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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이후 사라지는 모래강…종교인 함께 지켜야”
11월10일, 불교·가톨릭 성직자 100여 명
‘내성천함성’ 현수막 펼치고 맨발로 걸어
주영미 기자  |  ez001@beopbo.com 승인 2014.11.11  00:13:39

▲ 내성천의 친구들은 11월10일 영주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강변에서 ‘모래강 내성천을 향한 종교인들의 발걸음’ 행사를 진행했다.
 
모래강 내성천에서 불교와 가톨릭 성직자들이 함께 강의 회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성직자들은 100m가 넘는 ‘내성천의 함성’ 현수막을 손과 손으로 맞잡고 맨발로 강물을 따라 걸으면서 “강물은 흘러야 한다”라고 거듭 염원했다.  

내성천의 친구들은 11월10일 영주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강변에서 ‘모래강 내성천을 향한 종교인들의 발걸음’을 진행했다. 이 자리는 스님들과 가톨릭 신부·수녀들이 함께 내성천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면서 영주댐 건설로 인해 변화된 환경의 심각성도 함께 확인하고자 마련됐다. 동화사, 고운사, 운문사 대중스님들, 경북 지역 신부들, 생명과 환경을 지니는 수녀회 수녀 등 성직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행사는 성미산 대안학교 어린이들도 함께하면서 종교와 세대를 초월하는 장이 됐다. 또 불교환경연대,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에서도 동참해 불교계의 힘을 실었다. 

▲ 스님과 신부, 수녀들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4명이 한 조를 이뤘다. 이어 현수막을 사방에서 맞잡고 느린 걸음으로 강을 따라 걸었다. 오후 햇살에 강물이 반짝거리며 순례자들을 반겼다.
 
오전 동안 ‘만남과 나눔의 시간’에 이어 오후에는 ‘내성천의 함성’ 현수막 펼치고 물길 걷기로 진행됐다. ‘내성천의 함성’은 4대강 개발과 영주댐 공사로 인한 내성천의 자연변화 실상을 기록해 온 지율 스님이 조각 천을 모아 틈틈이 손으로 기우며 직접 수를 놓은 것이다. ‘힘내라 내성천’, ‘우리가 강이 되어 줄게’ 등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조각들을 연결하면 총 길이는 100m가 넘는다. 

스님과 신부, 수녀들은 이 현수막을 펼치기 위해 신발과 양말을 벗고 4명이 한 조를 이뤘다. 이어 현수막을 사방에서 맞잡고 느린 걸음으로 강을 따라 걸었다. 늦가을 오후 햇살에 강물이 반짝거리며 순례자들을 반겼다. 얕게 드리운 강물 아래로 모래톱이 보였다. 때로는 도톰하고 때로는 거칠었지만 모래강의 촉감에 성직자들은 저마다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이 모래강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누가 시작이라고 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강물은 흘러야한다”는 노랫가락이 되풀이됐다.

▲ 모래톱은 때로는 도톰하고 때로는 거칠었다. 모래강의 촉감에 성직자들은 저마다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해맑게 웃었다.
 
문종호 내성천의 친구들 대표는 “스님들과 신부, 수녀들이 함께 내성천을 걷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힘, 강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확인했다”며 “영주댐 건설 이후로 내성천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모래들이 성큼성큼 사라지더니 거친 돌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강이 만든 자연의 모래는 소리 없이 빠져나가고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특히 지율 스님은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내성천의 변화를 사진으로 밝혔다. 스님에 따르면, 이날 행사가 열린 무섬마을 강변은 영주댐 공사 직후 강폭이 줄어들면서 강 밑의 모래가 드러났고 수풀이 우거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지난 7월, 트렉터로 인해 수풀지역이 갈아엎어지면서 풀들은 사라졌고 현재는 거친 자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상황이었다. 이 같은 변화는 무섬마을 강변만이 아니라 내성천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스님 설명이다. 내성천 하류의 회룡포 강변에서는 모래톱이 빠져나간 높이가 성인 키보다 높았고, 내성천의 지류 신음천은 마르다시피 했다.
 
▲ 이날 행사가 열린 무섬마을 강변은 영주댐 공사 직후 강폭이 줄어들면서 강 밑의 모래가 드러났고 수풀이 우거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지난 7월, 트렉터로 인해 수풀지역이 갈아엎어지면서 풀들은 사라졌고 현재는 거친 자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상황이었다. 스님은 사진을 통해 이같은 변화를 지적했다.
 
성직자들은 한 목소리로 영주댐 건설과 4대강 개발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를 우려했다. 운문사 학감 진광 스님은 “생명과 평화, 자연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지율 스님의 외로운 투쟁이 아니라 우리도 종교인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겠다. 중요한 것은 강물은 흘러야 하고 자연은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동화사 교무 도원 스님도 “수도자들이 세상에 나와서 뭇 생명의 아픔을 외칠 수밖에 없는 비상식적인 상황이다. 내성천의 비경은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나 다름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지율 스님과 오랜 기간 환경지킴이 활동을 해 온 분도수녀회 수녀들은 “성직자들이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지금 여기에 모인 스님과 신부, 수녀 모두 우리가 꼭 있어야 할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란다”며 ‘환경 지킴이’의 서원을 다졌다.

▲ 동화사, 고운사, 운문사 대중스님들, 경북 지역 신부들, 생명과 환경을 지니는 수녀회 수녀 등 성직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행사는 성미산 대안학교 어린이들도 함께하면서 종교와 세대를 초월하는 장이 됐다. 또 불교환경연대,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에서도 동참해 불교계의 힘을 실었다.   
 
지율 스님은 “4대강 공사 이후 이제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강은 사실상 내성천이 유일하다. 매체에서는 이 모래톱마저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런데 왜 지킬 생각을 하지 않고 떠나보내는 일을 먼저 걱정하는가. 나는 단 한순간도 강을 버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지난 4년 동안 이곳에서 끊임없이 기록해 온 자료들이 명확한 증거다. 내성천과 친구들이 ‘영주댐 중단 소송 당사자로 자격이 있다’는 확답을 얻은 만큼 소송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2차 내성천 땅 사기 운동을 전개 한다”며 “오늘 불교와 가톨릭의 성직자들이 함께 한 시간처럼 모래강 내성천을 직접 걸을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주=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270호 / 2014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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