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63754.html
[세상 읽기] 이명박 정권의 비리 청산을 위하여 / 유종일
등록 : 2014.11.10 18:33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이명박 정권에서 일어난 권력형 비리와 범죄에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된다.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로 정치권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금액은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초래한 손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각 분야별로 이명박 정권이 나라에 끼친 손해를 따져보는 ‘엠비(MB)의 비용’ 시리즈를 8월1일부터 최근까지 <프레시안>에 연재하였다.(1부 연재는 최근 마쳤고, 곧 2부 연재를 개시할 예정이다.) 여기서 박창근 교수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22조원의 사업비보다 3배나 되는 65조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낙동강의 썩은 물에서 풍겨오는 악취는 4대강 사업과 엠비정권의 상징적인 유산이지만, 앞으로 수자원공사의 부채를 갚기 위해 우리의 세금이 올라가고 수도요금이 오를 때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비명이 새어나올 것이다. 4대강 ‘위장 대운하’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주도한 것이고, 정권 핵심 실세였던 ‘만사형통’ 이상득과 ‘왕차관’ 박영준은 자원외교라는 미명 아래 천문학적 돈을 뿌리고 다녔다. 고기영 교수의 추정에 의하면 자원외교는 약 56조원의 부채를 우리에게 남겼다고 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얘기들을 보면 아마도 손실액은 더욱 불어날 것 같다. 이것만이 아니다. 정부의 사업을 떠맡은 공기업들은 부채 더미에 올라앉았으며, 정권의 낙하산들이 점령한 케이티(KT), 포스코, 금융지주회사 등은 각종 부실과 비리가 터져 나오며 경쟁력을 잃어 갔다.
아무리 나라에 큰 손해를 끼쳤다고 해도 실패한 사업에 다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판단착오나 환경변화로, 아니면 그냥 운이 나빠서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진 여러 실패한 사업들에는 권력 실세들이 개입되어 있고, 구체적인 정황증거로 볼 때 비리와 범죄의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이런 일들에 앞장선 많은 이들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정부의 포상을 받기도 하고 영전도 하면서 희희낙락하고 있다. “녹조가 생기는 건 수질이 나아졌다는 뜻”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적반하장이 뒤틀린 현실을 상징한다. 이러한 ‘역사의 도덕적 해이’는 금전적 손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다.” 알베르 카뮈의 말이다. 그는 나치 부역자 숙청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프랑스 공화국은 관용으로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친일 부역자에 대한 관용으로 건설되었다. 반민특위의 좌절로 이 땅에서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항상 살아있는 권력에 붙어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풍조가 만연하게 되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하는 이가 총리로 지명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4대강사업조사위원회가 편파적으로 꾸려지는 것을 보고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응징하고 청산하려는 생각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기억투쟁으로써 청산투쟁의 초석을 놓고자 ‘좋은나라’는 ‘엠비의 비용’ 시리즈를 기획했던 것이다. 다행히 국민여론은 들끓고 있다. 여러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이명박 정권의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원하고 있다. 이제 야당이 책임지고 국정조사를 관철해내야 한다. 거듭된 선거 참패와 세월호법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기회주의 등으로 야당은 존재 이유도 국민의 신뢰도 상실했다. 이명박 정부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는 야당에 마지막 기회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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