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651782.html?_fr=mt3

[단독] 윤일병 하루 한끼도 못 먹고 맞아…군검찰, 증거기록서 누락
등록 : 2014.08.19 00:32수정 : 2014.08.19 11:21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닷새 뒤인 4월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44장을 한겨레가 8월5일 입수했다. 헌병대장 주관 아래 실시된 현장 검증에는 군의관이 배석한 가운데 이아무개 병장 등 가해 병사 6명이 참여했다. 현장 검증은 4월6일 육군 28사단 OO대대 의무반에서 5시간 진행됐다.

사건 초기 수사기록 보니… 사망전 이틀간 라면 한끼 먹어 선임들, 잠 안재운채 얼차려·구타
사망사건 초기 수사 맡은 헌병대 뇌부종 추정서 질식사로 바꿔 “헌병 수사에 잘못있나 의심” 지적

선임병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아무개(21) 일병이 쓰러져 숨지기 직전 하루 종일 한끼도 먹지 못한 채 온몸을 구타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헌병대가 윤 일병의 가슴 부위 전체에 광범위한 폭행 흔적을 발견한 뒤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뇌부종 등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고 초기에 판단했다가, 부검도 하기 전에 ‘질식사’로 방향을 바꾼 정황도 드러났다. 그런데 군검찰이 가해 병사들을 재판하는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 이런 내용이 담긴 9가지 증거기록을 제출하지 않아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겨레>가 18일 윤 일병 사망사건에 대한 헌병대의 초기 수사기록 내용을 확인한 결과, 윤 일병은 구타로 쓰러지기 이틀 전인 4월4일 밤 10시께부터 5일 새벽 5시까지 얼차려를 받았다. 2시간 정도 눈을 붙인 윤 일병은 이날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채 이아무개(26·구속 기소) 병장 등 선임병들한테 폭행을 당했다. 이날 낮 12시 이 병장은 의무반원 전원에게 “점심은 먹지 말고 그냥 라면을 먹으라”고 지시했다. 윤 일병은 다시 오후에 기마자세 등의 얼차려를 받았고, 이후 저녁 식사도 하지 못한 채 밤늦게까지 폭행을 당했다.

윤 일병은 이 병장이 취침을 금지한 탓에 4월6일 새벽 5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이날 아침 7시55분 지아무개(21·구속 기소) 상병에게서 엎드려뻗친 상태에서 폭행을 당한 윤 일병은 또다시 아침 식사를 하지 못했다. 오전 내내 구급차 내부 청소를 한 윤 일병은 점심 식사도 하지 못했다. 이틀 내내 라면 한그릇만 먹고 폭행을 당한 윤 일병은 오후 4시10~25분, 다시 선임병들에게 얼굴·가슴·배를 70여차례 무차별 가격당한 뒤 쓰러졌다.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헌병대는 윤 일병이 숨진 직후인 4월7일 검시를 한 뒤 “안면부, 좌우측 팔, 좌측 옆구리, 좌우측 다리 등 신체 전반에 외력에 의한 크고 작은 찰과흔·타박흔 관찰”, “가슴 부위에 54㎝×29㎝ 범주로 광범위하게 타박흔이 관찰”된다고 기록했다. 또 “(윤 일병이) ‘살려달라. 앞으로 잘하겠다’고 호소하다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는데, 뇌부종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나 정확한 사인은 부검과 수사 뒤 종합판단 예정”이라고 밝혔다.

헌병대는 4월8일 이런 내용을 윤 일병 가족에게도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28사단 군검찰부에 같은 날 제출한 보고서에는 부검을 하기 전인데도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등(추정)으로 사망함”이라며 ‘질식사’로 판단하는 듯한 내용이 등장한다. 이후 윤 일병 가족은 군에 가해자들이 살인이 아니라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받은 것에 항의하기도 했지만, 군의 ‘설명’을 듣고는 주장을 접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 법무관 출신인 한 변호사는 “

군검찰이 빠뜨린 기록목록을 보면 헌병의 초동수사과정의 문제점과 헌병이 사인을 추정한 시기를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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