번째 파업이 시작됐다. KBS가 ‘국민의 방송’이 되는 날까지 우리들의 싸움은 잠시 멈출 뿐 언제나 진행형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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