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603

갑자기 튀어나온 ‘7인회’는 청와대와 정윤회 출구전략?
[뉴스분석] 조응천 희생양 만들기? 계속 바뀌는 정윤회 진술, 의도된 ‘박 경정 타이핑’ 발언
입력 : 2014-12-12  14:30:31   노출 : 2014.12.12  15:28:49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청와대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동향 보고서 파문과 관련해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일명 '7인회'라는 모임에서 청와대 문건을 작성하고 일부러 유출해 청와대 핵심 참모진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비선권력의 실체가 없는데도 이를 음해하기 위해 허위 문건을 만들어 유포시키는 조직이 존재한다고 특정한 셈이다. 청와대가 주장한 7인회 모임에는 이번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포함해 박지만 EG 회장 측근인 전모씨, 박관천 경정, 오 행정관과 최모 전 행정관, 언론사 간부 김모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건 유출을 엄단하라는 두차례의 경고 메시지가 나온 이후 청와대가 발을 벗고 나섰고 문건 유출지로 '7인회'를 지목하면서 또다시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7인회와 관련된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청와대의 7인회 주장은 문건 진위 수사를 미궁 속으로 빠뜨리고 문건 유출자를 특정했으니 검찰이 수사해 처벌해달라는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윤회씨가 10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고 누가 춤췄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것도 청와대의 이 같은 후속 조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가 주장하는 7인회가 존재한다고 한다면 지난 4~5월 문건 유출을 인지하고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세계일보는 12일자 신문에서 "청와대는 올 5월 '내부 문서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으니 진상 파악 후 조치를 취해 달라'는 제보를 받고 진상조사를 벌였다"며 세계일보 쪽에서 최초 제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런데 제보를 받은 청와대가 당시 진상 조사를 벌였지만 문서 회수 조치나 유출 경로 파악을 하지 않고 사안을 종결시켜버렸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지만 회장과 관련한 정보를 담은 A4 100페이지 분량의 청와대 문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박지만 회장과 접촉했고 청와대 내부의 보안이 심각한 수준에 있다고 판단해 박 회장이 청와대 쪽에 문건을 전달했다. 

박 회장 쪽은 박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문건을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게 전달했고, 해당 문건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넘어가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이 문건 유출을 추적했다. 그리고 "민정수석실은 박관천 경정이 문건을 유출하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이를 방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했지만 아무런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세계일보)고 전했다.

세계일보의 보도는 청와대가 이미 지난 4~5월 문건 유출과 관련해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비서관을 조사했는데도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현재 청와대가 주장하는 문건 유출지의 7인회도 실체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한 세계일보 문건 공개 이후 조응천 전 비서관과 가까운 오아무개 행정관이 특별감찰을 받았고 정윤회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한 게 조응천 전 비서관 주도로 이뤄졌다는 내용에 서명날인을 하라고 강요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조응천 전 비서관 죽이기'로 마무리를 지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정윤회씨도 같은 얘기(문건 유출 주도)를 한다. 7인 모임이라는 것도 그걸 뒷받침하기 위한 스트럭처"라며 "정윤회씨가 이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밖에 나는 안 들린다. 청와대 애들하고 대책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세계일보는 지난 5월 박지만 회장과 직접 만나 박 회장과 관련한 정보가 담긴 청와대 문건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관계가 엇갈린다.

조 전 비서관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5~6월께 청와대 문건이 박스째 외부로 유출된 것 알게 됐다. 이게 보도되면 큰일 난다 싶어서 처음에 박 회장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해서 청와대가 회수에 나서도록 하려 했다"며 "내가 다리를 놔 세계일보 기자가 박 회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과 세계일보 기자를 만나게 해준 당사자라고 스스로 밝힌 셈이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문건 유출 사실이 알려지게 될 것을 우려했다면 청와대에 직접 보고를 하고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인데 세계일보 기자를 통하고 박지만 회장을 거쳐 문건을 전달하는 과정을 밟았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조 전 비서관은 또한 "당시에 문건을 전달 받은 박 회장은 내 바람과 달리 꼼짝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통령과 잘 통하는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오 행정관을 통해 문건을 전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 측이 정호성 비서관에게 문건을 전달했다는 세계일보 보도와는 다른 설명이다.  

청와대는 조응천 전 비서관이 박지만 라인 쪽 사람과 손을 잡고 문건 작성 및 유출을 통해 정씨 라인 쪽 사람을 흔들려고 했다고 의심하고 있는데 청와대 문건을 전달하는 과정의 사실관계를 뚜렷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12일자 세계일보 기사
 
청와대는 문건 유출 쪽으로 사건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지만 정씨의 진술이 계속해서 바뀌면서 문건 진위와 관련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정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3인방과 연락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곧바로 조응천 전 비서관이 통화했다고 주장하자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정씨는 특히 박관천 경정이 조응천 전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타이핑’만 했다는 말을 전화통화에서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말도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정씨의 해당 발언은 조응천 전 비서관이 허위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장본인이라고 볼 수 있는 결정적인 정황 증거로 볼 수 있었다. 정씨가 검찰에 소환될 때 관련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은 것도 해당 발언 입증에 따라 사건이 종결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씨는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나와 "박 경정은 (문제가 된 문건을 작성할 때) 타이핑만 한 거라고 했는데 누구 지시로 했다고 하더냐"라는 질문을 받고 "검찰에서 아마 판명이 될 겁니다. 자기는 뭐 그냥 행정관에 불과하다 이런 유의 주장을 했죠"라고 말했다.

박 경정이 허위 문건 작성 지시를 받았다 라기 보다는 실무자이기 때문에 문건의 진위와 관련된 얘기를 할 수 없다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말을 바꾼 셈이다. 

조응천 전 비서관도 "정윤회씨가 박 경정 번호를 어떻게 아나? 정윤회씨가 사실관계를 물었을 텐데 박 경정이 '저는 실무자다. 저는 알지도 못하고 말씀도 못 드린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박 경정은 '그걸 갖고 (정씨가) 저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씨가 자신이 유리한대로 해석해 '타이핑' 발언을 만들어 사건의 실체를 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향후 검찰 수사의 분수령은 권력 암투의 반대편인 박지만 회장의 소환 조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윤회씨의 요구대로 박 회장과 대질 신문이 이뤄질 경우 문건을 둘러싼 권력 암투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