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측 조문 불허... 그들의 불편한 진실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변명하려다 '사실' 발설... 류우익의 '헛발질'
11.12.21 20:58 ㅣ최종 업데이트 11.12.21 20:58  장윤선 (sunnijang)

▲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류우익 통일부장관을 만나고 있다. 이날 류 장관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현안보고를 하고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기 위해 방문했다. 2011.12.21 ⓒ 연합뉴스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중략) 정부는 조문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대해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로 방북 조문을 허용할 방침입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20일 오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내 남북관계에 대한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대개는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대한 방북을 허락한 것에 대해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준 것이 사실입니다. 이날 트위터에는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가 취한 대북정책 가운데 가장 잘한 것이라고 칭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담화를 뜯어보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유족에 대해서는 조의를 표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한 것은 정권과 주민을 분리한 정책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식 사회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주체사상에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한다는 게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둘째, 이희호 이사장과 현정은 회장에 대해서만 방북을 허락했습니다. 10·4선언을 이끌어냈던 노무현 정부와 노무현 재단의 방북 조문은 불허했습니다.
 
김천식 통일부 차관은 21일 오후 노무현 재단을 방문해 "조문단 파견은 허용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천명했습니다. 김 차관은 국민 정서를 감안해 노무현 재단의 조문단 파견을 허용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김 차관이 밝힌 '국민정서'는 어떤 국민들의 정서를 말하는 것일까요? 일반 국민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국민정서'라는 불편한 진실.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노무현 재단이 원하는 방북 조문을 불허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 당국이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 서거 때와 정주영 회장 사망 때 북한 당국이 공식 조문단을 파견했기 때문에 그 유족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방북을 허락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이 불편한 진실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에 의해 폭로됐습니다.
 
류우익 장관의 조문관련 발언에 민주통합당은 왜 웃었을까
 
▲ 북측 특사 조의방문단의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2009년 8월 21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평화센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 장의위원회 제공

원혜영 민주통합당 대표는 2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예방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원 대표는 "조문 문제를 좁게 봐서는 안 된다"며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북에서 내려오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막아서 내려오지 못했다, 그래서 못 내려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류 장관은 "정부가 차단해서 오지 못했고 개성까지 와서 조의문을 읽고 돌아간 걸로 알고" 있지만, "사실관계가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조문단은 오지 못했다"고 눙쳤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있던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땠을까요? 큭큭큭 웃었습니다. 류 장관 스스로 '국민정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니까요.
 
원 대표는 "조문에서 상호주의나 형식논리에 얽매이면 되겠는가"라며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류 장관은 "노무현 재단 측에 실무자들이 가서 조문단을 꼭 원하는지 확인해보겠다"며 "노무현 재단이 (방북 조문을) 꼭 원할 것 같지 않다"고 뒤를 흐렸습니다. 원 대표는 "노무현 재단도 방북 조문을 원하는 걸로 알고 있고 포용해서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문익환 목사 10주기 때도 북한이 방남을 했는데 왜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는 왜 이러는 걸까요? 호기롭게 조의를 표명해서 와! 했더니, 북한 주민에게만. 방북 조문을 허용한다고 해서 와! 했더니, 이희호 이사장과 현정은 회장만.
 
김창수 전 청와대 행정관은 이것을 '이명박 정부의 꼼수'로 해석합니다. 남북관계 전문가이기도 한 김 전 행정관은 21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정부가 민간의 조문단을 파견하는 것을 허락한다. 정부는 국민여론과 남북관계를 고려해 심사숙고한 뒤 판단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중에 개별적으로 연락해도 될 일을 스스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고 혀를 찼습니다.
 
정부 입장에서야 여러 군데 조문을 가겠다고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한조치로 딱 두 사람만 정해서 허락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은 정부 스스로 '조문논쟁'을 불러일으킨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전 행정관은 "북한에서 가장 신격화된 인물인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조용히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갈까 말까 논쟁을 일으키는 것 자체로 북한당국은 매우 불쾌해할 뿐 아니라 모욕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꼼수를 부려 일은 일대로 해놓고 욕만 더 먹게 된 것 같다"며 "정부 스스로 남남갈등과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들 이유가 없는데 참 알 수 없는 일을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정일 사망 미스터리에 숨은 의도
 
조문문제만이 아닙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전날인 20일 국회 정보위에 참석해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와 관련된 북한의 공식 발표를 부정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 특별방송에서 보도된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17일 오전 8시 30분 달리는 야전 열차에서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원 원장은 이날 정보위에서 "김정일 특별열차가 평양 룡성역에 서 있었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비공개가 원칙인 회의에서 나온 이 발언이 21일자 <조선일보>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이 보도 직후 전직 청와대 NSC 관계자들은 정확한 정보가 맞는가 의문을 제기합니다. 국회 정보위 민주통합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창수 전 행정관은 "52시간 동안 김정일이 죽은지도 몰랐던 원세훈 국정원장이 불확실한 정보를 국회에서 언급하고 그것을 특정언론사로 흘려 '사망 미스터리'로 일파만파 번지게 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남북관계를 꼬이게 하고 남남갈등을 초래하려는 의도"라며 "결국 한편으로는 북한의 불안정성을 강조하고 남쪽의 보수 세력의 단결을 부추기려는 것 같은데 그런 꼼수가 국민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부 스스로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남북관계가 꼬이도록 만들려는 불편한 진실. 여러분은 이해하시나요?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