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7862&PAGE_CD=N0120

"정봉주도, 박근혜도 감옥 가서는 안 된다"
[인터뷰] 다니엘 튜더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
12.01.01 14:05 ㅣ최종 업데이트 12.01.01 14:05  구영식 (ysku)

성탄절이던 지난달 25일, <중앙일보>의 일요판인 <중앙선데이>에 흥미로운 칼럼이 한편 실렸다. '정봉주의 처벌을 보는 눈'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작성자는 세계적인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서울특파원인 다니엘 튜더(Daniel Tudor)였다.
 
다니엘 튜더는 이 칼럼에서 "한국에선 권력자에 대한 비판 때문에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놀라운 일이었다"면서 "하지만 비판의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를 상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국사회에 던졌다.
 
순수한 명예훼손을 처벌할 수는 있겠지만 '징역형'은 과도하다는 것이 다니엘 튜더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는 일찍부터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고, 그것의 핵심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온 유럽인들의 일반적 시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죄 받으면 벌금형이나 공개적 비판으로도 충분하다"
 
▲ 다니엘 튜더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 ⓒ 다니엘 튜더

다니엘 튜더는 지난 12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대기업 오너가 대규모 사기 또는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처벌의 강도가 대체로 약한 편이었다"며 "그런데 누군가가 단지 몇 마디 했다는 이유만으로 1년 동안 수감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놀랍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정봉주 전 의원의 심판 결과에 대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설령 그가 악의를 품고 오해를 받을 만한 표현을 했다고 하더라도 1년 징역형은 굉장히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순수 민사소송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일종의 벌금이나 공개적으로 비판을 당하는 것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정 전 의원이 형사재판을 받고 감옥에 보내진 것은 과도하다"고 거듭 '과도한 형사처벌'을 지적했다.
 
특히 정 전 의원의 실형이 확정된 이후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찬종 전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박근혜 후보의 발언내용은 정 전 의원의 의혹제기내용보다 훨씬 강도가 높았는데도 검찰은 정 전 의원만 공소제기하고 박근혜 후보는 불문 처리했다. 박근혜 비대위 위원장은 같은 의혹제기 당사자로서 정 전 의원은 처벌을 받고 자신은 처벌에서 제외된 것이 법치주의를 실천하는 민주국가에서 불공정한 결과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 전 의원보다 더 강하게 BBK 의혹을 제기했던 박근혜 의원은 기소되지도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이러한 지적들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이와 관련, 다니엘 튜더는 "(법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하는데) 정 전 의원만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하지만 정 전 의원도 박근혜 의원도 감옥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벌금형 선고받겠지만 감옥에는 안 가"
 
이어 그는 "영국은 2009년까지 형사명예 훼손법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다"고 전한 뒤 "만약 (영국에서) 정 전 의원이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상당히 큰 액수의 벌금형에 처해짐과 동시에 원고의 법률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며 "하지만 감옥에는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정치인은 자신을 비판한 사람이 감옥에 갈 경우 본인의 인기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 정치인들은 일반적으로 쓸모없지만 여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굉장히 똑똑한 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정봉주 전 의원의 실형 확정과 수감이 "정부 차원의 홍보 대참사"(a public relations disaster for the government)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25일자 칼럼에서 "(MB정부의) 최악의 자책골"이라고 표현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정 전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죄로 수감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한국 법률체제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좋은 비판의 소재가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존 권력층이 '당신들이 무슨 말로 나를 비난하든 나는 합리와 논리를 통해 당신들을 굴복시킬 수 있다'라고 대응할 경우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누군가가 '그냥 감옥에 보내 버려'라고 결정해 버리면 이는 의혹이 사실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한국에서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사용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러한 플랫폼에서 언론의 자유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봉주 사건은 순교효과의 일종(a kinds of martyr effect)으로 작용하여 더 많은 사람들을 대담하게 만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게끔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한국의 정치와 시사에 대한 관심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따라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언론의 자유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한국만큼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했던 나라도 없다"며 "인터넷실명제, SNS 단속, 미네르바 기소 등에도 불구하고 한국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표현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려는 사람들도 결국에는 자신들의 행위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좌파 대 우파의 이념대결로 번지지 않았으면 한다"며 "보수집단조차도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언론통제에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다니엘 튜더는 옥스퍼드대와 맨체스터대에서 철학과 경제학, 경영학(MBA)을 공부했으며 지난해 6월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으로 부임했다.
 
다음은 다니엘 튜더와 한 인터뷰 전문이다.
 
"1년간 수감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 'BBK 의혹'관련, 허우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송별회를 마친 뒤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의 손을 잡고 자진 출두하고 있다. ⓒ 유성호
 
- <중앙선데이>에 '정봉주 처벌을 보는 눈'이라는 글을 어떻게 기고하게 됐나?
"나는 가끔 중앙선데이에 기고하곤 한다. 해당시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제 중 한 가지에 대해 나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중앙선데이 독자층과 오마이뉴스 독자층이 서로를 어떻게 간주하고 있는지와는 별개로, 나 같이 무지한 외국인에게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양 매체에게 감사를 표한다.
 
사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풍자의 증가, 공적활동에 대한 비판, 언론의 자유 등에 대해 작성한 글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그 글들은 실리지 못했고, 무엇인가에 대해 발언하고자 하는 내 자신의 욕구는 점점 커져만 갔다. 기자로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발산할 수 있는 수단이 제공되지 않는 것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없다. 그랬기 때문에 정봉주 전 의원의 징역형 발표 사건을 봤을 때, 중앙선데이에 대신 게재해야겠다고 결정했다."
 
