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ocutnews.co.kr/news/4046957

[Why뉴스] "'인사참극' 문창극 후보자, 누가 왜 추천했을까?"
2014-06-24 11:19 CBS 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비선라인 '삼성동 정실장' 설이 유력, 그렇지만 확인은 안돼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친일사관 논란 등에 책임을 지고 총리후보자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지 14일만인 오늘(24일) 자진사퇴했다. 

문 후보자는 어제(23일)까지만 해도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지만 청와대와의 교감을 한 뒤 스스로 물러나기로 선택했다. 

문제는 안대희 총리 후보자에 이어 문창극 총리 후보자까지 중도 낙마하면서 누가 문창극 후보자를 추천했는지? 인사 검증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인사참극' 문창극 후보자, 누가 왜 추천했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퇴기자회견 하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박종민 기자)
 
▶ 문창극 후보자는 누가 추천한 것이냐? 

= 그건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을 했지만 누가 추천했다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동안 몇 가지 설이 나돌았는데 문창극 후보자가 정치권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인사'이다 보니 7인회에서 추천했다. 아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작품이다. 아니다 비선라인이 추천했다더라. 이런 말들이 나돌았다. 

처음에는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에서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7인회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 김용갑 전 국회의원,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멤버다. 

특히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과는 서울고 동문이다 보니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렇지만 7인회 멤버들은 한결같이 문창극 후보자 추천 설을 부인했다. 

김용갑 전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우리 일은 끝났다"며 "우리는 인사에 대해서 누구도 추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7인회 중 한 멤버는 "그런 친구(문창극 후보자)가 어떻게 총리를 하나?"라는 언급을 했고 다른 7인회 멤버들도 비슷한 언급들을 한다. 

한 7인회 멤버는 "7인회는 인사에 관여한바 없다"면서 "문창극 후보자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해야한다. 무엇이 억울하다는 것인가? 국사를 보겠다는 사람이 자기만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병훈 전 부사장(도서출판 가파랑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추천한 일이 없다. 우리가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쪽에서도 "누가 추천했는지 모른다", "당과는 의논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친박계 인사들에게 물어봐도 "인사는 청와대서 한다"는 답변만 한다. 

그래서 비선에서 추천했다. 사천이다.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다. 

▶ 비선이라니? 인사추천을 공식라인이 아닌 비선에서 한다는 것이냐? 비선이라면 누구를 얘기하는 것이냐? 

= 청와대 인사추천은 공식적으로는 인사위원회가 한다.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비서실장이 위원장이고 여기에 정무수석과, 홍보수석, 민정수석, 국정기획 수석이 당연직으로 참석하게 된다. 

인사위원회에서 고위 공직에 오를만한 후보군 중에서 3~5배로 압축하고 후보 리스트가 만들어지면 후보들에게 인사검증 사전질문서와 함께 검증동의서를 받는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는 "후보자 물색이나 추천은 인사위원회 몫"이라면서 "외부 추천이 있는지 인사위원회에서 후보를 고르는지는 인사위원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창극 후보자가 지명되기 전 복수의 호남출신 고위공직에게 총리직을 제의했지만 이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했으며 따라서 검증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문창극 후보자는 처음부터 '비선라인'에서 추천했다는 말이 청와대나 새누리당 등 여권내부에서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면서 '삼성동 정실장'으로 불리는 정윤회 씨가 추천했다는 설이다. 한 여권관계자는 "정윤회씨가 추천했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정 씨가 서울고 출신이다 보니 박근혜 정부에서 서울고 인맥이 많은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윤회 씨가 서울고 출신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고 출신인 전직 고위공직자는 "서울고 출신이라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했고,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서울고 출신은 아닌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정윤회 씨.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 정 실장으로 불리는 정윤회 씨가 누구길래 추천했다는 것이냐? 

