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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민주당 떳떳하지 못한 ‘익명의 등원’
박홍두 정치부 기자   입력 : 2011-12-13 03:04:51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주말 소속 국회의원 87명에게 설문지를 돌렸다.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밀봉되어 제출된 설문지 서문엔 ‘답변 내용은 비밀이 보장된다’고 적혀 있었다.

첫번째 문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장외 투쟁과 병행해 내년 예산안 등 현안 처리를 위해 등원을 해야 할지, 아니면 지속적인 대외 투쟁으로 등원을 거부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응답한 60명 중 55명의 의원이 등원에 찬성해 87명 중 절반을 훌쩍 넘겼다. 반대는 5명이었다.
 
두번째 질문지는 등원시기를 물었다. 12월 셋째 주부터 12월 말까지가 보기로 제시됐다. 등원에 찬성한 55명 중 절반 이상이 이번주 중 등원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즉시 등원하자고 응답한 사람은 소속 의원의 3분의 1 정도일 것으로 추론된다. 설문은 전날 전당대회가 열린 잠실실내체육관에서도 진행됐다.

설문 소식이 알려지자 당내에서는 반발이 거세게 나왔다. 강창일·김진애·문학진·유선호·이종걸·신건·장세환·정범구·조배숙 의원 등 9명은 12일 성명을 내고 김진표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독단적인 여야 임시국회 등원 합의로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김 원내대표가 사의 표명한 것을 지키라는 것이다. 이종걸 의원은 “현안이 많아서 등원이 당연하다는 전제를 깔고, 등원시기를 묻는 것은 이미 의도가 있는 설문조사”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무기명 설문조사와 투표에 반대했다.

노 수석부대표는 “FTA 무효화 투쟁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예산안 외에도 디도스 공격,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등 원내에서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장외투쟁만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박했다. 원내지도부는 이 설문결과를 제시하며 다음 의총에서 대세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당에서는 전날 전대에서 한·미 FTA 무효화 투쟁을 전국 대의원과 함께 결의하는 자리에서 등원 설문조사를 하고 의원들의 찬성 답이 쏟아진 데 대해 혀를 차는 모습이 많았다. 비공개 설문조사로 등원 여론을 몰아가려는 원내지도부에도 비난의 화살이 몰렸다.

여당 의원들은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에 찬성표를 던진 비난을 오롯이 받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익명’의 뒤에 숨을 게 아니다. 떳떳하게 실명으로 나서는 게 맞다. 여든 야든 심판의 몫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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