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impeter.tistory.com/1689

'용팔이'가 아닌 '난닝구'만 재등장한 민주당 전대
2011/12/12 07:02  impeter


민주당 임시 전국대의원대회 (이하 전대)가 어제 잠실 체육관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민주당은 야권연합을 추진하고 있는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안이 참여 대의원 5천820명 중 찬성 4천427명으로 (반대 640명) 가결됐습니다. 

전대가 열리기 전부터 민주당에서 보내오는 문자속보를 보면서 쉽게는 통과가 되지 않으리라 전망은 했습니다. 역시나 전대가 시작되면서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을 반대하는 일부 민주당원들의 소란에 잠실체육관은 욕설과 고성이 오갔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오마이뉴스는 「민주당 전대 최악의 난장판...'용팔이'만 없었다」 라는 기사를 올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대 모습과 용팔이 사건의 성격은 전혀 다릅니다. 

'용팔이' 사건은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부끄러웠던 사건이자, 전두환 정권이 벌인 정치공작 중의 하나였습니다. 


■ 장세동 안기부장이 지시한 '용팔이' 사건

전두환 정권 시절 국민은 대통령 직선제 개선을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신한민주당의 이민우와 이철승 등은 정권의 내각제 개선을 찬성했고, 이를 반대한 김영삼, 김대중 등 70여명의 국회의원들은 신한민주당을 탈당해 통일민주당을 창당했습니다. 

그런데 통일민주당이 창당행사를 벌이는 전국에서 각목을 든 조폭들이 와서 창당을 방해했는데, 이 뒤에는 정부에 위협이 되는 야당 창당을 막으려는 장세동 안기부장이 있었습니다. 장세동은 이택희 등 신민당 간부들에게 5억원의 자금을 제공했고, 신민당 총무국장은 전주파 두목 용팔이 김용남에게 창당 방해를 사주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 밝혀진 이 사건은 '모래시계'에 나온 모습이 결코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공작 중의 하나였습니다. 

용팔이가 없었다는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보면 욕설과 의자가 난무했어도 정치공작은 아니었으니, 그리 비슷한 모습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 민주당 전대는 지난 2003년에 나왔던 '난닝구' 사건과 유사했다고 봅니다. 

2003년 9월4일 옛 민주당 당무회의장에서 한 당직자가 러닝셔츠 차림으로 ‘민주당 사수’를 외치고 있다 ⓒ 한계레


2003년 옛 민주당에는 '민주당 사수파'와 '신당 창당파'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민주당 당무회의장에서 난닝구 차림의 50대 남성이 회의장에 들어와서 '민주당 사수'를 외쳤습니다.이런 과정과 진통을 통해 민주당은 결국 탈당파 40명이 빠져나갔고, 열린우리당이 창당됐습니다. 

2007년 열린우리당은 전당대회를 열어 대통합민주신당과 합당을 결의했는데, 그때에도 합당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지도부,당직자들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2011년 어제 민주당 전대에서 '지문날인'을 해야 대의원증을 교부받을 수 있었던 시스템에 항의하여, 20대 여성 당직자의 뺨을 때린 사람이 바로 지난 2003년 벌어진 '난닝구' 사건과 동일 인물이었습니다. (난닝구만 안 입었을뿐,거친 모습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오늘 저는 새천년민주당과 열린 우리당의 사건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제 민주당 전대에서 보여준 고성과 욕설, 주먹질이 왜 자꾸 벌어지느냐는 점입니다.  저는 소수의 사람이 열정적으로 정당정치를 추구하는 모습이 옳은가? 아니면 국민 다수를 상대로 하는 통합의 정치가 옳은가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옳다 그르다는 표현은 정치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그것은 분당과 통합, 이 자체는 옳다 그르다고 결론을 지을 필요도, 무조건 나쁘거나 옳다고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어떤지를 우리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중동에 나온 민주당 전대 관련 기사 제목들입니다. 제목만 읽으면 어제 민주당 전대는 '용팔이'사건과 너무 유사하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어제 민주당 전대를 바라본 사람들은 저러니 민주당 해체가 당연하다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렇게 민주당 사수를 외치는 사람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물론 폭력은 절대 반대이자, 폭력을 행사하거나 욕설을 했던 사람은 반성해야 합니다.)

문제는 정당정치의 폐해와 문제점, 그리고 기득권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과연 변화되는 국민의 요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없다는 점을 저는 비판하고 싶습니다. 민주당이 착각하는 것은 자신들을 지지했던 사람이 민주당을 좋아해서 그들에게 표를 던진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반이명박 심판을 외치는 정치적 집단으로 민주당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한미FTA를 막아내지 못하고, 국회 등원을 서두르는 모습, 그리고 정치적 기술보다는 막기에 급급한 모습은 정치 9단 한나라당과 정치적 싸움에서 늘 밀리는 실력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대다수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은 민주당도 그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합니다. 

민주당이 11일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진통끝에 야권통합안 전대 가결을 선포하자 반대측 당원들이 연단을 향해 음료수를 뿌리고 있다.ⓒ 오마이뉴스


저는 야권통합안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명박 심판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전대에서 민주당 사수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주장도 충분히 인정합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국민의 눈에 다 똑같은 정치판이라는 모습을 보이게 만들었느냐는 점입니다.

충분히 대의원들의 주장을 공개토론 내지는 의견수렴을 전대 전에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 말고 평당원에게까지 확대해서 폭넓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국민이 정치에 대한 냉소를 보이는 모습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눈은 높아져 가고 있는데, 정치판에서 벌이는 짓은 늘 세련되지 못하고 구태의연하고, 옛날 습성을 못 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만이 전부는 아니고 오프라인에서의 정치 참여도 중요합니다. 그것이 당원으로 활동하던, 멀리서 지지와 반대를 하건 모두가 소중한 의견이자,정당을 살리고 죽이는 일들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정치적 수준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의 정치적 참여도 쉽게 그리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제 그런 국민의 정치 실력을 인정해서, 정당 정치도 더 세련되고 효율적이면서 합리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당의 근간도 시민이고 정치의 근본도 국민입니다. 자신들을 '국민정당'으로 부를 때에는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앞으로 남은 야권통합 정당에서는 세련된 정치,깔끔한 정치,즐거운 정치가 나오길 간절히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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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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