= 비선라인 추천은 확인이 어려운 얘기다. 그렇지만 정윤회 씨가 추천했을 것이라는 얘기는 정치권에서는 파다한 얘기다. 새누리당이나 야당의원들에게 물어봐도 "정윤회씨가 추천했다는 걸로 들었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정윤회 씨로부터 직접 이에 대한 사실여부는 확인하지는 못했다. 

정윤회 씨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정윤회 씨는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부인 임모 씨 사이에서 낳은 딸 순실 씨의 남편으로 최태민의 사위다. 

정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던 1998년부터 측근으로 활동했다. 박근혜 국회의원의 비서실장으로 불리고 보좌진과 비서실을 총괄했지만, 공식적으로 그는 무보수 입법보조원에 불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2002년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 정윤회 씨는 박근혜 총재비서실장으로 근무했고 2004년 이후부터 전면에서 사라졌다. 

그렇지만 2007년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나 지금까지 '숨겨진 실세', '베일에 가려진 인물' 등으로 불린다. 

정가에서는 "청와대 3인방의 배후에 정윤회 씨가 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한 야당의원도 "지금 청와대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비서관이나 안봉근 부속실장 등이 1998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달성구 선거부터 정윤회씨와 함께 일했던 인물인데, 당시 실질적인 비서실장이 바로 정윤회였고 이들(청와대3인방)을 채용한 사람도 정윤회여서 '밤의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시사저널에서 <박지만 정윤회가 날 미행했다>는 보도를 하면서 정윤회 씨의 행적이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정윤회 씨와 청와대 3인방 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 사이에 암투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윤회 씨는 언론인터뷰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고 청와대 3인방과 "대선이 끝난 이후론 만난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 취임초기부터 '인사 참사'가 계속 불거지는 이유가 뭐냐? 

= 사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기보다는 '수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다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것이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됐던 게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 내정이었다. 취임식 이전에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청문회에 서기도 전에 각종 비리의혹이 제기되면서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리고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도 '국민검사'로 불리며 청렴의 대명사였지만 대법관 퇴임 후 과다수임료와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역시 스스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추천은 인사위원회가 하건 외부에서 하건 비선라인에서 하건 할 수 있다. 문제는 추천된 인사에 대해 철저한 검증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통과의례로 적당히(?) 하다 보니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기춘 비서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추천과 검증의 책임을 모두 지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거나 낙마하는 문제가 생긴다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국무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청문회에 서지도 못하고 낙마했는데도 책임을 지지 않는 다면 이건 분명히 비정상일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다보니 비서실장이 추천한 인물에 대한 검증이 느슨해지거나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인사 참극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과거정부처럼 인사수석실을 두거나 인사비서관을 신설하고 정부내 인사위원회를 둬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비선을 통한 인사추천이나 통과의례식 검증을 할 것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를 임명하는 일정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미달하면 당연히 후보자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래야 인사 참극이 사라지는 것이다. 

7인회 멤버인 김용갑 전 의원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미 있는 두 가지 언급을 했다. 

하나는 "(예전에) 박 대통령에게 (청와대) 민정수석을 잘 쓰라고 했다. 검사 출신은 하면 안 된다. 검사들은 많이 굳어가지고. 내가 민정수석을 해봐서 아는데 참 중요하다. 민정수석은 민심동향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직언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신문 보니까 민정수석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안 하고 실장을 통해서 한다고 하더라. 그러면 안 된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이) 여러 사람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소통하라는 얘기인 것이다. 

비선라인 추천의 문제점을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이명박 정부에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를 비선라인에서 추천했다. 

그렇지만 검증을 책임진 민정수석실에서 반대를 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 그래서 청문회가 열렸지만 결국에는 여러 의혹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그 책임은 인사검증을 맡았던 민정수석이 지고 사퇴했다. 

따라서 잇따른 인사 참사에 대해서는 누가 추천을 했는지 검증은 어떻게 이뤄졌고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소상히 밝혀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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