- 특별히 정봉주 전 의원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올해 우리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은 충격적인 범죄를 다룬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또한, 대기업 오너가 대규모 사기 또는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처벌의 강도는 대체로 약한 편이라는 것도 안다. 이에 비해 누군가가 단지 몇 마디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1년 동안 수감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놀랍게 느껴진다. 물론 정의라는 것이 세계 어디에서도 균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이번에 드러난 괴리는 특히나 비정상적으로 여겨졌다."
 
- 정봉주 전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BBK 의혹을 제기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첫째로, 나는 판사나 법률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유무죄 여부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심판 결과를 두고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는 처지이다. 하지만 이렇게 접근하는것 자체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설령 그가 악의를 품고 오해를 받을 만한 표현을 했을지언정 (그가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1년 징역형은 굉장히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든 생각은 정부차원의 '홍보(public relations) 대참사'라는 것이었다."
 
- 왜 정봉주 전 의원의 유죄 확정을 "최악의 자책골"이라고 표현했나?
"현 정권(과 명예훼손 및 검열 시스템)의 반대론자들은 항상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SNS를 사용하거나 '나꼼수' 등을 청취하는 집단을 중심으로 증대되고 있는 의혹에 직면하여, 만일 기존 권력층이 '당신들이 무슨 말로 나를 비난하든, 나는 합리와 논리를 통해 당신들을 굴복시킬 수 있다'라고 대응할 경우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이다. 반면 누군가가 '그냥 감옥에 보내버려'라고 결정해 버린다면, 이는 사람들의 의혹이 사실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나?"
 
- 어떤 측면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형사처벌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나?
"나는 이번 사건이 순수 민사소송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단지 이 사건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일종의 벌금이나 공개적으로 비판을 당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형사 재판을 받고 감옥에 보내진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정 전 의원만 감옥에 가는 것은 불공평하다"
 
- 만약 영국에서 이런 사건(대통령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해 기소된 사건)이 일어났다면 어떤 처벌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는 명예훼손에 대한 혐의로 민사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영국은 2009년까지 형사 명예 훼손법(criminal libel laws)이 있었지만 아주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영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엄격한 명예훼손법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인 경우 원고가 피고의 유죄를 입증하고자 노력해야 하는 반면, 영국의 경우 피고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 전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상당히 큰 액수의) 벌금형에 처해짐과 동시에 원고의 법률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감옥에 가지는 않는다.
 
나는 영국이 우월한 시스템을 갖췄다거나, 또는 한국이 그것을 모방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한국의 이런 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가끔 사람들은 내가 영국은 완벽한 대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영국 법과 정치에도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 영국에서는 공직자나 공직후보자에게 어떤 의혹을 제기했다고 해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되는 경우가 있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큰 사건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영국의 정치인 처지에서는 자신을 비판한 사람이 감옥에 갈 경우 본인의 인기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를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영국 정치인들은 일반적으로 쓸모 없지만, 여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굉장히 똑똑한 편이다."
 
- 공직자나 공직후보자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라도 벌금형이나 사법부의 공개비판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공직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다른 국민들과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정도의 비판이나 벌금형이면 합리적이라고 본다. 실형은 과도하다. 어찌됐든, 나는 그의 유죄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 특정형태의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 정봉주 전 의원보다 더 강하게 BBK 의혹을 제기해왔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기소되지도, 형사처벌받지도 않았다. 이를 두고 "불공정한 결과"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법을 동등하게 적용하여 이러한 혐의로 고소당한 그 누구도 정봉주 전 의원과 같이 재판을 받아야 함이 분명하다. 정 전 의원만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은 불공평 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봉주도 박근혜도 감옥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이명박 대통령이 정 전 의원을 사면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는데, 그 바람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옳은 일이라 생각하며, 정치적으로도 영리한 선택이다."
 
- 이번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으로 인해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한국에서는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에서 언론의 자유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봉주 사건은 순교 효과의 일종으로 작용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대담하게 만들고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게끔 만들 것이라고 본다. 이것은 아마도 의도된 결과와는 반대인 것이 아닐까.
 
한국의 정치와 시사에 대한 관심은 놀라운 수준이다. 영국 사람들도 한국 사람만큼 신문을 읽고 온라인 상에서 정치 등을 토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언론의 자유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집단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언론통제에 반대해야"
 
- 서울특파원으로 부임한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그동안 느껴본 '한국의 표현의 자유' 지수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모든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상당히 자유로운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에서 한국만큼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했던 나라도 없다. 인터넷실명제, SNS 단속, 미네르바 기소 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표현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려는 사람들도 결국에는 자신들의 행위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 당신이 체험한 이명박 정부 재임 기간 동안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가 많이 퇴보했다고 생각하나?
"나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몇 년 동안 한국에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기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국경없는 기자회 (단체)의 '언론 자유 지수'와 프리덤하우스의 '언론 자유 보고서' 를 보면 상황이 다시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좌파 대 우파의 이념대결로 번지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현 정권이 보수정권이고 현재 압박을 받고 있는 집단이 진보세력인 것은 사실이지만, 보수집단조차도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언론통제에 반대해야 할 것이다.
 
이틀 전 나는 일부 노인들이 북한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는 것을 보았고, 어제는 광화문에서 한미FTA 찬성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이들은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들과 동의하지는 않을지언정 인정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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