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참사 유족 “싸워라, 섣불리 위로받지 말라”
뉴스K  |  kukmin2013@gmail.com  승인 2015.04.16  23:20:24  수정 2015.04.17  09:54:26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1년 전 참사를 놓지 못하는 이유, 바로 ‘왜’입니다.

눈앞에서 가족들을 ‘수장’시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 정부가 조직적인 구조에 실패했던 이유, 아직까지 인양은커녕 제대로 된 진상조사위원회조차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이 이유들에 대한 물음표가 지워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에게 잊혀지기 전에 참사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교훈은 이미 여러 번 확인됐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 지하철 참사입니다.

12년 전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아직도 진실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요.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오늘 만난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견뎌라, 함부로 위로받지 말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성지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3년 2월, 대구에서 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192명이 목숨을 잃은 대형 참사였습니다.

그리고 만 12년, 유족들은 아직도 지자체와 싸움을 진행 중입니다.

 
[윤석기 /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
“참사 수습의 일반적인 형태를 보면 국민적 관심이 모아졌던 시기가 있고, 일정 시기가 지나면 관심이 멀어지면서 남아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참사를 당하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으면서 겪는 충격이 1차 트라우마의 원인이라면,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저희의 경험을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참사수습 과정에서 일어나는 공권력의 횡포든 억압이든 아니면 부조리한 면들로 인한 2차 피해, 그에 따른 트라우마도 참사가 발생했을 때 가족 잃은 슬픔으로 발생한 트라우마 못지않다.

대구 지하철 참사 같은 경우 2003년 2월 18일 발생했습니다. 그 참사로 192명이, 최소 확인된 희생자가 192명이죠. 그리고 148명의 부상자가 있었죠. 많은 사람들이 그런 피해자 숫자가 확인되고 표면적으로 나타난 책임자 처벌, 그리고 법적인 손해배상이나 손실보상이 진행되면 참사 수습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대형참사 수습과정이 그랬었고요. 그런데 저희는 그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것이 과연 올바른 수습의 모습인가, 그래선 안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올바른 수습의 모습은 단순히 표면적인 책임자 처벌, 금전적인 손실보상으로 국한되는 것은 옳지 않다. 사회 정의 측면에서도 옳지 않고 피해당한 희생자 유족이나 부상자, 당사자 중심으로 봐도 옳지 않다.”

 

 

 

 

 

 

대구시는 2010년 유족들을 형사고소했습니다.

팔공산에서 치른 희생자들의 수목장을 대구시가 불법암매장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형사재판은 대법원이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됐지만 유족들은 대구시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윤석기 /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
“이 긴 세월동안 가해자인 대구시가, 대구 지하철 참사의 법적 가해자는 방화범이 아니라 대구시입니다. 가해자인 대구시가 피해자인 유족과 손해배상, 손실보상 측면에서 합의한 내용이 있습니다.

각종 추모사업에 대해서 대구시와 2003년 당시 합의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는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해자인 대구시는 말을 바꾸죠. 약속사항을 번복하고 했던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하죠. 심지어는 유족을 범죄자로 매도하고 형사고발하고 행정처분하고 언론에 끊임없이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파렴치범으로 몰고. 이 짓을 12년째 하고 있죠.”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조금씩 참사를 잊어가는 세상과의 지난한 싸움 끝에 윤석기 위원장이 내린 결론은 이 싸움이 유족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윤석기 /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
“가장 많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은 도대체 왜 이 참사가 일어났으며 왜 이 참사에 나의 가족이 희생이 됐나.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가 뭔가 이런 고민을 많이 했죠. 우리도 이 참사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우리도 스스로 우리 가족을 희생당하게 한 공범의 역할을 한 부분이 있다는 자기반성을 했죠. 대구 지하철 참사의 경우 방화범의 방화시도가 첫 출발점, 도화선이 됐는데, 많은 분들은 방화범이 참사의 주범인 양 이야기한단 말이에요. 저희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우리가 볼 때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사회에서 격리돼야 할 부적응자였거나 아니면 사회적 보호의 손길이 필요한 약자다. 이게 그 사람의 정확한 처지고 신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 사람은 수없이 수년에 걸쳐서 힘들다, 괴롭다, 도와달라, 죽고싶다는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요청을 했던 거죠. 했는데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이든 정부조직이든 아니면 친인척, 부모형제조차도 그분이 힘든 부분을 보듬어주지 못했고 도와주지 못했던 거죠.

우리가 평소에 우리 이웃에게 조금 더 관심과 배려의 손길을 내밀었다면 그런 위험한 시도는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우리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했다는 자책과 반성을 했죠.”

 

 

 

 

 


윤 위원장은 세월호의 유가족들에게도 유족의 몫과 역할을 주문합니다.

먼저 아픔을 겪어본 자만이 건낼 수 있는 당부이고 조언입니다.

[윤석기 /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
“산 자의 의무가 있고, 유족의 의무가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뭐냐, 똑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희생당한 최소 192명의 목숨값을 온전히 하는 거다. 세월호 가족들에게도, 숨져간 그분들이 남은 가족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메시지를 제대로 실행해 내기까지는 섣부른 위로를 받아서는 안된다.”

 

 
 
국민TV 성지훈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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