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향숙 "인권위, 정부 비위 거슬리는 일은 안 해"
인권콘서트에서 주장 ..."법 바꾸어야 한다"
11.12.18 12:01 ㅣ최종 업데이트 11.12.18 12:01  윤성효 (cjnews)

"관심 있는 것만 하고, '디도스 공격'처럼 배후가 있는 것은 하지 않는다. 그냥 하느님의 비위에 거슬리는 일은 안 한다."
 
장향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수뇌부의 의사결정에 대해 한 말이다. 여기서 말한 '하느님'은 이명박정부를 의미한다. 장 위원은 인권위 관련 법을 바꾸어야 한다면서 "참여정부 5년 동안 안일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냥 '사람이 상식의 선에서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세계인권선언기념사업 진주협의회'는 지난 15일 저녁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관에서 '장향숙과 함께 하는 인권콘서트'를 열었다. 장향숙 위원과 정보주 전 진주교육대학교 총장이 "상식적으로 살기 힘든 그대에게 '깊은 긍정'을"이란 제목으로 대담한 것이다.
 
▲ 장향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오른쪽)과 정보주 전 진주교대 총장이 11월 15일 저녁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관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기념사업 진주협의회'가 마련한 인권콘서트에서 "상식적으로 살기 힘든 그대에게 깊은 긍정을"이라는 제목의 대담을 하고 있다. ⓒ 윤성효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지낸 장 위원은 책 <깊은 긍정>을 펴냈다. 이날 대담에서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함께 인권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2009년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인권위가 용산참사, 미네르바 사건, 박원순 변호사 사찰 사건, PD수첩 사건 등의 심각한 인권사안들을 외면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위원들이 사퇴했고, 최근에는 방송인 김미화씨가 '홍보대사'에서 사퇴했다. 인권단체들은 최근 '세계인권선언 63주년 기념식' 때 현 위원장에 대해 '인권몰락상'을 수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향숙 위원은 인권위원 추천제도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권위는 위원장 1인과 3인의 상임위원을 포함한 11인의 인권위원으로 구성된다. 국회 선출 4인, 대통령 지명 4인, 대법원장 지명 3인이며,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장향숙 상임위원은 국회의 야당 몫으로 선출돼 활동하고 있다. 그는 "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문회도 처음에는 국민여론에 귀를 기울이나 점점 그 기준이 애매한 상태에서 국민이 바라는 가치와 반대 기준에 있는 사람도 공직의 높은 자리에 간다. 그러나 적어도 인권 관련 일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 임명권자에 의해 위원장으로 온다는 것은 잘못이다. 많은 부분에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바뀌자마자 인권위를 국민권익위원회와 합치겠다든지, 축소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갖고 인권 문제를 조사하던 조사관이 쫓겨나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 자리가 행정공무원으로 채워졌다. 그러면 인권 가치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행정편의와 결재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위원장과 위원들이 중요하다. 대법원장이 지명한다고 하지만 청와대 눈치를 보게 된다. 그렇다 보니 절대 다수가 정권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로, 인권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앉아서 인권을 판단한다. 먼저 제도부터 바꾸어야 한다."
 
▲ 장향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11월 15일 저녁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관에서 "상식적으로 살기 힘든 그대에게 싶은 긍정을"이라는 제목으로 인권콘서트를 열었다. ⓒ 윤성효

'민간인사찰'(김종익) 사건을 언급했다. 장 위원은 "가치에 대한 판단을 같은 인권위원들이 너무 다르게 하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다른 것을 보았다"면서 "지금 인권위는 '생활밀착형 인권'을 한다고 하면서 김종익씨 사건에는 눈을 감는다"고 말했다.
 
300일 넘게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눈을 감았는데, 이에 대해 장향숙 위원은 "김진숙씨 고공농성에 대해 '엠네스티' 정도의 의견표명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거부당했다"면서 "그 사람이 목욕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사람은 '해고는 곧 죽음'이라고 했던 것인데, 그러면 그것은 생활밀착형 아니냐. 그런데 다른 위원들은 정치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10년을 되돌아 본 장 위원은 "(이명박정부 전) 한국인권위는 세계 모범이고 자랑스러웠다. 인권위는 국가권력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그 사람이 죄인이라도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호소할 경우 국민의 입장으로 봐야 한다. 인권위 위원이나 직원들에게 월급 주는 곳이 국민이지 권력이나 행정부, 정치세력이 아니다. 인권위는 진보․보수 떠나서 어떤 세력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방송인 김미화씨가 홍보대사에서 사퇴했는데, 이에 대해 장 위원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인권위를 떠났다. 그럼에도 있었던 것은 인권위의 가치와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훌륭한 홍보 대사 한 분이 떠나갔다"며 안타까워했다.
 
"김미화씨는 한미FTA 찬반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경찰은 반대하는 사람을 골목에 몰아넣고 물대포를 퍼부었다. 그 자리에 인권위 직원들이 나가 있었는데, 그대로  사람들이 얼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인권위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무리 공권력이라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남들이 안 볼 때 골목으로 몰아넣어 물대포를 쏠 수는 없는 것이다. 의견을 내야한다고 했지만, 결재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훌륭한 홍보대사 하나가 떠나갔다. 저도 떠나가야 하나?"
 
