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605 
관련기사 : ‘북한은 지상낙원’ 발언은 TV조선이 했다 - 미디어오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606

신은미 여행기 보니, “북한도 사람 사는 곳” 수준
'지상낙원' 등 표현 없지만 편견·왜곡 뒤집는 관찰… 순박한 주민들에 대한 연민 서술
입력 : 2014-12-12  15:17:53   노출 : 2014.12.12  15:17:53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재미교포 신은미씨는 정말 ‘종북 빨갱이’일까. 신씨는 지난 2012년 6월부터 50회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북한 방문기를 연재했다. 이는 그해 11월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책으로 출간됐고 문화관광부 2013년 우수도서에 지정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이 그간 신씨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해 온 글들을 살펴봤다.

글에 따르면 신씨가 북한 여행은 남편의 권유로 시작됐다. 그는 “북한은 평소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 남편이 다음 여행지로 찾다 찾다 결정 내린 곳”이라며 “북한은 한국 국적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광을 허용하고 있었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우리 부부도 갈 수 있었다”고 썼다. 

신씨는 방북 첫날, 일종의 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여행을 도와 줄 운전사를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묘사하며 “순간 나는 스스로 되뇌었다. ‘난 대체 어떤 모습의 아빠를 이곳 북한에서 찾으려 했던거지? 왜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모습에서 갑자기 배신감이 느껴지는거지?”라고 썼다. 

▲ 신은미씨는 지난 2012년부터 50회에 걸쳐 북한 방문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다. 사진=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편견이 깨지는 경험은 이후 여행기에도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북한주민, ‘공개’ 연애를 하며 손을 잡고 평양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철전지 원쑤 미제국주의자 놈들’의 영어를 배우는 초등학생들, 북한에도 교회가 있다는 점 등을 소개하며 이렇게 썼다. 

“아마 내 감춰둔 의식 세계에서 북한은 우주 밖, 외계인들이 사는 나라이길 기대했었나 보다. 아니면 속세와 단절돼 있어 그 어떤 평범한 상식도 통용되지 않는, 도깨비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신기한 나라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표현했다는 일부 언론의 표현은 글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가 쓴 글의 주요내용 중 하나가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다. 그는 “관광 봇물이 한 번만 더 터졌다가는 호텔 로비에 이불 펴고 자야 할 지경일 듯 싶었다”며 “수용 가능한 숙박 시설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썼다. 

이외에도 샴푸도 없고 비누도 하나밖에 없던 호텔, 오렌지 주스를 달라고 하니 오렌지맛 환타를 주었던 식당, 사막의 산들처럼 황량한 북한의 산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등에 나무를 지고 가는 모습, 농기구 없이 낫으로만 일하는 농부 등을 묘사하며 “내 입은 웃고 있었지만 가슴은 살 에듯 저리다”라고 썼다.

남한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도 글에서 볼 수 있다. 탈북자, 천안함, 종교 등이다. 신씨의 남편은 ‘공산혁명의 수도’ 평양에 위치한 교회를 찾아 “목사님, 이 교회 진짜 교회 맞습니까? 혹시 가짜 교회 아닙니까?”라고 묻기도 하고, 여행 안내원과 천안함, 탈북자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 TV조선 <황금펀치> 화면 갈무리.
 
또 신씨는 북한 주민들이 북한 화폐 대신 외화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북한 화폐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패한 화폐개혁 때문이 아닐까”라며 “신권 교체 한도액을 정해 다량의 구권을 소지했던 이들이 손해를 봤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북한 화폐를 소유하려들지 않을 것”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북한의 병역이 의무제로 바뀌었다는 하는 부분을 두고서는 그는 “지금 여기 널린 게 군인들인데 이게 다 지원병들이란 말이냐”며 “북한에 방문한 이래 여기 사람들의 말은 다 신용이 갔는데 병역이 지원제라는 말은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 만룡 안내원이 거짓말을 한 것일까”라고 썼다. 

친절하고 순박한 사람들,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연민’은 통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그는 “북한은 ‘악당들이 사는 그저 무찔러 없애야 하는 존재’였다”며 “(하지만) 며칠 간 나는 이 악당들의 땅에서 악당들의 실체를 발견하기는커녕 내 마음속 겹겹이 쳐뒀던 검은 장막을 걷어치우고 있다”고 썼다.

이어 그는 판문점으로 가는 길에서는 “남쪽 방향을 향하고 있는 우리 차량이 ‘서울 70km’라고 적혀있는 이정표를 지나친다. 서울이라는 글자에 반가움과 친숙함이 마음의 눈물이 돼 울컥 솟구친다”라며 “통일 조국의 가슴 벅찬 청사진을 생각 없이 살아온 내 삶의 부끄러운 반성문과 함께 조심스레 그려 본다”고 썼다.

어떤 측면에서 신씨의 글은 지나치게 순진무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종북’이나 ‘찬양’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신씨의 남편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오히려 북한에 가서 실망한 것이 많았는데 반공교육을 철저하게 받았던 아내는 순박한 사람들에게 감동을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보수단체가 신씨를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혐의로 고발하자 지난 11일 미국 시민권자인 신씨를 출국정지 시켰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