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47101.html

관료는 ‘MB의 손발’, 전문가는 ‘MB의 입’ 돼 밀어붙였다
등록 : 2014.07.15 20:26수정 : 2014.07.16 08:50 

2010년 4월22일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준설 작업이 진행중인 남한강 이포보~여주보 사이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준설업체인 대림산업이 집단 폐사한 물고기들을 강바닥에 파묻은 것을 환경단체 회원들이 파헤쳐 꺼낸 장면이다. 4대강범대위 제공

[심층 리포트] ‘재앙’이 된 4대강 사업
사업집행 앞장선 주역들

이명박 전 대통령 다음으로 4대강 사업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사업 계획을 작성하고 집행한 정부 관료들이다. 당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등은 직책상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야당이나 시민환경단체의 문제 제기를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식으로 깔아뭉개며 4대강 사업을 앞장서 이끌었다.

이명박 정부의 첫 국토부 장관으로 2008년부터 2011년 6월까지 4대강 사업을 진두지휘한 정종환 전 장관은 저돌적으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여 ‘엠비(MB) 아바타’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그는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사업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속도전으로 가야 한다”며 본공사 착공 13개월 만인 2010년까지 전체 공정의 60%, 2011년 장마철 전까지 보와 준설 등 주요 사업을 모두 완공하는 일정을 군사작전하듯이 몰아붙였다.

그 탓에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과로사나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강요해서 속도가 빨라지는 게 아니라 업체들이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편하기 때문”이라거나 “사고다운 사고는 몇 건 없고 대부분 본인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나 익사사고였다”고 둘러대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09년 8월 한국수자원공사(수공)의 부정적인 법률 검토 의견을 묵살하고 4대강 사업비 8조원을 떠넘겨 수공을 빚더미에 올려놓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국토장관 정종환은 속도전, 환경장관 이만의 환경평가 축소, 심명필 본부장은 실무 진두지휘
박석순 교수 대운하 공약 만들고, 박재광 교수는 이론적 옹호·강변
“더 크게 했어야” “환경단체가 문제” 아직도 반성·책임커녕 궤변 늘어놔

환경부는 과거 대규모 개발사업이 환경 문제로 논란을 빚을 때 이를 중단시키지는 못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 협의권을 무기로 나름 개발 부처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땐 이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환경부를 이끈 이만의 전 장관은 4대강을 사실상 호수로 만드는 사업임에도 환경영향평가를 4개월 만에 마무리지었다. 4대강 속도전에 가속 페달을 밟아준 꼴이다. 이 장관은 환경 부처가 아닌 개발 부처 책임자인 듯한 행태를 보였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야당과 환경단체의 비판에는 “나중에 4대강 정비 사업이 잘못되면 책임을 지겠다. 역사적으로 심판받을 각오를 하고 임무에 임하고 있다”고 맞섰다. 그는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도 “녹조 문제를 4대강만의 문제로 부각시키는 것은 정치적 시각이고, 4대강 사업 자체는 굉장히 필요한 사업이었다”며 여전히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4대강 사업 당시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인 심명필 인하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운하나 4대강 사업과 같은 수자원 관리 방식의 신봉자가 아니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2008년 10월20일 한 신문에 실은 기고문에서 당시 정부가 주장하는 ‘물그릇 확대’는 물 소비 절약, 물 공급·이용 효율 개선보다 후순위라고 지적했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수량을 가장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수단으로 물그릇의 기능을 설명한 것을 보면, 그가 염두에 둔 물그릇은 수심을 유지하려고 사시사철 물을 담아놓는 4대강 사업의 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2009년 4월 추진본부장으로 임명된 뒤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단순한 하천 정비를 넘어 생명·경제·환경이 흐르는 강을 만들어 선진 한국으로 가기 위한 사업”이라고 주장하며,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2012년 12월까지 진두지휘했다. 그는 <한겨레>에 “4대강 사업은 큰 하천 공사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평가가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전문가 그룹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비판하는 단체와 전문가들을 공격하며 4대강 사업을 적극 엄호했다. 보수 언론의 지원으로 증폭된 이런 목소리에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는 절규는 묻힐 수밖에 없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후보의 ‘운하정책 환경자문 교수단’ 단장으로 대운하 공약 개발을 사실상 주도했다. 그는 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대운하 건설을 주장했지만 4대강 사업으로 돌아선 뒤로는 간여도 별로 안 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크게 책임질 일을 한 적도 책임질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4대강 사업 초기 학교에 머물렀지만, 이후 4대강 사업과 관련한 환경 파괴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를 적극 대변해왔다. 그는 운하에 의한 수질오염 우려 주장을 반박하려고 ‘선박을 운행하면 배의 스크루가 돌면서 산소를 공급해 물이 깨끗해진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쳐 ‘스크루 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환경단체들이 4대강 강바닥에 뻘층이 형성되는 사실을 확인하자 “뻘은 물 위에 있는 더러운 것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생긴 것이기 때문에 수질은 좋아졌다”는 엉뚱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2007년 10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국정감사의 대운하 관련 참고인으로 언론에 처음 등장한 이후 물류, 관광, 지역개발 등 전공과 무관한 분야까지 종횡무진하며 거침없이 4대강 사업을 옹호했다. 박 교수가 쏟아낸 4대강 사업 예찬론은 특히 강도가 높았다. “4대강은 퇴적토에 의해 동맥경화에 빠진 만큼 깊게 파는 게 가장 현명하고 옳은 길” “4대강 사업으로 국토를 요새화하지 않으면 2류 국가에 머문다. 삽질공화국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따위의 주장은 그가 4대강 사업을 주도한 듯한 느낌마저 준다. 환경단체가 제기한 4대강 소송에 정부 쪽 증인으로 나와서는 “3년 뒤에 한국 전체가 4대강 때문에 너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 반대 교수들을 논문도 제대로 안 쓴 비전문가라며 인신공격하다 제소당해 지난해 1월 1900만원을 배상하기도 했다. 교수들이 배상금을 모두 환경단체 활동비로 내놓는 바람에 그는 본의 아니게 4대강 반대에 자금을 지원한 꼴이 됐다. 9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는 “4대강 사업을 더 크게 벌였어야 했다”며 “4대강 사업이 논란이 되는 것은 할 일이 없어진 환경단체가 물고 늘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산림생태학자 차윤정 박사가 2010년 5월17일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이 됐다는 소식은 환경생태 분야 필독서로 꼽히는 <신갈나무 투쟁기>를 통해 그를 알게 된 사람들한테 충격이었다. 그는 2009년 10월1일 한 언론에 실은 칼럼에서 “이제 강을 수로와 수심과 수변으로만 다듬는 ‘사업’을 한다고 예산까지 구체화하였다. 뭘 어떻게 해서 자연의 아름다운 강보다 더 아름다운 강을 만든단 말인가”라고 4대강 사업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진본부에 합류한 뒤에 태도를 180도 바꿨다. 2012년 7월 낙동강이 이른바 ‘녹조라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강에 가면) 강이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다. 강에 물이 차 있는 것 보고 부자가 된 느낌이 든다”고 말할 정도로 4대강 사업 홍보실장 노릇에 충실했다. 하지만 그는 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질문을 애써 피하며 “이미 다 지난 일이고 제가 이제 해야 할 일은 상황이 다 정리됐을 때 책임을 진다든지 하는 부분이지 지금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김규원 김경욱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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