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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검찰이 밝힌 사이버 유언비어 ·명예훼손 상시점검 방안ⓒ정의당 서기호 의원실
확산되는 ‘카카오톡 사찰’ 파문…‘사이버 공안시대’ 도래하나
최명규 기자 acrow@vop.co.kr 발행시간 2014-10-13 19:45:21 최종수정 2014-10-13 20:09:07
지난달 18일 검찰이 밝힌 사이버 유언비어 ·명예훼손 상시점검 방안ⓒ정의당 서기호 의원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그야말로 '사이버 공안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사이버 망명' 현상으로 이어진 '카카오톡 사찰' 논란에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지시 이후 진행한 '유관기관 대책회의'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때맞춰 포렌식 장비를 대규모로 구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대1 메신저 성격의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다수가 모여 있는 모바일 커뮤니티 '네이버 밴드' 역시 수사기관의 사찰 대상에서 비껴갈 수 없다는 것도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패킷 감청(인터넷 회선에 접근해 그 내용을 엿보거나 가로채는 방법)' 설비가 국정원 설비를 빼고도 9배 가까이 늘어난 사실도 드러났고, 통계에서 제외된 국가정보원이 '패킷 감청'의 95%를 수행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박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 발언 이틀만에 검찰 '대책회의'
"사이버 유언비어 전담수사팀과 포털사 '핫라인' 구축…실시간 적발"
박근혜 대통령이 9월 1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법무부와 검찰이 이런 행위에 대해 철저히 밝혀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러자 이틀 뒤인 9월 18일 대검찰청은 안전행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부처와 네이버·다음·SK커뮤니케이션즈·카카오 등 민간 인터넷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고, 9월 25일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 의원(정의당)이 공개한 대책회의 내부문건에는 서울중앙지검의 '전담수사팀'과 포털사 간에 '핫라인'을 구축해 실시간 정보와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한편, 해당 글에 대한 삭제를 요구하는 방안이 담겨져 있었다.
특히 '인터넷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유언비어·명예훼손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논제와 관련된 특정 단어를 입력·검색해 '실시간 적발'하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문건에 따르면 검찰의 중점 수사 대상은 △의혹 제기를 가장한 근거없는 폭로성 발언 △국가적 대형사건 발생 시, 사실관계를 왜곡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각종 음모설, 허위 루머 유포 △공직자의 인격과 사생활에 대한 악의적이고 부당한 중상·비방 등이다.
이에 대해 서기호 의원은 "검찰이 제시한 주요 수사 대상을 보면,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이라기보다는 정부 정책 반대를 사전에 막아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특정 검색어를 가지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처벌하겠다는 것은 검찰 스스로 사법부임을 포기하고 정권의 호위무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 말씀이 있자마자 범정부 대책회의를, 더욱이 민간업체를 불러서 협조 요청을 하는 것은 '사이버 공안정국을 연상하게 한다"며 "모기를 보고 대포를 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검찰은 또한 '대책회의'와 '전담수사팀' 구성과 궤를 같이해 '컴퓨터 법의학'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대규모로 구입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 8월말부터 1달 반 사이 총 64억원 어치의 디지털·모바일 포렌식 장비를 구입했다. 이는 2012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대검찰청이 구매한 11억원의 5배에 달하는 액수이다.
카카오톡뿐 아니라 네이버 밴드도…"엄청난 규모의 대국민 사찰 가능"
논란이 된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모바일 커뮤니티인 '네이버 밴드'도 예외는 될 수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에 참가했던 노조원 A씨는 올해 4월 서울 동대문경찰서로부터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를 받았다.
통지서에는 '해당 피의자의 통화내역(발신 및 역발신 내역, 발신기지국 위치 포함)과 기타 피의자 명의로 가입된 밴드, 밴드 대화 상대방의 가입자 정보 및 송수신 내역'이 명시돼 있었다. 피의자 한 명을 조사하면서 밴드에 가입해 있는 다른 사람들의 정보 및 대화내용까지 요구한 것이다.
네이버 밴드가 서비스 개시 이후 2년 동안 다운로드 수가 3천500만건, 개설된 모임수가 1천200만개에 이르고, 가장 많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의 경우 가입한 밴드 수가 97개, 연결된 친구 수가 1만6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데 비춰 보면 "엄청난 규모의 대국민 사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청래 의원의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MB-박근혜 정부 거치며 사이버 감청설비 9배 폭증
카카오톡·네이버 등 패킷감청 95%는 국정원이 수행
최근 4년간(2010-2013) 포털(네이버/다음/네이트 등)과 모바일메신저(카카오톡/라인 등)에 요청된 수사기관 감청 협조의뢰 현황ⓒ미래창조과학부/전병헌의원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패킷감청' 인가 설비는 9배 가까이 늘어났다. 새정치연합 유승희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 공개한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총 9대에 불과하던 정부의 패킷감청 설비는 2014년 현재 총 80대로 증가했다.
특히 2008년 이후 새로 인가된 전체 감청 설비 73대 중 2대를 제외한 71대가 인터넷 감시 설비였다. 더욱이 이 통계에는 국정원 보유 장비는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병헌 의원이 공개한 미래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전체 인터넷 감청은 총 1천887개 회선(감청허가서 401건)에서 이뤄졌는데, 이 중 1천798건(95.3%)이 국정원에서 수행한 것이었다. 전 의원은 "패킷 감청의 95%를 수행하고 있는 국정원 감청 설비가 얼마나 많을지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카카오톡은 감청 자체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카카오톡 메시지와 같이 '서버에 저장된 결과물'은 감청의 대상이 아니라는 2012년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도, 다음카카오 측이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출하며 적극 협조한 정황도 드러났다. 다시 말해 업체까지 '사이버 사찰'을 거부하지 않고 일조해 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들어 더욱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사이버 사찰' 관련 움직임은 '사이버 공안정국'이 우려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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