책 <깊은 긍정> ... "지금은 '깊은 부정'하게 되는 상황"
 
▲ 장향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 윤성효

장향숙 상임위원은 책 <깊은 긍정>에 대해, "국회의원 할 때 냈다. 아름답고 영혼에 다가오는 책을 쓰고 싶었지만, 저는 부끄럽다. 분명히 말하지만 저는 책을 다시 안봤다"면서 "지금 여기서 '깊은 긍정'을 이야기하라고 하는데, 요즘은 '깊은 부정' 밖에 이야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았던 장향숙 위원은 책을 많이 읽었다. 정규 교육과정을 전혀 밟지 않았다고 그는 소개했다. 독서에 대해 묻자 그는 "개신교 집안인데, 저에게 성경이 초등학교 교과서가 되어준 셈이었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인간은 누구처럼 꼼수 써서 다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겸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정책에 대해, 그는 "상대적이다. 많은 나라에 가봤는데, 환경이 나은 선진국도 있고 환경이 훨씬 못한 나라도 있다"며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람의 삶이나 가치에 대해서 여유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사회인가 아닌가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불행이면 장애인도 불행하다"고 말했다.
 
"박정희씨부터 군사독재문화와 근대산업사회에 이르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에 대해 여유있게 볼 수 없는 시대는 아니었다. 그 당시 사람은 군대를 보내 나라를 지키고, 산업을 일구어서 부강하게 만들고, 아이를 낳아서 대를 잇는 여성, 노동해서 나라 살림에 보탬이 되는 '여공', 외국에 가서 우리의 재능을 알리는, 그런 사람만 사람으로 여겼다. 그런 속에 장애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의 각도에서 다른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지 못한 역사 속에서 장애인의 삶은 어땠을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문제든 소외계층이든, 노동문제든 아무리 입을 털어 막아도 막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보주 전 총장이 "어떤 부모는 장애아를 밖으로 보내기보다는 집 안에 가두어 놓고만 있으려고 한다"고 하자, 장 위원은 "우리 부모는 나를 숨기려고 한 적은 없었다. 장애라도 하나님이 주신 생명은 귀하다"면서 "그러나 사회 환경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였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안에 갇혀서 살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장애인을 집에 가두어 놓고 숨기고 싶어 하느냐"고 말했다.
 
"당도 대책없고 맡는 의원도 대책 없고 ..."
 
▲ 정보주 전 진주교대 총장. ⓒ 윤성효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과 같이 수업을 하는 교육을 강조했다.
 
"같이 수업을 하면, 많은 부모들이 손해 본다고 생각한다. 수업 방해를 받는다고 한다. 이해되는 측면이 있지만, 교육의 관점을 어떻게 보느냐는 문제다. 외국에 가서 본 학교 가운데, 10명 중 3~4명이 장애아와 같이 공부하는 장애인전문학교였다. 비장애 학생의 부모들은 그 학교에 입학시키기를 원한다고 했다. 자식이 더불어 사는 것을 알아야 하고, 사회지도자가 되려면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속에 인성 교육이 된다고 본 것이다. 지금 통합교육은 법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교육에서는 학부모들이 거부하고 선생들이 곤란을 겪는다고 한다. 아직 우리 교육이 학습에 초점을 맞추어서 그렇다. 학습은 중요하나 학습한 것을 써먹을 수 있는 인성이 중요하다."
 
관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김재경 국회의원(진주을)이 변호사 시절 '진주판 도가니 사건'의 가해자 변론을 맡았던 적이 있었다. 한나라당은 '광주 도가니사건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김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질문에 장 위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성폭력범이라도 누구나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또 변호사는 변호해달라고 의뢰가 들어오면, 의뢰 내용을 받아서 그것이 거짓되지 않게, 참작할 부분이 있다면 무죄를 위해 적극 변호하는 게 업무다. 변호를 맡았거나 변호를 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도가니 사건 같은 큰 사건은 온 국민이 알게 되기에 중요하다. 대책위원장을 적어도 성폭력 문제에서 가해자 변론을 맡았던 의원한테 맡긴 당도 대책이 없고 그것을 맡으라 한다고 과거는 까마귀처럼 잊고 맡는 사람도 대책이 없다. 대책 없다고 말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척 하는 것은 더 대책이 없다. 이것이 상식으로 살기 힘든 시대다. 그 의원(김재경)을 잘 안다. 상냥하고 사근사근한데 참 대책이 없다. 앞으로 '김대책없음'이란 이름을 지으면 어떨까. 그런 사람을 뽑아주는 진주시민은 더 대책이 없다."
 
장향숙 상임위원은 "인권위를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많다. 가시방석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을 살피고 그들의 편에서 일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내 직원이 잘리고, 9년간 일했던 뛰어나 조사관들이 잘리고, 그것에 항의했던 직원들이 징계를 받고 하는데, 저는 자리에 지금도 있다"면서 "비상식적이고 가시방석이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나의 책무라고 생각해서, 상식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 부분을 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세계인권선언기념사업 진주협의회는 15일 저녁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관에서 "상식적으로 살기 힘든 그대에서 깊은 긍정을"이라는 제목으로 장향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과 정보주 전 진주교대 총장의 인권콘서트를 열었다. 사진은 행사 뒤 일부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 세계인권선언문을 함께 낭독하는 모습. ⓒ 윤성효

▲ 11월 15일 저녁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관에서 열린 '장향숙과 함께 하는 인권콘서트'에 참석한 장향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행사에 앞서 강병기 전 경상남도 정무부지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 극단 '진주' 단원들이 15일 저녁 경남과학기술대 산학협력관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기념사업 진주협의회' 주최의 "장향숙과 함께 하는 인권콘서트"에서 식당에서 일하는 '차림사'들의 어려움을 그린 연극 "함께 짓는 밥"을 공연하고 있다. ⓒ 윤성효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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