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전 8시30분에 현지지도(시찰)를 위해 전용열차편에 탑승한 후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습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북한을 지배하던 김정일의 사망을 속보로 전달하면서,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놀랐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김정일 사망 소식에 깜짝 놀랐던 세계의 반응 중에서 저의 눈길을 끄는 SNS 관련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미국인들이 김정일 사망 보도를 접하자마자. 김정일 사망을 예견한 게임과 뉴스에 대한 놀라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이 놀란 게임은 올해 초에 카오스소프트가 발매한 '홈프런트'라는 게임입니다. 북한에 의해 통일된 한국이 미국을 침략하고, 게이머들은 저항군이 되어 이들을 막아내는 게임입니다.
<홈프런트 게임은 잔혹한 장면이 많이 나오고, 한국 정서상 북한이 미국을 침략하는 내용과 1년 만에 한반도를 통일한다는 스토리와 미국 게임쇼에 인민군복 착용 모델이 나오는 등의 논란으로 한국 발매는 되지 않았습니다.>
'홈프런트' 게임에서는 2012년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고, 아들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로 나선 후, 2013년 북한과 한국을 통일하여 미국을 침략한다는 시나리오로 설정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이 놀란 사실은 2012년이 몇 주 남지 않은 이 시점에 김정일이 게임처럼 비슷한 시기에 사망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 게임 스토리에 참여한 작가는 영화 '지옥의 묵시록'과 '붉은 새벽'을 집필한 존 밀리어스입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게임 스토리가 완전 허황된 것이 아니라 (물론 통일한국이나 미국침략 스토리는 게임 전개상 황당한 부분도 다수 포함) 2008년 뇌졸증과 2009년 췌장암 진단설을 근거로 김정일의 사망을 2012년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오늘 미국인들이 북한 핵문제 등으로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느낀 나머지, 게임의 한 부분을 마치 앞으로 전개될 사건처럼 인식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지만, 사실 대한민국이 북한을 이용한 북풍이나 색깔론,안보론에 비해 얼마나 대북 정보망이 허술한지를 비판하려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북한 조선중앙 TV와 라디오는 어제 19일 10시부터 10시23분, 10시 30분 등 계속해서 정오 12시에 특별 방송을 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언론사 대부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추대 내지는 김정은 세습에 대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북한 특집 기사를 그토록 매번 내보내고,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던 조선일보조차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추대 형식의 중대방송일 것이라는 오보는 아니지만 잘못된 예측을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조금만 살펴봤으면 김정일의 사망은 충분히 오전 중에 예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중대방송'과 '특별방송'의 차이점을 눈여겨봤으면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중대방송: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추대와 같은 소식을 예고한 뒤 발표
▷ 특별방송: 김일성 사망 소식을 '특별예고'하고 전했던 1994년 단 한 차례
일각에서는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왔지만, 대한민국 언론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보라인 어디에서도 북한TV가 김정일의 사망을 보도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심지어 19일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진 장관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군을 책임진 국방장관은 국회에 있다가 TV를 보고 국방부 상황실로 갔고, 합창의장은 전방지역에서 태연하게 장병들과 점심 먹다가 대통령 전화를 받고서야 급히 안보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외교통상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은 아무것도 모르고 내부일정을 소화하다가 북한 TV 특별방송을 보고 김정일 사망소식을 처음 알았습니다.
대한민국은 북한이 독재정권이기에 북한을 통치하는 자가 죽음으로 얼마나 심각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정보망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에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김일성 사망 당시에도 대한민국은 전혀 몰랐고 북한방송을 통해서야 알았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었습니다. 그 당시 대한민국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아무것도 모른 채 일본으로 출국했고 18일 오후2시경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만약 17일 김정일이 사망하고 북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고, 대한민국 대북정보망이 이토록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이 대북정보망 구축을 위해 쓰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김정일 사망'과 같은 중대한 사건을 북한TV를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저 예산들은 어디에 사용됐을까요?
허구라고 치부하는 게임 속 내용만 김정일 사망을 예언했을까요?
2010년 9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특집기사로 내보냈습니다. 여기에 정치면을 보면 '2011년 김정일이 70세의 나이로 사망하고, 김정은이 29살에 북한 지도자로 미국과 무역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포브스는 News from The Future가 그냥 허구나 상상력을 동원한 기사가 아니라, 통계와 정보, 그리고 전문가들의 예상을 종합해서 작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홈프런트' 게임 작가처럼 김정일의 건강상태와 동향과 정보를 정확히 파악한 후 '김정일 사망'을 예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조선일보는 매일 북한 소식을 내보내고 있으며, 북한의 위협과 안보론, 색깔론을 펼치는 언론사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기사가 북한 여성을 앞세운 자극적인 야사 수준의 북한 뉴스)
이런 조선일보가 정작 중요한 '김정일 사망'을 오전이라도 예측할 수 있었지만, 엉뚱하게도 '중대방송' 수준으로 보도하는 등, 남들과 별 차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히려,조선일보가 1986년 세계 특종이라고 떠들던 '김일성 사망 오보'에 비하면, 그나마 오보는 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할까요?
'홈프런트' 게임은 물론이고 '포브스'와 북한통에 의하면 김정일의 사망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목숨과 전쟁이 왔다갔다 하는 한국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시작으로 국가정보원, 국방장관, 합참의장,외교, 통일부 장관 그 누구도 전혀 몰랐습니다.
앞으로 대북정보망을 갖추는데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50인치 평면 LCD TV만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 대북정보를 알 수 있는데,굳이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대북정보망을 가동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북한 위협이나 국가안보를 내세우면서 진짜 필요한 시기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대한민국 정보기관과 언론을 보면서 '북한정보망 예산안= TV구입비'로 생각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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